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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꼭대기 층부터 지었다, 어떻게?…‘하향식’ 16층 건물 곧 완공

등록 2023-02-16 10:00수정 2023-02-23 10:43

미 디트로이트에 이색 공법 건물 완공 눈앞
지상에서 1개층씩 제작한 뒤 들어올려 고정
시공사 “안전하고 비용 덜 들고 공기 단축”
하향식 공법을 적용한 미국 최초의 고층건물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리프트빌드 제공
하향식 공법을 적용한 미국 최초의 고층건물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리프트빌드 제공

건물을 지을 땐 아래층에서부터 쌓아 올리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런데 이런 건축의 정석을 뒤집은 고층 건물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저층에서부터 차곡차곡 높여가는 전통적 상향식 공법(버텀업)이 아니라 꼭대기층을 먼저 올린 뒤 아래층을 채워나가는 하향식 공법(톱다운)이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현재 미시간주의 최대 도시 디트로이트에서 하향식 공법으로 지어지고 있는 높이 63미터의 16층 건물 ‘익스체인지 타워’가 완공을 앞두고 있다.

리프트빌드(Liftbuild)라는 이름의 이 공법은 지상에서 각 층을 제작해 들어올린 뒤 중심 기둥에 고정시키는 방식이다.

시공사인 바튼 맬로(Barton Malow)가 이렇게 생소한 공법을 채택한 가장 큰 이유는 이 건물 부지에선 기존 건축 공법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디트로이트 시내 중심가를 관통하는 고가의 모노레일 ‘피플 무버’가 바로 옆을 지나고 있어 타워크레인을 사용할 수 없었다.

1950년대 초반에 선보인 리프트 슬라브 기술에 기반을 둔 이 공법은 기반 공사를 마친 뒤 건물 중앙부 양쪽에 계단 및 엘리베이터를 품은 중심 기둥을 세우고, 지상에서 한 층씩 만들어 들어올리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한다.

강철 프레임과 큰크리트 슬라브, 바닥, 벽체, 전기 설비, 배관, 방화 설비 등의 작업을 모두 마쳐 완성된 각 층의 무게는 500톤에 이른다고 한다. 이를 각각 200톤까지 들어올릴 수 있는 8개의 강력한 유압식 잭으로 들어올린다. 지난해 최고층까지 올리는 데 걸린 시간은 약 10시간이었다. 시간당 20피트(6.1미터)의 속도다.

일단 정해진 위치까지 올린 다음엔 기둥에 고정시킨다. 이 빌딩의 본격적인 건축 공사는 지난해 5월 지붕을 올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현재 16개층 가운데 지상 1~2층만 빼고는 모두 건설이 완료됐다. 마지막으로 남은 2개 층은 기존 공법으로 지을 계획이다.

16개 층 가운데 지상 1~2층을 제외한 14개층을 완성했다. 나머지 2개층은 기존 공법으로 짓는다. 리프트빌드 제공
16개 층 가운데 지상 1~2층을 제외한 14개층을 완성했다. 나머지 2개층은 기존 공법으로 짓는다. 리프트빌드 제공

세가지 이점 꼽지만 정밀한 공사관리 필수

이런 방식의 건축 공법에 이점이 있을까?

시공사는 안전과 비용 절감, 공기 단축이라는 세 가지이 이점이 있다고 밝혔다. 우선 모든 층이 지상에서 제작돼 올라가기 때문에 고공 작업시에 발생할 수 있는 노동자나 공사 재료 등의 추락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는 또 기존 공법에 비해 작업자를 10~20% 적게 투입해도 되고 공사기간은 최대 50%까지 단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각 층을 모듈식으로 제작하는 데다 크레인을 타고 올라가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일이 훨씬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건축 비용도 크게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리프트빌드 운영책임자인 조 벤베누토는 “리프트빌드 기술의 첫번째 개념증명 결과에 매우 만족스럽다”며 “앞으로 안전성과 비용 효율, 공기 단축을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향식 공법에 의한 고층 건물 건축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18년엔 인도 방갈로르에 지상 10층짜리 사무용 건물이 비슷한 방식으로 지어지는 등 미국과 인도에서 몇개의 건물이 이 방식으로 완공됐다.

그러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공법은 일이 잘못될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예컨대 1987년 미국 코네티컷에서는 이 공법으로 짓던 건물이 공사 중 붕괴돼 28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원인 가운데는 다른 것들도 있었지만, 미국에서는 이 공법을 적용한 건축이 한동안 중단됐다. 이번 건축은 35년 만의 재도전인 셈이다. 회사쪽은 3년여 걸쳐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해 13개의 특허를 출원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홍성걸 교수(건축학)는 “상층부로 한개층씩 끌어올리는 것으로 균형을 맞추면 가능한 공법이지만 정밀한 공사관리가 필수적인 공법”이라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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