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비어런스에 실려 60만년만에 고향으로 돌아간 화성 운석. 나사 제공
18일(현지시각) 화성 땅에 안착한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6륜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에는 이색 물건들이 몇가지 실려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60만년만에 고향으로 돌아간 화성 운석이다. ‘SaU008’란 이름의 이 운석은, 퍼시비어런스의 로봇팔 끝에 달려 있는 유기물질 분석 장비 ‘셜록’ 안에 들어 있다.
1999년 중동 오만의 사막에서 발견돼 그동안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이번에 귀향했다. 4억5천만년 전 화성에서 형성된 이 운석은 60만~70만년 전 소행성이나 혜성 충돌로 튕겨 나온 뒤 우주를 떠돌다 1천년 전 지구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현무암이다. 이 가운데 이번에 가져간 것은 동전 크기 만한 조각이다.
나사가 화성 운석을 다시 화성으로 가져간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분석기 셜록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판단하고 오류를 보정하기 위해서다. 다른 하나는 화성 땅에서 어떤 표본을 수집할지 판별하는 기준 잣대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퍼시비어런스의 셜록 장비에 코인 형태로 들어 있는 차세대 우주복, 헬멧, 장갑 소재들. 나사 제공
셜록에는 이것 말고도 향후 화성에서 사용할 우주복과 장갑, 헬멧 소재가 실려 있다. 나사는 실제 화성 환경이 이 소재들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우주복 소재는 소방관 복장에 사용하는 내열성 소재인 노멕스, 통기성 방수 소재인 고어텍스, 방탄조끼에 사용되는 케블라 3가지를 합쳐서 만든 것이다. 장갑 소재로는 잘 찢어지지 않는 성질을 가진 벡트란(손바닥용), 손등 부분에 쓸 테플론을 보냈다. 헬멧 소재로는 잘 부서지지 않는 폴리카보네이트를 실었다. 현재 국제우주정거장 우주비행사들의 우주복에 쓰고 있는 소재다. 퍼시비어런스의 슈퍼캠에도 ‘자가미’라는 이름의 작은 운석 조각이 있다. 이것 역시 카메라 보정을 위한 것이다. 퍼시비어런스의 운석이 화성으로 간 첫 운석은 아니다. 현재 화성 궤도를 돌고 있는 탐사선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에도 운석이 있다.
왼쪽은 코로나19 의료진에 대한 경의의 뜻을 담은 상징물(빨간색 원이 부착 위치), 오른쪽은 1090만명의 이름을 새긴 마이크로칩이 부착된 판.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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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탑승권 받은 1090만명 이름 새긴 칩
퍼시비어런스에는 또 캠페인을 통해 모은 1093만2295명의 이름을 새긴 3개의 마이크로칩이 있다. 이는 2019년 5~9월 온라인을 통해 진행한 `당신의 이름을 화성에 보내세요'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이다. 이들에겐 가상의 화성행 탑승권이 발급됐다. 터키에서만 200만명 이상이 이름을 올렸으며 이어 인도 170만명, 미국 140만 차례였다. 한국에서도 수만명이 가상 탑승권을 받았으며, 신청자 국적엔 북한도 포함돼 있다. 전자빔을 이용해 칩에 새겨넣은 가상 탑승자들의 이름 글씨 크기는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1(75나노미터)보다 작다고 한다.
기자가 발급받은 가상의 화성행 우주선 탑승권.
나사는 우주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화성 탐사 때마다 이런 행사를 벌이고 있다. 2011년 큐리오시티에는 120만명의 이름을 적은 마이크로칩이 탑재된 바 있다. 나사는 현재
웹사이트(https://mars.nasa.gov/participate/send-your-name/mars2020)를 통해 다음 화성행 티켓 예약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22일 기준으로 544만명이 예약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았다.
코로나19 전염병과 싸우고 있는 의료인들에 대한 경의의 뜻을 담은 알루미늄판도 퍼시비어런스 아래쪽 바퀴 옆 섀시에 부착돼 함께 갔다. 지구를 떠받치고 있는 지팡이와, 이를 휘감고 있는 뱀을 형상화한 것인데 의술을 상징하는 이미지라고 한다.
퍼시비어런스에 탑재된 고해상도 카메라 마스트캠Z에는 지구의 초기 생명체 이미지를 그려넣은 장식품이 있다. 나사는 “생명체의 흔적을 찾기 위해 왔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기사는 2021년 2월22일 가상 탑승권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