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동굴서 5만~10만년전 유골 무더기 발견
식인풍습 논란 두개골 구멍 범인은 하이에나 추정
식인풍습 논란 두개골 구멍 범인은 하이에나 추정
이탈리아 과타리동굴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의 화석화된 유골. 이탈리아 문화부 제공
과타리 동굴 내부.
관자놀이에 큰 구멍…1939년 발굴된 것과 유사 이 동굴은 1939년 네안데르탈인 두개골이 아주 잘 보존된 상태로 발견돼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던 곳이다. 그런데 이 두개골에는 관자놀이 부위에 커다란 구멍이 있었다. 당시 이 두개골을 살펴본 고생물학자 알베르토 카를로 블랑크 박사는 네안데르탈인이 식인 풍습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그 바람에 이 동굴도 유명세를 더하게 됐다. 발굴 작업은 1950년대 이후 중단됐다가 2019년 10월 다시 시작됐다. 이번 발굴 작업 최대 성과는 지금은 멸종된 옛 하이에나에 잡아먹힌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 뼈 수백개가 발견됐다는 점이다. 빙하시대에 유럽에서 번성했던 동굴 하이에나는 오늘날의 하이에나보다 훨씬 덩치가 커, 몸무게가 100㎏이나 됐다.
지금은 멸종된 빙하시대 유럽의 동굴 하이에나 재현품. 오늘날의 하이에나보다 덩치가 훨씬 크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정렬해 놓은 네안데르탈인 유골들.
5만년 전 산사태가 유골 보존에 좋은 환경 조성 어쨌든 이번 발굴로 이 지역이 네안데르탈인 집단 거주지였다는 사실만큼은 확인된 셈이다. 다리오 프란체스키니 이탈리아 문화부장관은 이번 발굴은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연구를 풍성하게 해주는 특별한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발굴팀은 이번에 유골이 대거 발견됨에 따라 네안데르탈인 생활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 지역 인류학자 마우로 루비니는 <뉴욕타임스>에 “인간의 뼈는 나이, 성별, 키, 게놈, 질병 유무는 물론 뭘 먹었는지, 얼마나 걸어다녔는지, 얼마나 재밌게 놀았는지까지 말해주는 강력한 기록보관소”라고 말했다. 치석을 조사한 결과 이 동굴의 네안데르탈인들은 주로 곡물을 섭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네안데르탈인이 유럽에서 언제부터 언제까지 존재했는지는 여전히 논란거리이다. 현재로선 40만년 전 출현해 약 4만년 전까지 번성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네안데르탈인 유골은 유럽과 서아시아 일대에서 발견된다. 과타리 동굴은 5만년 전 지진 여파로 일어난 산사태로 동굴 입구가 막히는 바람에 유골들이 특히 잘 보존될 수 있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80년 전 과타리호텔 인부들에 의해 우연히 발견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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