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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인공자궁 돌파구 열렸나, 유리병 속 생쥐 태아 심장이 뛰었다

등록 2021-03-19 11:15수정 2021-03-19 13:27

임신 전기간 20일 중 11일까지 시험 성공
장기조직 형성까진 처음…“중대한 이정표”
인공자궁에서 생쥐 태아의 심장이 뛰는 모습.
인공자궁에서 생쥐 태아의 심장이 뛰는 모습.

40여년 전 등장한 인공수정 기술은 불임부부들에게 희망의 빛이 됐다. 그러나 자궁에 문제가 있는 경우엔 이마저도 별 소용이 없다.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0년 이후 인공자궁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인공자궁 기술은 특히 임신으로 인한 여러가지 제약과 위험에서 여성들을 해방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2017년 미국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연구진이 양의 태아를 인공자궁에서 4주간 키운 바 있으나, 이 양의 태아는 실험 시작때 이미 장기 조직을 갖고 있었다.

회전하는 유리병 속의 생쥐 배아. 와이즈만과학연구소 제공
회전하는 유리병 속의 생쥐 배아. 와이즈만과학연구소 제공

이스라엘 와이즈만과학연구소 과학자들이 생쥐의 배아를 인공자궁에서 자라게 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1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밝혔다.

이번 연구의 주목적은 인공자궁 실험이 아니라 포유류의 발달 과정에서 유전자 돌연변이나 영양소, 환경 조건이 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인공자궁 기술이 훗날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과학계는 주목하고 있다.

인공자궁 역할을 한 유리병. 네이처
인공자궁 역할을 한 유리병. 네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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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걸려 개발 성공…1000개 이상 배아 실험

연구진은 논문에서 임신 5일째인 생쥐의 자궁에서 250개의 세포로 분화된 배아를 떼내 인공자궁으로 옮긴 뒤 이곳에서 6일 동안 더 자라게 했다고 밝혔다.

이는 생쥐 배아 발달 전단계의 절반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생쥐의 전체 임신기간은 약 20일이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1000개 이상의 배아를 이런 식으로 인공자궁에서 성장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연구진은 논문에서 밝힌 것 이상의 연구도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와이즈만연구소의 제이콥 하나(Jacob Hanna) 박사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수정 며칠 후가 아닌 수정 당일에 암컷 생쥐의 난관에서 수정란을 채취해 인공자궁에서 11일 동안 성장시켰다고 말했다.

이번처럼 장기간 인공자궁 내에서 배아를 성장시킨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은 기껏해야 하루이틀 정도였다. 독일 막스플랑크분자유전학연구소의 알렉산더 마이스너 박사는 “이 정도까지 나아간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이번 연구에 대해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이번 성과는 연구진이 지난 7년 동안 인큐베이터와 영양소 및 환기 시스템 개발 작업을 해온 끝에 얻은 것이다. 연구진은 생쥐의 배아를 인큐베이터 속의 특수 영양액이 든 유리병 속에 넣었다. 그런 다음 배아가 유리병 벽에 달라붙지 않도록 천천히 회전시켰다. 또 인큐베이터에 환기 장치를 연결해 생쥐 배아에 적절한 압력과 비율로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공급해줬다.

인공자궁에서의 날짜별 배아 발달 상황. 네이처
인공자궁에서의 날짜별 배아 발달 상황. 네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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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 지나 태아 단계로…배반포 유사체 배양도 성공

임신기간의 절반이 지난 배아 발달 11일째 되는 날 연구진은 사과씨 크기 정도까지 자란 배아를 살펴봤다. 그 결과 실험실 배아가 살아있는 생쥐의 자궁에서 자라는 배아와 똑같은 상태임을 확인했다. 배아에서는 팔다리, 순환계 및 신경계가 정상적으로 발달하고 있었으며 심장이 뛰는 속도도 분당 170회로 정상이었다. 배아를 지나 태아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연구진은 그러나 실험을 여기서 멈춰야 했다. 수정란보다 10배나 커진 배아는 이제 별도의 혈액 공급 없이는 생존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기 때문이었다. 기존의 영양액만으로는 부족했다. 하나 박사는 이 장애물을 넘는 것이 다음 목표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더 풍부한 영양액이나 인공혈액을 공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같은날 `네이처'에는 수정란 없이 실험실에서 인간 배반포 유사체를 배양한 두가지 연구 결과도 실렸다. 호주 모나시대 연구진은 피부 세포를 재프로그래밍한 뒤 배양해서,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병원 연구진은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해서 각각 배반포와 비슷한 입체 구조를 만들었다. 배반포는 수정한 지 며칠 지나 형성되는데, 향후 장기와 조직으로 자랄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들이 생겨난 상태를 말한다. 이 기술과 이스라엘의 인공자궁 기술을 결합하면 이론적으론 실제 수정란과 자궁 없이도 생명체의 배아 발달 과정을 연구할 수 있게 된다.

인공자궁에 넣은 지 4일째의 모습. 와이즈만연구소
인공자궁에 넣은 지 4일째의 모습. 와이즈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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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 연구 기간 제한 놓고 생명윤리 논란 불가피

이번 연구가 과학계에 던지는 질문은 사람한테도 이 기술을 확장해 적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이런 실험을 인간 배아를 대상으로 할 수는 없다. 현재 인간 배아 연구는 수정 후 14일까지만 허용돼 있다. 연구를 더 진행시키기 위해선 이 장벽부터 뛰어넘어야 한다. 하나 박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인터뷰에서 “장기 조직이 발달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과학자들에게 5주차까지는 허용됐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생명윤리라는 또다른 차원의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내야 한다.

`사이언스'에 따르면 국제줄기세포연구협회는 현재 14일 제한 지침을 개정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5월에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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