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인 구상나무.
산림과학원, 무한증식 기술 개발
멸종위기인 구상나무(사진)가 복제양 ‘돌리’처럼 체세포 복제로 대량 증식된다.
국립산림과학원은 18일 동물처럼 체세포 복제를 통해 구상나무의 배아세포를 만들어 무한 증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구상나무는 1904년 유럽으로 반출돼 전 세계로 퍼져나간 한반도 자생종으로, 한국에는 수령 300년 이상의 고목들만이 한라산·지리산·덕유산 등 일부 고산지대에 군락을 유지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최근 구상나무를 ‘기후변화 생물지표 100종’으로 선정했다.
이번 연구성과를 낸 박소영 산림과학원 연구원은 “식물 체세포도 동물처럼 배아세포로 바뀔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며 “동물은 전기충격이나 특정 유전자 처리를 통해 체세포를 배아줄기세포 상태로 만드는 반면, 식물은 생장에 관여하는 내생호르몬의 농도를 높여 체세포의 기억을 지운 뒤 여러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배아세포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나무와 잣나무, 소나무 등 침엽수는 활엽수와 달리 체세포 복제가 어렵고, 성숙한 나무의 체세포는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연구원도 종자의 어린 눈(씨눈)을 이용해 줄기세포를 만드는 방식을 썼다.
연구팀의 논문은 수목분야 국제저널인 <수목 생리학>에 게재될 예정이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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