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디지털 세상의 풍경을 바꾼 혁신의 상징이다. 2007년 아이폰 이후 스마트폰 업체들은 해마다 새 모델을 통해 혁신 경쟁을 벌여왔고, 기술과 보급률은 빠르게 올라갔다.
‘생필품 스마트폰’은 어떠한 차별화를 지향할까?
지난 5일 애플은 다음달 출시 예정인 아이폰 운영체제(iOS15) 업그레이드에서 아동 보호 강화를 예고했다. 미국에서 아이폰·아이패드를 통해 불법적인 아동 성학대 사진이 저장공간인 아이클라우드에 업로드될 경우 인공지능이 자동 감지해 수사기관에 통보하도록 하는 기능이다. ‘뉴럴 매치’로 불리는 아동 성학대 사진 모니터링 기능은 논란으로 이어졌다.
아동보호 단체들은 아동 음란물 퇴치에 기여할 것이라고 반겼지만, 성소수자나 프라이버시 보호 단체는 또다른 감시 도구로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특히 모든 스마트폰의 콘텐츠를 들여다볼 수 있는 뒷문(백도어)과 감시도구가 생기면 권위주의정권 등이 반정부 콘텐츠를 적발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 콘텐츠 감시 문제가 불거지자 애플은 크레이그 페더리기 소트프웨어 담당 수석부사장이 나서 “감지시스템은 아동 성학대 이미지외에 다른 것을 감시할 수 없도록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며 “자녀들이 목욕하는 사진이나 포르노를 찾는 것 등은 확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감시대상인 불법 아동 성학대 사진의 디지털지문(해시)도 외부 아동보호단체들이 제공한다고 밝혔다.
애플은 또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 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 도구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어린 자녀가 아이폰의 아이메시지 앱으로 주고받는 사진을 검토할 수 있는 기능이다. 아이 스마트폰 메시지에서 알몸 사진이 오고갈 때 이를 가리고 아이에게 경고를 보내는 방식이다.
이런 아동 보호기능 강화는 애플 고유의 프라이버시 중시 문화와 함께 성숙기의 스마트폰 마케팅 방향도 드러낸다. 기기와 기능의 차별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제품 사용자에게 새로운 문화와 이미지로 차별점을 만드는 방법이다. 스마트폰 사용시간 증가에 따라 2~3년 전부터 구글과 애플이 사용시간 통제 등 ‘디지털 웰빙’ 기능을 적극 도입하는 것도 비슷한 방향이다. 스마트폰에서 문화적 마케팅의 영역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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