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게임을 하는 중장년층이 삶에 대한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디지털 게임을 하는 중장년층이 삶에 대한 긍정이나 타인과의 관계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연구 분석이 나왔다. 게임이 사람들을 고립시킨다는 통념을 뒤집는 결과여서 주목된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도영임 초빙교수 연구팀은 18일 “다른 사람과 함께 디지털 게임을 하는 중장년층이 혼자 게임을 하거나,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삶의 만족 등 웰빙지수와 타인과의 관계 인식인 사회적 지지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국제학술지 <엔터테인먼트 컴퓨팅>에 실렸다.
50∼60대 중장년층의 디지털 게임에 대한 인식과 웰빙지수, 사회적 지지 만족도 조사 결과.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제공
연구팀은 50∼60대 중장년층(평균 나이 59.2살) 19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 이용자 실태 조사에서 50대는 56.8%가 디지털 게임을 하며, 60∼65살은 35%가 게임을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팀은 설문 결과를 토대로 다른 사람과 함께 게임을 하는 그룹과 게임을 혼자 하는 그룹, 게임을 하지 않는 그룹으로 나눠 웰빙지수, 사회적 지지 만족도, 게임에 대한 인식 등의 차이를 분석했다. 웰빙지수는 ‘나는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웰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삶은 만족스럽다’ 등 아홉가지 질문에 대한 점수를 매기도록 해 조사했다. 사회적 지지 만족도는 ‘나는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나는 속마음을 털어놓거나 내 문제에 대해 이야기 나눌 사람이 있다’ 등 여덟가지 문항의 점수로 도출했다.
중장년층이 주로 즐기는 게임 종류.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제공
분석 결과 중장년층에서 게임을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사람이 게임을 혼자 하는 사람이나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보다 웰빙지수와 사회적 지지 만족도가 높았다. 또 게임을 혼자 하는 사람이 안 하는 사람보다 사회적 지지 만족도가 높게 나왔다.
하지만 게임을 누군가 함께 하는 사람들 중에 비대면으로 하는 경우와 대면으로 하는 경우에 웰빙지수나 사회적 지지 만족도에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게임 이용자들은 게임을 하지 않는 중장년층에 비해 ‘게임은 창의성이나 집중력 향상, 두뇌 계발 등에 도움이 된다’ ’가족이 함께 게임을 즐기면 관계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등의 긍정적 인식에 더 많은 동의를 나타냈다.
디지털 게임을 하는 중장년층의 웰빙지수가 높다는 사실을 규명한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도영임 초빙교수(왼쪽)와 이세연 박사과정생. 카이스트 제공
설문에서 중장년층이 주로 하는 게임은 애니팡, 테트리스 같은 퍼즐게임과 고스톱, 바둑 같은 온라인 보드게임인 것으로 조사됐다.
도영임 교수는 “연구 결과가 중장년층에서 게임을 하면 웰빙지수가 높아진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장년층 게이머들이 경험하는 게임의 긍정적인 사회정서적 구실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