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문연-체코 카렐대 공동연구 팽이처럼 비틀거리며 자전과 세차운동 동시에 낮과 밤 복사에너지 차이가 궤도 바꾸는 원인
2017년 10월 지구에 5만㎞ 거리까지 접근한 소행성 ‘2012 티시4’의 상상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 등 국제공동연구팀이 쓰러지기 직전 팽이처럼 비틀거리는 소행성 ‘2012 티시4’(TC4)의 특이한 자전 운동 원인이 낮과 밤 온도 차이로 방출하는 복사에너지가 달라 궤도에 변화가 생겨서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천문연은 18일 “소행성 티시4가 일반적인 소행성과 달리 비주축 자전운동을 하는 모습을 포착하고 관측 자료를 분석해 자전주기가 5년 만에 18초 빨라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티시4는 ‘소행성들의 고향’인 화성과 목성 궤도 사이 공전하는 소행성대에 위치한 소행성으로, 2012년과 2017년에 지구로부터 각각 9만5천㎞와 5만㎞ 거리까지 접근했다. 티시4는 소행성 분류상 지구 궤도와 만나는 아폴로 그룹에 속한다.다음에 지구와 가까워지는 때는 2048년 9월5일로 거리는 5174만㎞ 떨어져 지나간다. 2034년 9월30일에는 화성과 748만㎞까지 가까워진다.
천문연과 카렐대 공동연구팀은 ‘국제소행성경보네트워크’(IAWN)가 관측한 데이터를 분석해 2012∼2017년 5년 사이에 티시4의 자전 속도가 18초 빨라졌다는 것을 알아냈다. 국제소행성경보네트워크는 근지구소행성을 발견해 추적하고 일정 수준의 위협이 예측되면 경보를 발령하는 기구로, 천문연 등 세계 21개 천문대가 참여하고 있다.
연구팀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는 소행성이 자전하며 반사하는 태양빛의 밝기 변화를 역산해 3차원(3D) 모델을 만들었다. 그 결과 티시4는 비주축 자전 소행성임이 밝혀졌다. 죽어가는 팽이가 돌면서 축 자체가 비틀거리는 것처럼 티시4는 자전을 하면서, 동시에 축 자체가 흔들리는 세차 운동을 했다. 티시4의 자전 주기는 27.8분, 세차 주기는 8.5분으로 빠르게 회전하고 있다.
소행성 2012 티시4는 가로 15m, 세로 8m의 작은 천체이다. 위키미디어커머스 제공
연구팀은 또한 이런 비주축 자전이 소행성이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고 방출하는 과정에 생기는 이른바 ‘요프 효과’ 때문에 발생한다는 사실을 구명했다. 티시4는 크기가 가로 15m, 세로 8m의 작은 소행성으로 낮과 밤의 온도 차가 크다. 자전 때문에 낮인 지역은 금세 뜨거워지고 밤 지역은 금세 차가워진다. 소행성에서 방출하는 에너지에 상당한 차이가 나고, 이로 인해 요프 효과라는 힘이 만들어져 소행성을 조금씩 한 방향으로 밀어내며 궤도에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지구도 자전하기 때문에 낮과 밤의 온도 차로 요프 효과가 나타나지만 지구처럼 크고 무거운 천체에서는 무시할 만큼 그 힘이 작다. 연구를 주도한 이희재 천문연 우주과학본부 연구원은 “작고 가벼운 소행성들에는 요프 효과가 천체의 지름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힘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 논문은 미국천문학회의 학술지 <천문학 저널>에 실렸다.
천문연이 직접 탐사 임무를 계획하고 있는 소행성 아포피스도 비주축 자전을 한다. 아포피스는 2029년 4월14일 지표면에서 3만1천㎞ 상공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천문연은 아포피스 탐사 임무 계획에 이번 티시4 연구 결과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