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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인공 뇌 조직’ 컴퓨터 연결하니 방정식 풀었다…AI와 경쟁은?

등록 2023-03-20 10:00수정 2023-03-20 11:32

줄기세포 배양해 만든 ‘뇌 오가노이드’ 실험
컴퓨터 게임하고 방정식 푸는 실험 잇단 성공
이제 걸음마 단계…완성까진 수십년 걸릴 듯
실험실에서 배양한 뇌 오가노이드의 형광 사진. 분홍색은 뉴런, 빨간색은 희돌기교세포, 녹색은 성상세포, 파란색은 모든 세포의 핵). 존스홉킨스대 제공
실험실에서 배양한 뇌 오가노이드의 형광 사진. 분홍색은 뉴런, 빨간색은 희돌기교세포, 녹색은 성상세포, 파란색은 모든 세포의 핵). 존스홉킨스대 제공

#사례1

오스트레일리아의 하이브리드칩 개발업체 코티컬랩스(Cortical Labs)는 인공지능보다 뛰어난 학습 능력을 보이는 뇌 오가노이드(미니 장기 조직)를 개발해 지난해 10월 신경과학분야 국제학술지 ‘뉴런’에 발표했다. 80만~100만개의 살아 있는 뇌 세포로 이뤄져 있는 이 ‘접시뇌’(DishBrain)는 인공지능이 90분 걸려 습득한 컴퓨터 아케이드게임 퐁의 게임 방법을 단 5분 만에 알아냈다.

#사례2

미국의 블루밍턴 인디애나대 연구진은 뇌 오가노이드를 컴퓨터에 연결해 수학방정식을 푸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2월28일 사전출판논문집 ‘바이오아카이브’에 발표한 논문에서 “뇌 오가노이의 3D 생물학적 신경망의 계산능력을 활용하는 살아있는 인공지능 기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인공지능 하드웨어를 ‘브레이노웨어’(Brainoware)로 명명했다.

#사례3

미국의 어바나샴페인 일리노이대 연구진은 약 8만개의 생쥐 뉴런으로 빛과 전기의 패턴을 인식할 수 있는 간단한 컴퓨터를 만들어 3월6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물리학회 춘계학술회의에서 발표했다.

인지 능력의 중추 역할을 하는 뇌 세포를 이용해 좀 더 효율 좋은 컴퓨터, 이른바 ‘바이오컴퓨터’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생물과 사물, 아날로그와 디지털 융합의 새로운 사례로 주목된다. 이런 흐름에 맞춰 미국 존스홉킨스대가 중심이 된 국제공동연구진이 뇌 세포를 기반으로 한 바이오컴퓨터 개발 구상을 최근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사이언스’(Frontiers in 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접시뇌와 같은 조직의 인지 능력을 ‘오가노이드 지능’(OI)이라고 명명했다. 연구진의 정의에 따르면 오가노이드 지능은 “실험실에서 배양한 인간 두뇌 모델에서 학습, 감각 처리 같은 인지 기능을 재현하는 것”이다.

연구진이 바이오컴퓨터에 꽂힌 이유는 살아 있는 뇌세포가 실리콘 기반의 기존 컴퓨터보다 에너지를 적게 쓰면서도 빠르고 강력하고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왜 뇌 세포로 컴퓨터를 만들려 할까

연구진에 따르면 사람의 뇌는 산술과 같은 간단한 정보를 처리하는 데서는 기계보다 느리지만 복잡한 정보를 처리하는 데서는 기계보다 낫다. 860억~1000억개의 뉴런과 100조개의 시냅스로 연결돼 있는 사람의 뇌는 저장 용량, 즉 기억 용량이 2500테라바이트(250만기가바이트)에 이른다.

에너지 효율도 높다. 미국의 세계 최고 슈퍼컴퓨터 프런티어를 구동하는 데는 21메가와트의 전력이 필요하다. 프런티어의 연산능력은 1.1엑사플롭스다. 1.1엑사플롭스는 1초당 110경번의 연산 능력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1초당 연산 능력이 프런티어와 비슷한 사람의 뇌는 20와트의 전력만 소비한다.

데이터 효율은 더 높다. 사람이 10개의 훈련 샘플이 필요한 ‘틀린 부분 찾기’ 임무를 수행하는 데 컴퓨터는 100만~1000만개의 샘플이 필요하다. 2016년 이세돌 9단을 꺾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도 데이터 효율에선 사람에게 미치지 못한다. 알파고는 16만번의 게임 데이터를 학습했다. 하루 5시간씩 둘 경우 한 사람이 175년간 계속 해야 습득할 수 있는 데이터다. 알파고를 훈련시키는 데는 4주 동안 10기가줄의 에너지가 필요했다. 이는 성인의 10년간 신진대사량에 해당하는 양이다.

연구진은 “이론적으로만 따지면 미국 데이터센터를 유지하는 데는 500메가와트 용량의 석탄발전소 34개가 필요하지만 사람의 뇌를 이용할 경우엔 1600킬로와트만 있으면 된다”고 밝혔다.

전극장치(파란색)에 감싸인 뇌 오가노이드(녹색). 존스홉킨스대 제공
전극장치(파란색)에 감싸인 뇌 오가노이드(녹색). 존스홉킨스대 제공

오가노이드 세포 수 1000만개로 늘려야

따라서 뇌의 기능을 컴퓨터에 끌어다 쓸 수만 있다면 데이터 처리 속도나 능력, 저장 능력, 에너지 효율 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존스홉킨스대 토머스 하퉁(Thomas Hartung) 교수는 2012년부터 사람의 피부 세포를 재프로그래밍해 만든 줄기세포를 배양해 뇌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왔다. 그가 만든 오가노이드에는 약 5만개의 세포가 들어 있다. 이는 초파리 신경계 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저장 용량은 약 800메가바이트다. 인간 뇌의 약 300만분의 1 수준이다.

이를 오가노이드 지능으로 쓰려면 우선 오가노이드의 규모를 더 키워야 한다. 하퉁 교수는 뇌 오가노이드의 세포 수를 1000만개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오가노이드에 정보를 보내고 오가노이드로부터 정보를 받는 장치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지난해 8월 오가노이드용 뇌전도(EEG) 캡을 개발해 발표한 바 있다. 하퉁 교수에 따르면 “이 장치는 오가노이드의 신호를 포착하고 오가노이드에 신호를 전송할 수 있는 작은 전극으로 덮여 있는 유연한 껍질”이다.

오가노이드 지능은 아직 초기 단계다. 하퉁 교수는 “오가노이드 지능이 생쥐 뇌 수준의 능력을 발휘하기까지는 수십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코티컬랩스의 접시뇌가 보여준 비디오게임 능력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퉁 교수는 코티컬랩스의 접시뇌가 오가노이드 지능의 기본 정의를 충족시켜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제부터는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하기 위한 커뮤니티, 도구, 기술을 구축하는 일이 남았다”고 말했다.

하퉁 교수는 바이오컴퓨터를 완성하려면 수십년이 걸릴 것이지만, 일단 완성되면 컴퓨팅 능력을 기하급수적으로 확장하고 새로운 연구 분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했다.

뇌 오가노이드 접시를 들고 있는 토머스 하퉁 존스홉킨스대 교수
뇌 오가노이드 접시를 들고 있는 토머스 하퉁 존스홉킨스대 교수

넘어야 할 벽…생명윤리 논란

그러나 바이오컴퓨터 개발에는 넘어야 할 커다란 벽이 있다. 생명윤리와 관련한 논란이다.

뇌 세포가 발달할수록 오가노이드 컴퓨터 능력도 향상된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허용할 수 있는 한계일까?

인간 뇌 오가노이드가 의식이 있거나 고통을 느낄 수 있는지, 오가노이드 제작에 사용된 세포 기증자는 그 오가노이드에 어떤 권리를 가질 수 있는지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오가노이드가 구조적으로 더 복잡해짐에 따라 이러한 우려가 높아질 것이다.

연구진은 일단 생명 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준수한다는 원칙 아래 개발 초기 단계부터 윤리학자들과 협력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연구 진행 단계에 맞춰 과학자와 윤리학자, 일반 대중으로 구성된 팀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토론하고 평가할 계획이다.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대의 줄리안 킨들러러 교수(지식재산권)는 ‘사이언스’에 발표한 기고문에서 오가노이드 지능의 이해와 개발에 대중을 포함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이오컴퓨터를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지난해 2월 오가노이드 지능 커뮤니티를 결성한 데 이어 8월 제1차 오가노이드 지능 워크숍을 갖고 ‘오가노이드 지능 탐사를 위한 볼티모어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 선언에서 오가노이드 지능 구축을 위한 기술적, 윤리적 문제 해결을 위한 다학제간 협력을 다짐했다.

*논문 정보

DOI 10.3389/fsci.2023.1017235

Organoid intelligence (OI): the new frontier in biocomputing and intelligence-in-a-dish

Frontiers in Science(2023)

https://doi.org/10.1101/2023.02.28.530502

Brain Organoid Computing for Artificial Intelligence

bioRxiv(2023)

https://doi.org/10.1016/j.neuron.2022.09.001

In vitro neurons learn and exhibit sentience when embodied in a simulated game-world

Neuron(2022)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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