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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비행사도 주말은 쉰다…지구 사진 찍고 월드컵 보면서

등록 2021-04-16 10:06수정 2021-04-16 10:41

지구 직장인처럼 하루 8시간, 주5일 근무

우주비행사가 여가 활동으로 큐폴라 창에서 푸른 지구를 배경으로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다. 나사 제공
우주비행사가 여가 활동으로 큐폴라 창에서 푸른 지구를 배경으로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다. 나사 제공

"평일엔 오전 9시 출근해 8시간 일한 뒤 퇴근해 휴식을 취하고, 주말 이틀은 여가 활동을 하거나 재충전을 위해 쉰다."

주간 단위로 반복되는 현대 직장인들의 전형적인 일과 유형이다. 고도 400km의 국제우주정거장에서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는 우주비행사들도 지구의 일상 노동자들처럼 쉬어가면서 일을 할까?

최근 미국 잡지 `스미소니언매거진'이 소개한 내용을 보면 우주비행사들도 지상의 직장 노동자들과 비슷한 스케줄로 일한다. 평일 저녁 이후엔 개인 시간을 갖고, 주말 이틀 동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에서 해방된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 HFBP(인간요인 및 행동 성과)팀의 과학자 알렉산드라 화이트마이어는 "우주비행사들에게 압박감을 해소할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는 매일 똑같이 깡통 같은 곳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사람들에겐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 진공 이발기로 머리손질을 하고 있다. 나사 제공
아침에 일어나 진공 이발기로 머리손질을 하고 있다.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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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 기상, 오후 9시30분 취침...하루 2.5시간 운동

다만 여가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일정은 5분 단위로 아주 세밀하고 체계적으로 짜여져 있다. 2004년 나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주비행사의 하루 일정은 세계표준시 기준으로 오전 6시 기상으로 시작해 오후 9시30분 취침으로 끝난다. 식사는 하루 세끼이고, 매일 2.5시간의 운동시간이 배정돼 있다. 샴푸는 물없이 쓰는 린스리스 제품을 쓰고, 치약은 자신이 선호하는 것을 가져갈 수 있다. 규정상 하루 8시간 수면을 취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 경우엔 수면 공간에서 컴퓨터를 이용하거나 책을 읽을 수 있다.

개인 수면 공간에서 컴퓨터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나사 제공
개인 수면 공간에서 컴퓨터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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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정거장 생활의 모델이 된 1970년대 스카이랩

지상의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처음부터 이런 휴식권이 보장됐던 건 아니다.

우주비행 역사가 데이비드 히트는 "1960년대의 우주 임무땐 비좁은 우주선에서 최대 3명이 며칠 또는 몇시간 동안만 머물 수 있었다”며 “그때는 시간이 금이었고, 우주비행사의 행복감 따위는 뒷전이었다"고 말했다.

스카이랩의 원형 트랙을 달리고 있는 우주비행사들. 유튜브 갈무리
스카이랩의 원형 트랙을 달리고 있는 우주비행사들. 유튜브 갈무리

1970년대 들어 최장 몇달간 머물 수 있는 미국 최초의 우주정거장 스카이랩이 등장하면서 우주 활동 공간을 새롭게 설계할 필요성이 대두했다. 이 일을 맡아스카이랩의 실내 구조를 설계한 사람은 코카콜라병 디자인으로 유명한 프랑스 출신의 산업디자이너 레이먼드 로위(Raymond Loewy)였다. 아폴로우주선을 달까지 데려다줬던 새턴5(Saturn V) 로켓을 개조해 만든 스카이랩엔 침실과 주방은 물론 샤워시설, 원형 달리기 트랙까지 있었다.

그는 스카이랩을 설계하면서 세가지 원칙을 세웠다.

스카이랩의 삼각형 식사테이블(왼쪽)과 개인 샤워욕조. jalopnik.com
스카이랩의 삼각형 식사테이블(왼쪽)과 개인 샤워욕조. jalopnik.com

첫째, 하루 8시간은 개인 시간을 허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그는 개인 공간을 만들었다.

둘째, 서로 마주 보며 식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는 앉는 자리에 상·하 구분이 없는 삼각형 모양의 테이블을 설계했다. 당시 스카이랩의 탑승 인원은 3명이었다.

셋째, 칸막이는 매끄럽고 잘 닦여야 한다. 이는 멀미 등으로 더러워질 경우 쉽게 청소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로위의 실내 인테리어 원칙은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기준점이 됐다. 이후 우주비행사들과의 피드백을 거치며 여가 시간이 더 늘어나고 수면 전후의 휴식시간도 더 많이 주어졌고, 21세기 국제우주정거장 시대를 맞아 지금의 일과 체계가 정착됐다. 요즘 우주정거장의 비행사들은 한 번에 6개월씩 체류한다.

우주비행사들이 가장 즐겨 찾는 지구 전망 모듈 `큐폴라'. 위키피디아
우주비행사들이 가장 즐겨 찾는 지구 전망 모듈 `큐폴라'.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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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기 있는 여가 활동은 지구 구경과 사진 촬영

우주비행사들은 저녁과 주말의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가장 인기 있는 여가 활동은 7개의 전망 창이 있는 큐폴라 모듈로 내려가 푸르고 밝게 빛나는 지구를 바라보고 촬영하는 것이다. 시속 2만8000km로 지구를 도는 우주정거장에서는 45분마다 일출과 일몰을 번갈아 볼 수 있다.

일부 우주비행사들은 악기 연주로 긴장을 푼다. 캐나다 우주비행사 크리스 해드필드는 2013년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데이비드 보위의 `스페이스 오디티'(Space Oddity)를 기타로 연주하며 노래 부르는 동영상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국제우주정거장의 러닝 머신. 위키피디아
국제우주정거장의 러닝 머신.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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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단절된 채 장기 임무 수행 상상 못해"

가져간 영화를 보거나 지구에서 전송되는 스포츠 경기 동영상을 볼 수도 있다. 러시아 우주비행사들은 모스크바 월드컵 때 거의 모든 여가시간을 월드컵 경기를 구경하는 데 보냈다고 한다.

나사 우주비행사 더글러스 휠록(Douglas Wheelock)은 일기를 쓰고 아마추어 햄 라디오로 지상의 사람들과 소통하며 우주에서의 고독을 씻고 위안을 찾았다고 밝혔다. 우주비행사들은 FM채널을 이용해 지상의 사람들과 송수신할 수 있다. 물론 집에 전화나 이메일을 보내는 것도 가능하며 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다.

휠록은 `스미소니언' 인터뷰에서 "지구와 단절된 상태에서 장기 임무를 수행하는 건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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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우주탐사 시대 임박...우주노동자 권리가 현안 될 수도

그러나 머지 않아 우주비행사들의 우주 활동 환경에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2020년대 후반 국제우주정거장이 활동을 종료하고, 이후 민간 우주정거장 시대가 오게 되면 우주비행사들의 활동 패턴이 달라질 수 있다. 1967년 발효된 유엔 우주조약은 우주비행사를 ‘인류의 사절’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우주비행사가 보호돼야 할 대상이라는 걸 뜻한다. 하지만 민간 우주탐사 시대가 열리면 우주비행사는 인류 공통의 이익보다는 기업의 이익에 부응해야 한다. 우주에서도 노동자의 권리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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