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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스트레스가 암 재발의 빗장을 푼다

등록 2020-12-29 10:12수정 2020-12-29 13:18

스트레스 호르몬 높아지면서 휴면 암세포 깨어나
만병의 근원이라는 스트레스는 암 재발에도 깊이 관여한다. 픽사베이
만병의 근원이라는 스트레스는 암 재발에도 깊이 관여한다. 픽사베이
암은 한국인 사망원인 1위이자 세계적으로도 심장질환에 이어 사망 원인 2위에 올라 있는 공포의 질병이다. 암을 특히 더 무섭게 만드는 건 암 전이와 재발 가능성이다. 암 세포는 수술이나 약물 치료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해도 완벽하게 제거했다고 장담하기가 어렵다. 다른 장기로 암 세포가 이동해 증식하거나 세포 활동을 하지 않은 채 휴면 상태로 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 정복을 위해선 암 전이와 재발의 작동체계를 파악하는 게 필수적이지만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는 못한 상태다.

몸 속에 숨어 잠자는 암세포를 깨우는 것은 무엇일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위스타연구소 과학자들이 암 재발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12월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쥐 실험과 암재발 환자 연구를 통해 스트레스 호르몬이 휴면 암세포를 깨우는 일련의 과정을 촉발하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면역 세포와 휴면 암세포의 연관성을 규명한 이전 연구들을 발전시켜, 이번에는 골수에서 생성되는 면역 세포인 백혈구 중 다형핵호중구(PMNs)의 역할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우선 쥐 실험을 통해, 호중구가 방출하는 염증성 단백질(S100A8/A9)과 특정 지질 분자(산화지질)가 휴면 암세포를 활성화한다는 걸 알아냈다. 염증성 단백질에 의해 활성화된 효소(myeloperoxidase)가 세포 안에서 산화지질을 축적하면, 그 다음에 이 산화지질이 호중구 밖으로 방출되면서 휴면 암세포를 깨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호중구로 하여금 염증성 단백질을 방출하도록 만드는 걸까? 연구진은 다시 쥐 실험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 과정을 살펴봤다. 그 결과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원인 물질임을 알아냈다.

백혈구 가운데 하나인 호중구. 위키백과
백혈구 가운데 하나인 호중구.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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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호르몬-호중구-휴면 암세포의 `삼각고리'

연구진은 이어 수술 치료를 받은 80명의 폐암 환자 혈액을 조사했다. 이 가운데 17명은 수술 후 3년 이내에 암이 조기 재발한 사람들이었다. 논문 주저자인 미켈라 페레고(Michela Perego) 교수는 암 조기 재발 환자는 암이 재발하지 않거나 휴면 기간이 긴 환자들(63명)에 비해 염증성 단백질의 혈중 수치가 더 높았다고 설명했다. 페레고 교수는 그러나 스트레스 자체가 휴면 암세포를 깨우는 유일한 요인이라는 걸 말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암 세포가 휴면 상태에서 깨어나려면 일련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페레고 교수는 의료전문지 `스탯뉴스' 인터뷰에서 “휴면 세포가 깨어나려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깨어나지 않는다”며 “호중구가 있어야 하고 또 호중구가 활성화해야 하며, 이어 이것들이 특정 지질을 방출해 암세포를 깨워야 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이 일련의 과정의 출발점이다. 페레고 교수는 “휴면 암세포와 스트레스 호르몬, 호중구는 일종의 삼각고리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폐암 세포. 위키미디어 코먼스
폐암 세포.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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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질환 치료제 베타차단제, 암세포 휴면 유지에 효과

연구진은 암 재발 차단에 대한 단서도 찾았다. 심장 박동 속도를 줄여주는 베타차단제(Beta blocker)를 쥐에 투여한 결과, 암 세포가 깨어나지 않고 휴면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걸 확인했다. 베타 차단제는 노르에피네프린의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고혈압, 협심증, 심부전증 등에 널리 사용되는 심장질환 치료제다.

물론 이번 연구 결과만으로 이 약물의 임상 치료 효과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연구진은 베타차단제나 그 화합물을 암 재발 진행을 억제하는 잠재적 치료제로 평가할 수는 있지만, 실제 임상에 적용하려면 더 복잡한 모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페레고 박사는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호중구의 활성과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의 변화를 잘 들여다보면 암 재발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를 간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불리는 스트레스는 암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특별한 관리가 필요함을 일깨워준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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