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우주 신생기업 이노스페이스가 개발한 로켓 한빛-TLV가 이륙하고 있다. 이노스페이스 제공
국내 우주 신생기업 이노스페이스가 독자 개발한 하이브리드로켓 시험발사체의 준궤도 비행에 성공했다. 비행성능 검증을 위한 시험발사이긴 하지만 국내 기업이 개발한 민간 로켓이 우주로 날아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노스페이스는 19일 오후 2시52분(한국시각 20일 오전 2시52분) 적도에 인접한 브라질 공군 소속 알칸타라우주센터(CLA)에서 로켓 ‘한빛-TLV’를 발사했다.
이노스페이스는 “시험발사체는 106초간 엔진이 연소한 뒤, 4분33초 동안 정상 비행 후 브라질 해상 안전 설정 구역 내에 정상 낙하했다”고 밝혔다. 당초 목표로 한 엔진 연소시간 118초보다는 12초 적었으나, 비행 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결과 엔진은 정상 작동하고 추력 안정성도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이노스페이스는 설명했다. 비행 중 연소실 압력, 전기펌프 출력, 제어계통 구동, 비행 궤적 및 자세 등을 분석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실제 소형 위성 발사에 나서려면 완성체 로켓의 비행모델 검증도 거쳐야 하지만, 일단 소형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로켓의 핵심 기술은 확보한 셈이다.
이노스페이스는 또 이날 시험발사체가 싣고 올라간 브라질 공군의 관성항법시스템 ‘시스나브’도 비행 환경 운용 성능 데이터를 정상적으로 확보해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고 밝혔다. 시험발사체의 정확한 비행 고도는 브라질 공군의 요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이노스페이스 김수종 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빛-TLV 시험발사 성공은 독자적으로 로켓 개발이 가능한 기술 역량을 확보함과 동시에, 세계 우주 발사 서비스 시장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 고체·액체 추진제 혼합한 하이브리드로켓
‘한빛-TLV’는 높이 16.3m, 지름 1m, 무게 8.4톤의 1단 로켓으로 추력 15톤급 하이브리드 엔진 1개를 장착했다. 연료는 고체(파라핀)를, 산화제는 액체(액체산소)를 쓰는 하이브리드로켓이다.
이노스페이스는 “구조를 단순하게 설계할 수 있는 고체 로켓과 추력을 조절할 수 있는 액체 로켓의 장점을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고체연료를 쓰면 폭발 위험성이 없어 안전하고, 로켓 제조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전기모터를 이용한 산화제 공급 방식으로 소형‧경량화를 이룬 것도 가격 경쟁력에 기여하고 있다고 이노스페이스는 밝혔다.
‘한빛-TLV’에 쓰인 로켓 엔진은 50kg급 위성 탑재체를 고도 500km의 지구 저궤도(태양동기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2단 소형로켓 ‘한빛-나노’의 주력 엔진이다. 실제 위성 발사에 사용할 ‘한빛-나노’는 1단에 15톤급, 2단에 3톤급 추력의 엔진을 사용한다.
발사대로 이동 중인 한빛-TLV. 이노스페이스 동영상 갈무리
■ 2024년 소형 위성 발사 시장 진출 목표
앞서 이노스페이스는 지난해 12월 알칸타라 우주센터(CLA)에서 한빛-TLV를 발사하려 했지만, 기상 악화와 동기화 오류 등 기술적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올해로 일정이 미뤄졌다.
이노스페이스는 올해 안으로 한빛-나노 개발을 마무리하고 2024년부터 소형 위성 발사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5년 이후엔 150kg급 위성을 쏠 수 있는 한빛-마이크로, 500kg급 운송 능력을 갖춘 ‘한빛-미니’도 단계적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노스페이스는 항공대 항공우주공학 박사 출신의 김수종 대표가 이스라엘 테크니언공대 연구원과 한화를 거쳐 2017년 창업한 기업이다. 급증하는 소형 위성 발사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지금까지 세차례에 걸쳐 55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2024년 기술특례에 따른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