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 관계 유지할 수 있는 최대 친구 수
새 논문 “계산 결과 사람별 편차 너무 커”
던바 “잘못 해석…소셜네트워크에도 통용”
새 논문 “계산 결과 사람별 편차 너무 커”
던바 “잘못 해석…소셜네트워크에도 통용”
사람이 맺을 수 있는 친분관계의 지표로 통용되는 ‘던바의 수’를 둘러싸고 학계에서 공방이 벌어졌다. 픽사베이
‘던바의 수’ 유지 기간은 30대 이후 30년 스웨덴 스톡홀름대 연구진은 5월5일 국제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에 발표한 `해체된 던바의 수'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대뇌 신피질 크기가 관계의 크기를 제한하지 않는다"며 "사람들이 노력만 하면 훨씬 더 많은 친구를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영장류 두뇌에 대한 새로운 데이터와 두가지 통계적 방법(베이지안, 최소자승법)을 이용해 신피질 크기와 그룹의 크기를 비교해 본 결과, 가능한 관계집단의 추정치는 2~520명으로 150명보다 훨씬 작거나 크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렇게 관계집단의 범위가 매우 넓고 부정확하기 때문에 `던바의 수'를 실제 상황에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연구를 이끈 파트리크 린덴포르스(Patrik Lindenfors) 교수는 "그룹의 크기는 목적에 따라 다르다"며 "모든 목적에 통용되는 단 하나의 그룹 크기를 정하려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행동은 문화적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영장류의 생물학적 행동 규칙과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스톡홀름대 연구진은 "던바의 연구는 기본적으로 영장류 연구를 토대로 한 것인데, 영장류의 뇌는 인간의 뇌처럼 정확히 정보를 처리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영장류의 사회성도 주로 그들이 먹는 음식은 무엇인지, 그들의 포식자가 누구인지 등 뇌 이외의 요인에 좌우된다"며 "따라서 인간의 소셜 네트워크와는 큰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던바 교수는 즉각 반박했다. 스톡홀름대 연구진의 결론은 인간관계라는 말의 뉘앙스를 오해한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던바에 따르면 그가 말하는 `의미있는 관계'란 공항 라운지에서 만났을 때 어색해 하지 않고 인사할 정도로 친숙한 사람, 또는 초대받지 않은 술자리에서 우연히 동석해도 당혹스러워하지 않을 정도의 사람이다. 그는 이 숫자가 일반적으로 100~250명이며 평균 150명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다만 `던바의 수'는 일생에 걸쳐 조금씩 달라진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사이에 정점을 찍은 뒤 30대에 150명으로 수렴한다. 이 숫자는 30여년간 유지되다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에 감소한다. 던바는 기원전 6000년 신석기 시대에 중동 지역의 집단거주 마을 크기가 120~150명이었던 점, 기록으로 본 11세기 영국 마을의 크기가 평균 160명이었던 점 등을 자신의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들었다. 현대 군대에서 전투부대의 기본 단위인 중대가 130~150명으로 구성돼 있는 점도 근거 사례 중 하나로 꼽았다.
1990년대에 나온 ‘던바의 수’는 소셜 미디어 시대에도 통할까? 픽사베이
소셜네트워크는 친구 수를 더 늘렸을까 ‘던바의 수’를 둘러싼 학계의 공방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재택근무가 활성화하고 사무 공간이나 조직 편제를 다시 설계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새삼 눈길을 끈다. ‘던바의 수’가 발표된 시점은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이다. 지금과 같은 소셜미디어가 등장하기 오래 전이었다. 비판자들은 지금의 소셜네트워크는 ‘던바의 수’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한다. 특히 링크드인처럼 경력 관리를 목적으로 한 소셜 네트워크는 연결 고리의 끄트머리에 있는 사람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던바 교수는 이에 대해서도 소셜 네트워크의 연결 강도는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초연결 세상에서도 ‘던바의 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던바 교수는 최근 연구자 미디어 `더 컨버세이션'에 게재한 글에서 "비판자는 ‘던바의 수’가 단순히 `얼굴을 아는 것'(면식)이 아니라 질적인 관계에 적용된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통계적 방법을 잘못 사용했다"고 반박했다. `던바의 수'는 단순히 아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친밀도에 따른 관계집단의 층위. 4번째 층위 150명이 ‘던바의 수’다. 뉴사이언티스트에서 인용
사교 시간의 60%는 절친 5명의 몫 던바에 따르면 인간의 관계망은 정서적 친밀도에 따라 몇가지 층위로 구성돼 있다. 친밀도 층위에 따라 평균 친구 수는 5, 15, 50, 150 등으로 층위가 올라갈 때마다 네트워크 규모가 3배씩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의 휴대폰 통화 빈도, 크리스마스 카드 발송 명단, 페이스북 친구 등을 분석한 결과 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맨 안쪽 층위인 `가장 믿고 의지하는 절친'은 5명, 이어 친한 친구 15명, 좋은 친구 50명, 그냥 친구 150명, 지인 500명 순으로 점점 커진다. 맨 바깥쪽 층위인 `이름이나 얼굴 정도 아는 사람'은 1500명 정도에 이른다. 던바는 "사교 시간의 60% 이상은 절친 5명에 할애된다”고 말했다. 층위가 올라갈수록 접촉 빈도가 낮아져, 던바의 수 바깥층 150명 그룹에 있는 사람들은 장례식장이나 결혼식장 등에서 1년에 한두번 만나는 정도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 구조는 오프라인 커뮤니티는 물론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원숭이, 유인원, 돌고래, 코끼리 집단에서도 똑같은 다층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며 "인간이 가장 많은 층위 구조를 갖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던바의 수’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 있는 양쪽의 논쟁은 결론이 날 수 있을까? 학문적 논쟁의 결론을 예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린덴포르스 교수의 독백과도 같은 말은 여운을 남긴다. “‘던바의 수’는 이해하기 쉽다. 그래서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널리 퍼져 있다. 따라서 집단의 크기를 특정한 숫자로 계산할 수 없다는 우리의 주장은 그리 재밌지는 않을 것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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