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도시 4곳 가운데 1곳은 기후위기로 참사가 빚어졌을 때 구제할 자금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탄소공개프로젝트 제공
세계 도시 90% 이상이 심각한 기후위기에 직면하고 있음에도 4곳 가운데 한 곳은 기후 붕괴 때 참사를 구제할 자금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기구 ‘탄소공개프로젝트’(CDP)는 12일(현지시각)
세계 800여 도시를 대상으로 지난해 기후위기 적응에 대한 조사를 한 결과 43%의 도시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적응 계획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 도시에만 4억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탄소공개프로젝트는 기업의 이산화탄소 감축에 대한 대응을 평가하는 국제기구로, 2000년에 설립돼 영국에 본부를 두고 있다.
지난해 조사에는 세계 84개국 812개 도시가 참여했다. 이들 도시에는 8억1천만명이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산시, 창원시, 당진시, 서울 도봉구와 강동구, 광명시, 화성시, 인천시 미추홀구, 수원시, 여수시 등 10개 도시가 조사에 참여했다.
탄소공개프로젝트는 지난해 세계 812개 도시를 대상으로 기후위기 적응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세계 도시들은 기후변화가 진행되면서 더욱 잦아지는 홍수와 폭염, 물 부족, 극한 기상에 의한 기반시설 피해 등의 문제에 맞닥뜨리고 있다. 기후위기가 닥쳤을 때 구제 자금이 부족하다고 답변한 25%의 도시들은 긴축예산을 주요 원인으로 거론했다. 많은 도시들은 기반시설과 주민들을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예산을 중앙정부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422개 도시는 기후위기에 적응하기 위해 720억달러(약 82조원)가 소요되는 1142건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아직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다. 수자원 관리를 위한 비용만도 226억달러(약 26조원)에 이른다.
키라 애플비 탄소공개프로젝트 국제이사는 “적응은 탄소배출 대응에 비해 재정 측면에서 까다롭다. 적응과 복원에 의한 편익은 상당히 크지만 대차대조표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코로나19 회복 자금의 일부만이 기후변화에 쓰이고, 적응에는 훨씬 적은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태양광전지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을 가동하면 재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에너지효율 사업은 곧바로 비용 절감이 되는 반면 극한 기상 영향에 대한 적응의 편익은 분명하지 않고 종종 분산되기도 한다.
세계 도시의 25%는 기후위기 적응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재정 부족을 꼽았다.
긴축재정으로 기후위기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은 영국 남부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미국 콜럼버스 등이다. 애플비는 “긴축재정 문제에 봉착한 도시들은 전세계에 혼재돼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봉쇄를 겪은 도시의 시민들은 대유행을 겪으면서 위기에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애플비는 “많은 사람들이 지구의 복원력과 거대한 연결성에 대해 깨달았다. 하지만 도시들이 장기간 복원력 있는 곳이 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은 적응 사업을 위한 재원의 또다른 출처가 될 수 있다. 도시의 75%는 이미 지속가능성 이슈에 대해 기업들과 협력하거나 적어도 2년 이내에 협력해가기로 했다고 답변했다.
런던이나 브리스톨, 로스앤젤레스, 아테네를 포함한 일부 도시들은 기후위기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테네는 과열된 거리를 식히기 위해 지붕 녹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브리스톨은 홍수 제방을 17㎞ 이상 건설중이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