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초미세먼지 노출이 인종별로 불평등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크리스토퍼 테섬 그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미국 내 미세먼지 노출 정도가 인종별로 차이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백인들은 초미세먼지(PM2.5)에 덜 노출된 반면 흑인·히스패닉·아시아인 등은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됐다. 환경 문제로 인한 피해가 사회적 약자에게 더 집중된다는 주장의 또 하나의 근거로 볼 수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어바나-샴페인캠퍼스와 워싱턴주립대 등 공동연구팀은 29일(한국시각) “인종별로 미세먼지에 얼마나 노출되는지 배출원별로 분석한 결과 백인과 다른 인종 사이에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모든 소득 구간에서 흑인·히스패닉·아시아인 등은 백인에 비해 고농도 초미세먼지 노출이 심해 미세먼지 불평등이 소득 격차에 의한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이날치에 실렸다.(DOI :
10.1126/sciadv.abf4491)
미국에서는 초미세먼지로 인해 한해 8만5천∼20만명이 사망한다. 미국 내 소수인종의 미세먼지 불평등은 익히 알려져 있다. 일리노이주립대 연구팀은 2019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 논문에서 인종별로 배출하는 미세먼지와 노출되는 미세먼지의 차이(미세먼지 불평등값)를 조사했다. 흑인의 미세먼지 불평등값은 플러스 56%였다. 흑인은 자신들이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것보다 평균 56%나 초과 노출된다는 의미다. 히스패닉은 플러스 63%인 반면 백인은 마이너스 17%였다. 하지만 초미세먼지 배출원들이 이런 불평등에 얼마나 기여하는지에 대한 분석은 없었다.
크리스토퍼 테섬 일리노이주립대 환경토목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2014년 미국 환경청(EPA)의 국가배출가스목록에 등재된 5434종의 초미세먼지 배출원으로부터 배출량을 추계했다. 연구팀은 14개 부문으로 배출원을 분류하고, 각 부문의 5개 인종별 영향을 분석했다. 미국 전체 인구의 62%는 백인, 38%는 흑인·히스패닉·아시아인 등이다. 흑인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 히스패닉 17%, 아시아인 5% 등이다.
분석 결과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인 등은 평균 이상으로 초미세먼지에 노출된 반면 백인은 평균보다 낮았다. 이런 불평등은 모든 주에서, 모든 도시와 교외에서, 모든 소득 구간에서 똑같았다.
크리스토퍼 테섬 그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연구팀의 조사에서 2014년 미국 전체 인구의 인위적 배출원에 의한 평균 초미세먼지 노출은 6.5㎍/㎥였다. 인종별로는 흑인 7.9㎍/㎥, 히스패닉 7.2㎍/㎥, 아시아인 7.7㎍/㎥인 데 비해 백인은 5.9㎍/㎥로 평균 이하였다. 백인들은 전체 노출의 60%를 차지하는 배출원에서 평균보다 8%(0.55㎍/㎥) 적게 노출되는 반면 다른 인종은 전체 노출의 75%를 차지하는 배출원에서 평균보다 14%(0.90㎍/㎥) 많이 노출됐다. 인종별로 배출원 비중과 불평등은 흑인 각각 78%, 21%(1.36㎍/㎥), 히스패닉 87%, 11%(0.72㎍/㎥), 아시아인 73%, 18%(1.20㎍/㎥)이다.
불평등이 심한 배출원 6개 부문 가운데 산업, 휘발유차, 건설, 디젤차 등 4개 부문은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인 등에게서 불평등한 것으로 분석됐다. 백인이 평균 이상 노출된 배출원 부문은 석탄발전과 농업이었다. 소득 수준에서도 백인 외 다른 인종은 모든 소득 구간에서 미세먼지에 불평등하게 노출됐다.
연구팀은 “미세먼지 노출이 전반적으로 감소했음에도 인종차별적인 주택정책과 여타 요인들로 인해 인종별 노출 불평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역적으로 중요한 배출원을 지정하는 것은 이런 불평등을 해소하는 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