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아진 전파력에 항체 방어 능력까지
해외유입 아닌 지역감염 통한 자체 변이
해외유입 아닌 지역감염 통한 자체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입체 모형도. 빨간 부분이 세포 침투 도구인 돌기 단백질이다. 위키피디아
바이러스 백신 접종. 위키피디아
“바이러스와 백신 사이에 ‘고양이와 쥐’ 게임” 항체에는 감염 후 형성된 것과 백신 접종으로 형성된 두 종류가 있다. 감염 후 형성된 항체는 일반적으로 백신을 통해 생긴 항체보다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484K 변이는 일단 완치환자의 몸에 형성된 항체에 대해 회피 능력이 있음이 확인됐다. 지난해말 사전출판 논문집 `바이오아카이브'에 발표된 미국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회복 환자 8명을 대상으로 이 변이의 영향을 조사한 결과, 세사람한테서는 항체 효과가 최대 90%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네사람한테서는 별다른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최근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E484K 변이에서는 백신 효과가 일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빈드라 굽타 교수가 이끄는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이 2차 변이와 똑같은 `유사 바이러스'를 만들어 화이자백신 접종자한테서 추출한 혈청을 섞어 살펴봤다. 그 결과 E484K가 세포 감염을 막는 데 필요한 항체 혈청의 양을 크게 증가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이 변이가 바이러스의 면역 회피력을 높였다는 걸 말해준다. 그렇다면 새로운 백신을 개발해야 할까? 인플루엔자의 경우, 보통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4배 이상의 항체 감소 현상이 나타나면 새로운 백신을 개발해 대응한다. 최근 사전출판논문집 `바이오아카이브'에는 이와 관련한 미국과 영국의 세가지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으로 변이 바이러스의 항체 감소 효과를 실험한 결과, 미국의 두 연구에선 각각 1.48배, 1~3배 감소 현상이 나타났다. 영국 연구에선 5명 중 3명한테서 항체 형성이 4배 이상 감소했다. 영국과 미국 연구의 차이점은 미국에선 남아공 변이를 사용한 반면 영국에선 최근의 신종 변이를 사용한 것이다. 이 연구 결과만 놓고 보면 영국의 신종 변이가 더욱 위험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 표본수가 워낙 적어 백신 효과의 감소 여부를 놓고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다. 더욱이 케임브리지 연구는 백신 2회 접종 중 1회 접종 상태에서 진행했다. 굽타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여전히 최선의 방어책은 백신 접종"이라고 강조했다. 어쨌든 백신은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걸 더 어렵게 함으로써 E484K 변이나 다른 위험한 변이에 감염될 가능성을 낮춰주기 때문이다. E484K 변이는 12월 초 처음 확인된 브라질 변이(P1)에서도 나타난다. 현재 10여개국에서 검출 보고가 나왔다. 이 변이 역시 브라질 내에서 자체 변이를 일으킨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다만 브라질 변이는 아직까지 남미 이외의 지역에서는 지역 감염을 통한 전파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두 달 전 처음 발견된 남아공 변이는 현재 한국, 일본을 포함해 30여개국에 퍼져 나간 상태다. 영국발 B117 변이는 70여개국으로 확산됐다.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를 완치하는 성과를 거둬 2020년 시사주간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린 굽타 교수는 “이제 우리는 바이러스와 백신 사이에서 ‘고양이와 쥐’ 게임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러자면 바이러스가 백신과 우리 몸의 면역 체계에서 살아날 방법을 찾아내듯 제조업체도 백신을 계속해서 재설계해야 한다. “인플루엔자와 함께 살며 매년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과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전망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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