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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우주 여행이 면역력 떨어뜨리는 이유는?

등록 2021-06-16 10:02수정 2021-06-16 10:18

아폴로 우주비행사들 지구 귀환 직후 감기 등 감염
면역 억제하는 조절티세포 비정상적 활성화가 원인
2016년 3월 국제우주정거장 1년 체류 실험을 마치고 지구로 돌아온 미 항공우주국 우주비행사 스콧 켈리. 스콧 켈리 트위터
2016년 3월 국제우주정거장 1년 체류 실험을 마치고 지구로 돌아온 미 항공우주국 우주비행사 스콧 켈리. 스콧 켈리 트위터

2015~2016년 340일 연속 국제우주정거장에 체류한 미국 항공우주국의 우주비행사 스콧 캘리는 우주에 있는 동안 몸무게는 줄고, 소변 빈도가 늘었다. 망막과 경동맥은 두꺼워졌고 노화의 지표라는 텔로미어는 오히려 길어졌다. 우주에서는 또 뼈에서 매달 1%의 칼슘이 빠져나갈 수 있다.

우주의 미세중력은 지구 중력에 맞게 활동하도록 설정돼 있는 인체의 생리 시스템을 교란시킨다. 이는 우주비행사의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이런 사실은 반세기 전 아폴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우주비행사들이 지구로 돌아온 후 이명, 부정맥, 저혈압, 탈수 증세 등에 시달리는 걸 보고 처음 확인했다.

아폴로 프로그램에서 확인한 우주의 인체 영향 중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가장 강하게 자극한 것 가운데 하나가 면역력 약화였다. 아폴로 우주비행사의 절반 이상이 지구로 돌아온 지 1주일 안에 감기를 비롯한 감염질환을 앓았다. 일부 우주비행사의 몸에서는 휴면 상태에 있던 수두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하기도 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2월 타계한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 출신 밀리 휴스-풀포드 박사의 마지막 연구다. UC샌프란시스코대 제공
이번 연구는 지난 2월 타계한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 출신 밀리 휴스-풀포드 박사의 마지막 연구다. UC샌프란시스코대 제공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 출신인 밀리 휴스-풀포드 박사가 이끄는 스탠퍼드대와 UC샌프란시스코대 연구진이 우주에 체류하는 동안 우주비행사의 면역 시스템을 약화시킨 원인을 밝혀내 지난 7일 국제 공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2월에 타계한 휴스-풀포드 박사의 마지막 연구 논문이다.

연구진이 찾아낸 원인은 조절 티세포(T regulator cells=Tregs)라는 이름의 면역세포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이었다. 조절 티세포는 면역 반응의 정도를 조절해주는 세포로, 보통 감염이 더는 위협적이지 않을 때 활성화해 면역 반응을 억제한다.

그런데 연구진이 미세중력 모의 실험을 해본 결과,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에서는 인체의 면역 시스템이 특정한 감염 상황을 맞기 전에 이미 이 세포가 활동할 준비 태세로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스콧 켈리. 스콧 켈리 인스타그램에서
국제우주정거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스콧 켈리. 스콧 켈리 인스타그램에서

연구진이 병원체를 모방한 화학물질로 미세중력 장치 속의 혈액 표본에 있는 면역 세포를 자극하자 조절 티세포가 이 세포의 면역 반응을 억제시켰다.

연구진은 실험을 위해 우선 특수 원통형 세포 배양 용기에 모터를 달아 회전시키면서 미세중력 환경을 만들었다. 이는 오래 전부터 미세중력 실험에 쓰던 방식이다. 세포 반응의 분석에는 새로운 방식을 이용했다. 연구진은 18가지 유형별 면역 세포를 구분한 뒤, 각각 금속 꼬리표와 질량분광기를 이용해 면역 기능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는 수십가지의 단백질을 검출해 양을 측정했다.

이전 모의 미세중력 실험에서 연구진은 병원체를 공격하거나 면역반응을 조율하는 티 림프구의 활동이 약해진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스탠퍼드의대 브라이스 가우딜리어(Brice Gaudilliere) 박사는 조절 티세포의 역할을 발견한 이번 연구 결과까지 고려하면 미세중력은 면역계에 `이중의 재난'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민간 우주관광이 다시 시작되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사진은 블루오리진 뉴셰퍼드의 유인 캡슐.
이번 연구는 민간 우주관광이 다시 시작되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사진은 블루오리진 뉴셰퍼드의 유인 캡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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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미세중력 체험 시대에 대비를

이번 연구는 10여년만에 민간인 우주정거장 관광이 재개되고 새로운 방식의 우주관광도 시작되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그동안의 연구 결과는 미세중력이 인체의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해를 끼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연구진의 일원인 조던 스패츠 박사는 “초기 우주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부분의 우주비행사는 젊고 매우 건강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훈련량도 많아지고 나이도 더 많다”며 “민간 우주여행이 상품으로 나오면 앞으로 나이는 더 많고 건강 상태는 약한 사람들이 잇따라 미세중력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향후 우주여행 중 미세중력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을 완화하는 대책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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