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구소 세종과학기지 드론 촬영 21세기 들어 물범 장기관측 첫 보고 새끼들 태어난 지 20일도 안돼 수영
남극 세종기지 인근에서 관찰한 웨델물범 어미와 새끼. 극지연구소 제공
극지연구소가 남극에서 물범 새끼들이 태어나 자라는 모습을 4년 동안 드론으로 촬영해 공개했다. 이번 세기 들어 물범의 장기 관측이 보고되기는 처음으로, 남극 생태계 변화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극지연구소는 11일 “남극 세종과학기지 인근에서 4년 동안 지켜본 물범의 생후 모습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물범은 남극의 상위 포식자로, 기후변화가 남극 생태계에 가져올 변화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생물지표 가운데 하나이다. 물범의 주요 먹이는 오징어 같은 연체류나 물고기로, 빙하와 바다얼음이 사라지면서 이들 개체수가 줄어 물범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남극 세종기지 인근에서 관찰한 웨델물범 어미와 새끼. 극지연구소 제공
‘펭귄박사’로 유명한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세종과학기지가 있는 남극 킹조지섬에서 2015년부터 4년 동안 모두 7쌍의 ‘웨델물범’ 어미와 새끼를 관찰해왔다. 첫해에는 세 쌍이 관찰됐지만 다음해에는 번식 대상을 찾지 못했다. 이후 2017년과 2018년에는 각 두 쌍씩 관찰됐다. 킹조지섬이 위치한 남셰틀랜드 군도에서 이뤄진 물범의 장기 관측연구가 21세기 들어 학계에 보고되기는 처음이다.
새끼 웨델물범들은 남극에서 봄이 시작되는 9월19∼25일에 태어났다. 연구팀은 “남극 고위도 지역보다 보름 이상 이른 것으로 따뜻한 계절이 저위도에 먼저 찾아온 영향”이라며 “지구온난화가 웨델물범의 번식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2015년에는 출산 뒤 모습까지 촬영할 수 있었다. 새끼 웨델물범 두 마리는 탄생 18~19일이 지나 첫 수영에 나섰고, 3~6일 뒤에는 첫 털갈이를 했다.
남극 킹조지섬 해안가 남방코끼리물범 서식지를 촬영한 드론 사진. 극지연구소 제공
한편 연구팀은 드론 촬영의 새로운 기법을 도입해 새끼 물범의 양육 모습을 먼 거리에서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최대 30도 넘게 차이나는 물범과 주변 얼음의 온도차를 이용해 열적외선 카메라를 부착한 드론으로 남방코끼리물범의 성체와 새끼를 구별해낸 것이다. 남방코끼리물범은 웨델물범과 마찬가지로 남극 연안에 폭 넓게 서식하며 세종기지 인근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해양포유류이다.
연구팀 연구 성과는 수의과학 분야 학술지 <애니멀스> 2020년 12월호 등에 실렸다. 이원영 선임연구원은 “남극 상위포식자인 물범의 관측 범위를 시·공간 모두 확대하고 있다”며 “모은 관측 자료를 활용하면 남극 생태계와 기후변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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