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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실제 세포와 똑같이 증식하는 합성세포 탄생

등록 2021-04-06 10:03수정 2021-04-06 21:47

합성세포의 기형적 분열 문제
관련 유전자 7개 추가해 해결
합성생물학 발전에 큰 발걸음

세포 분열하는 합성세포. 크레이그벤터연구소 제공
세포 분열하는 합성세포. 크레이그벤터연구소 제공

합성생물학이 합성세포 기술이 생존을 넘어 번식(분열)까지 온전히 해내는 수준으로 한 단계 진화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엘리자베스 스트리찰스키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실제 박테리아처럼 세포가 똑같은 모양과 크기로 분열하는 합성 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최근 국제 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이 합성세포는 2016년 탄생한 ‘미니멀 셀’(최소 세포)에 유전자 7개를 추가한 것이다. ‘미니멀 셀’이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최소한의 유전자만을 지닌 세포를 말한다. 이 세포는 유전자를 제거한 미코플라스마 박테리아에 화학적으로 합성한 게놈을 주입해 만들었다. 미코플라스마 박테리아는 포유류, 조류에서 발견되는 병원균 가운데 하나다.

세포 분열을 통해 증식하는 합성세포
세포 분열을 통해 증식하는 합성세포

당시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의 크레이그벤터연구소(JCVI)의 크레이그 벤터 연구팀이 세계 처음으로 만들어낸 `미니멀 셀'에 포함된 유전자는 473개였다. 이는 유전자가 4000여개인 대장균의 약 10분의 1 수준이다.

연구소 이름을 따서 JCVI-syn3.0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세포는 실제 자연 세포처럼 증식을 통해 세포 군집을 형성했다. 하지만 세포 분열 과정이 균일하고 균등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딸세포의 모양과 크기가 들쭉날쭉했다.

벤터 연구팀은 세포 성장에 필수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놈 부분을 제거했다. 그러나 연구진이 세포 성장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한 게놈 부분은 세포 분열이 아닌 세포 군집 형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7개의 유전자를 추가해 똑같은 모양으로 분열한 합성세포 (오른쪽)와 모양이 들쭉날쭉하게 분열한 합성세포(왼쪽). 사이언스 매거진
7개의 유전자를 추가해 똑같은 모양으로 분열한 합성세포 (오른쪽)와 모양이 들쭉날쭉하게 분열한 합성세포(왼쪽). 사이언스 매거진

스트리찰스키 박사팀은 이번 연구에서 당시 벤터팀이 실험용으로 만든 다양한 세포주에서 정상적인 세포 분열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76개 유전자를 골랐다.

연구팀은 이 76개 유전자를 합성 박테리아 세포에 다양한 조합으로 주입해보면서 새로 추가된 유전자가 세포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7개 유전자가 균일한 세포 분열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7개 유전자를 `미니멀 셀'에 추가해 실험하니, 예상대로 세포 분열이 균일하게 진행됐다. 7개 유전자 가운데 2개는 이미 세포 분열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이고 나머지 5개는 기능이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었다. 스트리찰스키 박사팀은 새로운 합성세포에 ‘JCVI-syn3A’라는 이름을 붙였다

미네소타대 케이트 아다말라 박사(합성생물학)는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 인터뷰에서 “미니멀 셀에 대한 기초 연구는 생명 현상의 원리와 생명의 진화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아다말라 박사는 이번 연구 성과로 완전히 이해하고 제어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세포를 만들어내는 데 한 발 더 가까워졌다고 평가했다.

위에서부터 2010년 최초의 합성세포(유전자 901개)에서 2016년 최초의 미니멀 셀(유전자 473개), 2021년 새로운 미니멀 셀(유전자 480개) 개발까지 합성세포 개발 연표.
위에서부터 2010년 최초의 합성세포(유전자 901개)에서 2016년 최초의 미니멀 셀(유전자 473개), 2021년 새로운 미니멀 셀(유전자 480개) 개발까지 합성세포 개발 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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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생의학·환경 등 응용 잠재력 막대

합성 세포는 기초 연구 분야이자 생명 공학을 위한 도구적 성격도 있다. 유전자를 이용해 유용한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합성세포 기술의 응용 분야가 농업, 식품, 생의학, 환경 정화 등 매우 광범위하다고 말한다. 뉴욕대 제프 뵈커 교수(합성생물학)는 "이번 연구처럼 생물학적 암호를 교정하고 다듬는 능력이야말로 그 길로 우리를 데려다 주는 아주 큰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크레이그벤터연구소는 게놈 시퀀싱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한 연구기관이다. 2003년 박테리아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를 처음으로 합성한 데 이어 2010년 미코플라스마의 985개 유전자 대신 합성 유전자 901개를 지닌 최초의 합성 박테리아 세포(JCVI-syn1.0)를 만들어낸 바 있다. 이후 이 세포에서 DNA 덩어리를 계속 제거하면서 2016년에는 473개의 합성 유전자만을 지닌 3.0 버전 `미니멀 셀'을 만들어 주목을 받았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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