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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 충돌 에너지는 어디서 왔을까?

등록 2021-03-09 08:59수정 2021-03-09 09:27

[윤복원의 물리상식으로 푸는 요즘 세상]
지구 중력에 의한 충돌 속도는 초속 11.2km
태양 중력까지 가세하면 초속 16.7km 이상
소행성 충돌 에너지는 출처: pixabay.com
소행성 충돌 에너지는 출처: pixabay.com

공룡 멸종은 소행성 또는 혜성이 지구에 충돌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6600만년전 공룡이 멸종했던 시기에 해당하는 지층에는 이리디움(Ir: Iridium 원소번호 77)이라는 원소가 유난히 많이 있다. 소행성이나 혜성에 이리디움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해당 지층에서 나오는 이리디움 원소는 소행성이나 혜성의 충돌로 지구 표면에 퍼진 결과로 보고 있다.

당시 소행성의 충돌로 만들어진 지름 150km의 충돌구 흔적이 멕시코 유카탄에 남아 있다. 최신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 충돌구의 해당 지층에서도 이리디움이 발견되어, 이 충돌구를 만든 소행성 충돌이 공룡을 멸종시겼다는 것을 뒷받침한다.[1] 과학자들은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의 크기와 질량, 그리고 속도에 대한 연구도 했는데, 최신 연구 결과는 지름 17km의 암석 소행성이 초속 12km의 속도로 충돌했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2]

무엇이 소행성을 이토록 빠른 속도로 지구로 날아들도록 만들었을까? 주요 원동력의 하나가 바로 지구의 중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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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충돌 속도의 원동력은 행성의 중력

강력한 소행성 충돌 에너지는 공룡을 멸종시켰다. 게티이미지뱅크
강력한 소행성 충돌 에너지는 공룡을 멸종시켰다. 게티이미지뱅크

지구위에서 물건을 떨어뜨리면 중력에 끌려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떨어진다. 지구 대기권 밖의 우주에 있는 물체도 마찬가지다. 달만큼 떨어진 위치에 가만히 있는 물체가 지구의 중력에 끌려 지구에 떨어진다면 지구에 충돌하는 속도는 초속 11.1km에 이른다. 지구 중력만 있고 공기저항은 없다고 가정했을때의 속도다.

지구표면에서 지구중력을 완전히 벗어나려면 ‘지구중력 탈출속도’인 초속 11.2km의 속도를 내야한다. 거꾸로 지구에서 충분히 먼곳에 있는 물체가 지구 중력에 끌려와 지구에 충돌하는 속도도 지구중력 탈출 속도인 초속 11.2km다. 달만큼 떨어진 거리에서 지구로 떨어진 물체의 속도와 거의 비슷하다.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달보다 충분히 먼 곳에 있는 소행성이 지구 중력에 끌려 지구와 충돌하는 속도는 적어도 ‘지구중력 탈출속도’인 초속 11.2km이고, 이 속도를 만드는 원동력은 지구 중력이라는 얘기다.

소행성이 다른 행성에 부딪친다면 충돌속도는 달라진다. 중력 탈출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중력 탈출속도가 초속 5.03km인 화성에 부딪치는 소행성의 속도는 초속 5.03km까지 내려간다. 반면 중력 탈출속도가 초속 59.5km인 목성에 부딪치는 소행성의 속도는 적어도 초속 59.5km다. 소행성의 충돌 속도가 행성의 중력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10km 크기의 암석 소행성 두개가 서로 부딪힌다면 충돌 속도는 초속 6m 정도까지 떨어진다. 지구에 충돌하는 소행성 속도의 1900분의 1 수준이다. 지구 중력의 영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까지는 태양 중력의 영향을 포함하지 않고 계산한 결과다.

태양 중력의 영향이 더해지면 충돌 속도는 더 커진다. 태양계 먼 외곽에 있던 소행성이 지구에 다가와 부딪친다고 가정하자. 처음에는 주로 태양 중력으로 끌려오고, 이후 지구에 가까워지면 지구 중력으로 끌려온다. 이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속도는 초속 16.7km에 이른다. 이 속도는 지구 중력뿐만 아니라 태양 중력까지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속도인 ‘제3 우주속도’다. 지구 표면에서 지구와 태양의 중력 모두를 벗어나기 위한 탈출 속도다. 제3 우주속도는 거꾸로 먼 태양계 외곽에 위치하는 물체가 태양과 지구 중력에 끌려와 지구에 부딪치는 속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라면 제3 우주속도도 달라진다. 만약에 지구가 공전하는 곳에 10km 크기의 소행성이 공전하고 있고, 같은 크기의 다른 소행성 하나가 태양계 외곽에서부터 날아와 서로 부딪친다고 하자. 소행성의 아주 작은 중력으로 지구 중력을 대신하는 상황이다. 이들이 부딪히는 속도는 적어도 초속 12.3km 수준이다. 지구의 제3 우주속도에 비해 속도가 일부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빠른 속도다. 태양 중력의 영향이 상당히 큰 것을 알 수있다.

6600만년 전 소행성이 충돌했던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칙술루브 충돌분지. 위키미디어 코먼스
6600만년 전 소행성이 충돌했던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칙술루브 충돌분지.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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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 핵폭탄 47억개가 터진 것과 같아

이제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 충돌 에너지를 살펴보자.

크기가 수십km 또는 그 이하 소행성은 자체 중력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동그란 공 모양이 아닌 울퉁불퉁한 모양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계산 편의상 소행성의 모양이 공모양이라고 가정하자. 최근 논문에서 언급한 지름 17km인 암석 소행성의 밀도가 지구 겉표면의 밀도와 비슷하다고 하면, 질량은 6조8천억톤에 이른다.[2] 만약에 얼음 소행성 또는 혜성이라면 2조7천억톤에 이른다.

소행성이 충돌하기 전의 공전궤도가 지구의 공전궤도와 비슷했다면, 지구와 비슷한 속도로 태양 주위를 공전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충돌 전 지구와 가까워져 지구의 중력에 끌렸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소행성이 지구 중력만으로 끌려 가속되기 때문에, 지구와 충돌하는 속도는 ‘지구중력 탈출 속도’인 초속 11.2km 또는 이보다 약간 더 빠른 속도였을 거라고 추정할 수 있다.

만약에 지름 17km의 암석 소행성이 초속 11.2km로 지구에 충돌했다고 가정하고 충돌 당시 운동에너지를 계산하면, 그 크기는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 47억개가 터지는 에너지와 맞먹는다. 만약에 같은 크기의 얼음 혜성이 똑같은 속도로 지구와 충돌했다면, 충돌 당시 운동에너지는 나가사키 핵폭탄 18억개가 터지는 에너지와 맞먹는다.

태양 중력까지 더해지면 파괴력은 더 커진다. 소행성이나 혜성이 태양계 먼 외곽에서 오면 지구와 충돌하는 속도는 적어도 지구의 ‘제3 우주속도’인 초속 16.7km다. 지름 17km의 암석 소행성이 초속 16.7km의 속도로 충돌할 때의 운동에너지는 나카사키 핵폭탄 에너지의 105억배에 이른다. 얼음 혜성이라면 나가사키 핵폭탄 에너지의 40억배다. 태양의 중력이 더해지면서 충돌할 때의 에너지가 2배 이상 커진 셈이다.

나가사키 핵폭탄 투하 당시엔 폭탄이 떨어진 곳에서 1.6km 이내의 모든 건물이 복구 불가능한 수준으로 파괴됐다고 한다.[3] 이 정도 파괴력이면, 같은 핵폭탄 6천만개로 지구 어느 곳의 건물도 복구 불가능한 수준으로 파괴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지름 17km의 소행성이나 혜성이 지구와 부딪칠 때 운동에너지는 지구표면을 수십번 또는 수백번 파괴할 수 있는 수준이다.

2029년 아포피스의 지구 근접 통과 예상 궤적. 위키미디어 코먼스
2029년 아포피스의 지구 근접 통과 예상 궤적.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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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아포피스’가 지구에 부딪친다면?

8년 후인 2029년 4월13일에 소행성 ‘아포피스’(Apophis)는 지구에 31300km로 근접해 스쳐 지나간다고 한다.[4] 이 소행성은 태양에 가까울 때는 태양에서 1억1161만km, 태양에서 가장 멀 때는 1억6444만km 떨어진 타원 모양으로 공전한다.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가 약 1억5천만km인 것을 고려하면, 지구의 공전궤도와 상당히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지구와 부딪친다면 지구중력 탈출속도인 초속 11.2km보다 조금 큰 정도다.

미국 항공우주국은 소행성 ‘아포피스’의 질량을 4100만톤으로 추정하고 있고, 지구와 충돌한다면 대략 초속 12.6km로 충돌할 것으로 본다.[5] 태양 중력의 영향이 비교적 작은 경우다. 이 소행성이 초속 12.6km로 지구에 부딪친다고 가정하면, 부딪칠 때의 운동에너지는 나가사키 핵폭탄 3만6천개가 터지는 에너지에 해당한다. 이 정도면 한반도 크기보다 더 넓은 면적 안의 모든 건물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 에너지다.

윤복원/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전산재료과학센터·물리학)

bwyoon@gmail.com">bwyoon@gmail.com

주:

[1] “Globally distributed iridium layer preserved within the Chicxulub impact structure”, S. Goderis, et al., Science Advances 7, eabe3647 (2021)

[2] "A steeply-inclined trajectory for the Chicxulub impact", G.S. Collins, et al. Nature Comm. 11, 1480 (2020). “Assessments of the energy, mass and size of the Chicxulub Impactor”, H.J. Durand-Manterola, G. Cordero-Tercero, arXiv:1403.6391, https://arxiv.org/abs/1403.6391

[3] "Radiation Dose Reconstruction U.S. Occupation Forces in Hiroshima and Nagasaki, Japan, 1945–1946 (DNA 5512F)", W. McRaney and J. McGahan, CONTRACT No. DNA 001-80-C-0052 (1980).

[4] "JPL Small-Body Database Browser: 99942 Apophis (2004 MN4)", NASA, https://ssd.jpl.nasa.gov/sbdb.cgi?sstr=99942;cad=1

[5] "99942 - Earth Impact Risk Summary", NASA. https://cneos.jpl.nasa.gov/sentry/details.html#?des=99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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