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스마트폰의 ‘카툭튀’ 문제를 해결할 초박막렌즈 기술을 개발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포항공대 등 국내 연구팀이 기존 굴절렌즈보다 1만배 얇은 초박막렌즈를 개발해 얇은 휴대폰에 카메라가 돌출되는 이른바 ‘카툭튀’ 문제를 해결할 해법을 찾았다.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및 화학공학과 노준석 교수 연구팀은 1일 “기존 굴절렌즈의 성능은 그대로 지니고 있으면서 두께는 1만배 얇은 적외선 초박막렌즈를 개발하고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도 확립했다”고 밝혔다. 노 교수 연구팀이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이헌 교수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한승훈 마스터 연구팀과 함께 진행한 연구의 논문은 국제 학술지 <미국화학회 나노>(ACS Nano) 이날(현지시각)치에 실렸다.
포항공대 등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초박막렌즈. 기존 렌즈보다 1만배 얇다. 포항공대 제공
연구팀은 기존 굴절렌즈의 무게와 부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유자재로 굴절할 수 있는 메타물질을 쉽게 제작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또 메타물질로 쉽고 저렴하게 렌즈를 만들 수 있는 제작법을 개발했다.
스마트폰이나 디지털일안반사식카메라(디에스엘아르) 등에 들어간 굴절렌즈는 부피를 줄일수록 성능이 저하돼 크고 무거운 한계가 있다. 특히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카메라는 이미지 왜곡을 줄이려 8∼9개의 굴절렌즈로 만들기 때문에 두께를 줄일 수 없어 얇은 카메라에 튀어나오는 이른바 ‘카툭튀’ 현상이 생긴다.
연구팀은 우선 성능은 유지하면서 부피가 작은 렌즈를 개발하기 위해 메타물질에 주목했다. 메타물질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빛의 굴절률을 지닌 인공물질로 초박막 평면렌즈, 고해상도 홀로그램, 투명망토 등 자연물질로는 구현할 수 없는 성능을 보여 과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실리콘 나노복합재 메타렌즈로 제작한 카메라 모듈(왼쪽)로 촬영한 적외선 이미지들(오른쪽). 포항공대 제공
연구팀은 자연물질을 전자빔으로 깎아 만드는 고가의 장비 대신 나노복합재를 이용해 메타물질을 만들었다. 50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실리콘 나노입자를 열을 가하면 굳어지는 열경화성 레진에 분산시켜 나노성형소재를 제작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 방법은 나노입자 종류와 농도에 따라 자유자재로 소재의 광특성을 제어할 수 있을 뿐더러 기존 메타물질 제작 소재보다 제작 비용이 월등히 싸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또 기존에 렌즈를 깎아서 만드는 방법 대신 나노성형소재를 한번의 공정으로 성형할 수 있는 원스텝 프린팅 기술을 개발해 렌즈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기존 기술보다 제작 속도가 100배 이상 빠르고 여러 모양의 기판에서도 작업이 가능해 렌즈뿐만 아니라 몸에 착용하는 다른 기기 제작에도 활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실리콘 기반의 나노복합재와 프린팅 기술로 머리카락 두께보다 100배 이상 얇은 1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 두께의 초박막 메타렌즈를 개발해 실제 광학계와 결합했다. 이렇게 만든 초소형 적외선 카메라모듈로 공기중에서 사람의 피부 속 혈관 분포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노준석 교수는 “스마트폰 카메라뿐만 아니라 적외선 내시경, 폐쇄회로텔레비전(시시티브이), 야간투시경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