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m 미만 미세운석 낙하량 추정 결과...일반 운석의 수백배
크기 1mm 미만의 미세운석들이 끊임없이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와 떨어지고 있다. 픽사베이
남극대륙에 쌓인 눈에서 골라낸 미세운석의 전자현미경 사진. CNRS 제공
20년간 오염없는 남극대륙 6차례 원정 방문 프랑스국립과학연구센터(CNRS)를 중심으로 한 국제연구진이 처음으로 미세운석의 연간 낙하량을 추정해 발표했다. 연구진은 15일치로 발행되는 국제학술지 `지구행성과학회보'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난 20년 동안 남극대륙에서 미세운석들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 지구 표면에 떨어지는 미세운석(0.7mm 이하)의 양이 한 해 5200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반면 한 해 지구에 떨어지는 일반 운석의 양은 10톤이 채 안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가 가랑비에 옷 젖듯 운석의 수백배나 되는 엄청난 우주먼지 세례를 받는 셈이다. 연구진은 지구 먼지의 오염이 가장 적은 곳 가운데 하나인 해발 3200미터의 남극 고원에 있는 콘코르디아연구기지 인근 지역에서 미세운석을 수집했다. 해안에서 내륙 안쪽으로 1100km 깊숙히 들어가 있는 이곳은 적설량도 적어, 눈을 녹이면 미세운석을 쉽게 가려낼 수 있다. 연구진은 지난 20년 동안 모두 6차례의 원정을 통해 질량이 350㎍(마이크로그램) 이하인 1280개의 미세운석과 808개의 우주소구체(지구 대기에 진입하면서 녹은 것)를 수집했다. 수집된 입자들의 크기는 30~350마이크로미터(1마이크로미터=0.001mm)였다. 전 세계에 이 입자들이 골고루 내린다는 가정 아래 계산한 결과 미세운석 1600톤, 우주소구체 3600톤이라는 수치가 나왔다. 또 이 입자들이 운반해온 탄소 입자는 20~100톤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이 남극 대륙의 고원지대에서 미세운석을 수집하는 모습. CNRS 제공
해왕성 너머 카이퍼벨트에서 온 혜성이 고향 이 입자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연구진은 입자 밀도를 기준으로 입자들의 고향을 추적했다. 얼음과 먼지로 구성된 혜성에서 왔다면 입자 밀도가 낮고 다공성이 높고, 암석 성분의 소행성에서 왔다면 밀도가 높고 다공성이 낮다. 분석 결과 미세운석의 약 80%는 혜성에서 방출된 것으로 추정됐다. 혜성의 고향은 지구~태양 거리의 30배가 넘는 해왕성 바깥쪽 카이퍼벨트나, 그보다 훨신 더 먼 태양계 외곽이다. 연구진은 시뮬레이션 결과 대부분의 미세운석은 카이퍼벨트에 뿌리를 둔 목성족혜성에서 날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미세운석과 우주소구체. 왼쪽부터 유리질 우주소구체, 암석형 우주소구체, 지구 대기 진입 과정에서 일부가 녹은 미세운석, 녹지 않은 미세운석. CNRS 제공
지구의 물·탄소 분자의 기원 담긴 퍼즐 조각 그러나 연구진이 미세운석이 대기진입 중에 겪는 물리화학적 변화를 모델링한 결과에 따르면 미세운석들이 지구 대기에 진입하기 직전의 총량은 1만5천톤에 이른다. 나머지 약 1만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연구진은 몇가지 가설을 세웠다. 하나는 지금의 수집 방식으로는 우주 입자들이 쉽게 부서져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다. 둘째는 대기로 진입하기 전에 입자들이 산산조각이 나 상당량이 사라졌을 가능성이다. 셋째는 지구와 태양 사이에 실제로 존재하는 성간 입자들의 수가 생각보다 적을 가능성이다. 연구진은 이 가운데 어느 것이 맞는지 알아낼 수 있다면 태양계 형성 초기에 우주 먼지가 지구를 물과 탄소질 분자가 풍부한 행성으로 만드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는 결국 지구 생명 출현의 퍼즐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조각들을 확보하는 과정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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