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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다가온 ‘승리호’의 꿈…우주쓰레기, 자석으로 청소한다

등록 2021-03-23 11:24수정 2021-03-23 14:16

일 아스트로스케일, 새로운 우주청소 실험위성 발사
3차례에 걸쳐 저궤도서 ‘고양이-쥐’ 게임 방식 시험
22일 발사된 우주쓰레기 청소 실험 위성. 아스트로스케일 제공
22일 발사된 우주쓰레기 청소 실험 위성. 아스트로스케일 제공
22일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의 차세대 중형위성과 함께 러시아 소유스 로켓에 실려 발사된 위성 중에는 새로운 우주 실험용 위성이 포함돼 있다. 자석을 이용해 우주쓰레기 제거를 실험하는 위성이다.

일본의 신생 우주기업 아스트로스케일(Astroscale)이 쏘아올린 이 우주선은 2개의 위성으로 구성돼 있다. 하나는 우주쓰레기 역할을 하는 표적 위성(17kg), 다른 하나는 청소부 노릇을 할 추적 위성(175kg)이다. 표적 위성에는 자석판이 부착돼 있다.

우주쓰레기 제거 시험은 추적 위성이 표적 위성을 우주공간으로 내보낸 뒤 포획하는 방식으로 저궤도 상공에서 3차례 진행된다. 우주에서 고양이와 쥐 게임을 하는 셈이다.

첫번째 시험에선 표적 위성을 바깥으로 내보낸 직후 곧바로 자석을 이용해 잡아채는 초간단 포획 실험을 한다. 두번째 시험에선 표적 위성을 몇차례 돌린 다음에 포획한다. 마지막 세번째 시험에선 표적 위성을 몇백미터 거리까지 떨어뜨린 뒤, 추적 위성이란 이름에 걸맞게 표적을 찾아내 자석으로 포획한다. 모든 시험은 지상 관제소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아스트로스케일이 2023년 첫 제거 대상인 2단계 로켓을 향해 날아가는 장면(상상도). 아스트로스케일 제공
아스트로스케일이 2023년 첫 제거 대상인 2단계 로켓을 향해 날아가는 장면(상상도). 아스트로스케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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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석 이용은 처음…2023년 첫 ‘종말 서비스’ 시작

자석을 이용한 우주 쓰레기 청소 시험은 아스트로스케일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시도된 시험에선 그물이나 작살, 로봇팔을 이용했다.

아스트로스케일은 시험이 끝나면 두 위성을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지켜 태워버릴 계획이다. 2013년 일본의 IT 기업가 오카다 노부가 설립한 이 회사는 이미 1억달러가 넘는 투자금을 유치한 데 이어,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작사)와 우주쓰레기 제거를 위한 협력 계약을 맺었다. 첫 대상은 우주 공간에 버려진 2단계 로켓이다. 아스트로스케일은 2023년 1단계로 이 로켓을 향해 위성을 발사해 어느 부위에 자석판을 붙일지 등 우주 청소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할 예정이다.

우주쓰레기 제거 사업의 이름은 `종말 서비스'(End-of-Life Services)다. 아스트로스케일은 지금은 추적 위성이 하나의 위성만 포획할 수 있지만 향후 한 번에 3~4개까지 포획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주쓰레기를 포획한 다음은 대기권으로 진입시켜 태워버린다. 아스트로스케일 제공
우주쓰레기를 포획한 다음은 대기권으로 진입시켜 태워버린다. 아스트로스케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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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cm 넘는 우주쓰레기 3만여개…도미노 충돌 경고도

1957년 최초의 위성 스푸트니크 이후 지금까지 우주로 날아간 위성은 1만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현재 우주 공간에 남아 있는 것은 6000여개다. 그중 현재 운용중인 것은 2600여개에 불과하고, 절반 이상은 수명을 다한 상태다. 이들이 잠재적 충돌 위험이 있는 우주쓰레기들이다. 이미 500여건의 크고작은 폭발, 충돌 사고로 인해 많은 우주쓰레기가 우주를 떠돌고 있다.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10cm 이상의 비교적 큰 물체만 해도 3만4천여개다. 1~10cm 크기 조각들은 90만개, 밀리미터 단위의 미세한 조각들까지 합치면 1억개가 넘는다. 2009년에는 러시아의 한 폐기 위성이 이리듐 통신위성과 충돌한 적이 있다. 시속 2만6000마일(4만2000km)의 속도로 충돌한 이 사고로 당시 20만개가 넘는 파편이 우주 공간으로 흩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 큰 문제는 잠재적 쓰레기 후보가 될 위성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 발전으로 위성의 소형화가 가능해져 발사비용 부담이 줄어들면서 세계의 기업들이 위성을 이용한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스페이스엑스를 비롯한 우주인터넷 개발 업체들이 쏘아올리겠다고 밝힌 위성 수만 해도 수만개에 이른다. 시장조사업체 유로컨설트는 해마다 1000여개의 위성이 발사될 것으로 예상한다.

미 항공우주국 궤도파편 연구 수석과학자 돈 케슬러(Don Kessler)는 1978년에 우주 파편의 연쇄충돌 가능성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한 번 충돌한 파편이 그 충격으로 다른 파편과 잇따라 충돌하는 도미노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케슬러 신드롬’이라고 부른다. 현재 예상대로 위성이 늘어난다면 버려진 위성이나 우주를 떠도는 위성 파편들을 미리 제거하지 않을 경우 ‘케슬러 신드롬’이 현실화할 수도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우려한다.

한국 SF영화 ‘승리호’에 등장하는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 예고편 영상 갈무리
한국 SF영화 ‘승리호’에 등장하는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 예고편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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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호의 상상은 현실이 될까

이에 따라 2010년대 이후 우주기술 선진국들은 우주쓰레기 제거 기술 개발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우주의 위험을 없앤다는 명분과 함께 새로운 우주 사업을 창출하는 실리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서는 영국이 매우 적극적이다. 영국은 유럽우주국의 우주 안전 프로그램에 지금까지 약 1억유로를 투자했다. 유럽내 최대 투자자다. 아스트로스케일도 영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영국의 서리대 우주센터는 2018년 그물과 작살로 우주쓰레기를 수거해 대기권에서 태워버리는 실험에 성공한 바 있다.

유럽우주국(ESA)은 2025년 스위스 스타트업 클리어스페이스와 협력해 실제 우주 쓰레기를 청소할 위성 `클리어런스 1호'를 발사할 계획이다. 수거 대상은 2013년에 발사한 100kg의 베스파 위성 잔해다. 네개의 로봇팔로 이 위성을 잡아 대기권으로 진입시켜 태워버린다는 구상이다.

얼마전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 한국 SF영화 `승리호'의 무대는 2092년의 우주쓰레기 청소 우주선이다. 영화처럼 우주 청소부들이 직접 우주선을 타고 쓰레기 수거 작업에 나설지는 알 수 없지만, 우주 쓰레기 제거 사업 자체는 영화가 설정한 시대보다 훨씬 앞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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