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호르몬 높아지면서 휴면 암세포 깨어나
만병의 근원이라는 스트레스는 암 재발에도 깊이 관여한다. 픽사베이
백혈구 가운데 하나인 호중구. 위키백과
스트레스 호르몬-호중구-휴면 암세포의 `삼각고리' 연구진은 이어 수술 치료를 받은 80명의 폐암 환자 혈액을 조사했다. 이 가운데 17명은 수술 후 3년 이내에 암이 조기 재발한 사람들이었다. 논문 주저자인 미켈라 페레고(Michela Perego) 교수는 암 조기 재발 환자는 암이 재발하지 않거나 휴면 기간이 긴 환자들(63명)에 비해 염증성 단백질의 혈중 수치가 더 높았다고 설명했다. 페레고 교수는 그러나 스트레스 자체가 휴면 암세포를 깨우는 유일한 요인이라는 걸 말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암 세포가 휴면 상태에서 깨어나려면 일련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페레고 교수는 의료전문지 `스탯뉴스' 인터뷰에서 “휴면 세포가 깨어나려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깨어나지 않는다”며 “호중구가 있어야 하고 또 호중구가 활성화해야 하며, 이어 이것들이 특정 지질을 방출해 암세포를 깨워야 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이 일련의 과정의 출발점이다. 페레고 교수는 “휴면 암세포와 스트레스 호르몬, 호중구는 일종의 삼각고리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폐암 세포. 위키미디어 코먼스
심장질환 치료제 베타차단제, 암세포 휴면 유지에 효과 연구진은 암 재발 차단에 대한 단서도 찾았다. 심장 박동 속도를 줄여주는 베타차단제(Beta blocker)를 쥐에 투여한 결과, 암 세포가 깨어나지 않고 휴면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걸 확인했다. 베타 차단제는 노르에피네프린의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고혈압, 협심증, 심부전증 등에 널리 사용되는 심장질환 치료제다. 물론 이번 연구 결과만으로 이 약물의 임상 치료 효과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연구진은 베타차단제나 그 화합물을 암 재발 진행을 억제하는 잠재적 치료제로 평가할 수는 있지만, 실제 임상에 적용하려면 더 복잡한 모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페레고 박사는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호중구의 활성과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의 변화를 잘 들여다보면 암 재발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를 간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불리는 스트레스는 암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특별한 관리가 필요함을 일깨워준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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