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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한국 로봇 첫발 떼다

등록 2005-01-18 18:21수정 2005-01-18 18:21

인간형 로봇 ‘휴보’(왼쪽)와 ‘엔비에이치-1호’가 지면의 가상공간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연속사진 한국과학기술원·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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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형 로봇 ‘휴보’(왼쪽)와 ‘엔비에이치-1호’가 지면의 가상공간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연속사진 한국과학기술원·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


두 발로 걷는 ‘휴보’‘NBH-1’ 잇달아 발표
“올해안 뛰기·짐들기·심부름 하기도 실현”

한국 로봇이 걷는다!

오준호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12월 두 발로 걷는 인간형 로봇 ‘휴보’(HUBO)를 국내 처음 개발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키스트) 지능로봇연구센터 유범재 박사 연구팀도 걷는 로봇(NBH-1)을 발표했다. ‘센서·제어·설계의 종합기술’로 불리는 두 발 로봇의 시대가 국내에서도 활짝 열린 것이다.

오늘은 걷지만

휴보의 전신인 ‘케이에이치아르(KHR)-2호’가 오 교수 연구실에서 ‘제자리걸음’을 처음 시작한 건 2003년 4월. 몸꼴을 갖춘 2002년 6월 이후 열 달 동안 수도 없이 넘어지는 시행착오를 거친 뒤였다. 오 교수는 “일본 아시모의 두 발 걷기 기술이 공개되지 않고 마땅한 참고자료도 없는 상황에서 안갯속을 헤매는 심정으로 열 달을 보냈다”며 “처음 제자리걸음을 보는 순간 두 발 걷기는 분명 가능하다는 감격적 확신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다시 1년반을 지나서야 비로소 걷는 로봇 휴보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잇따라 성과를 올린 한국 로봇의 두 발 걷기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로봇공학자가 보면, 걷기란 자기 몸무게를 두 발 또는 한 발로 지탱한 채 무게중심을 이리저리 옮기면서도 균형을 유지하는 동작이다. 그 주된 비결은 로봇의 발목에 달린 ‘힘 센서’다. 발목에 얼마의 힘이 어떤 방향으로 가해지는지를 감지한다. 최영진 키스트 박사는 “이런 힘의 정보는 몸통 안 컴퓨터 칩(중앙연산장치)에 즉시 전해져 칩은 무게중심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팔·다리와 골반 등 여러 관절 모터에 적절한 힘과 구동속도를 명령한다”며 “외줄타기를 할 때 자연스레 좌우 팔과 엉덩이에 크고 작은 힘이 쏠려 뒤뚱뒤뚱 균형을 잡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두 발목과 팔목의 힘 센서, 발바닥의 기울기 센서, 몸통에 내장된 기울기·속도 센서 등에서 모인 힘의 크기와 방향, 속도 정보들이 1초에 수백번씩 새로운 자세를 명령하는 연산처리를 일으킨다”며 “장난감 로봇과 달리 걸음 자세는 1초에도 수백번의 순간마다 바뀌며 제어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팀은 핵심부품인 센서를 대부분 자체 개발했다.

관절에는 강력 모터와 벨트가 근육을 대신해 기계적 동작을 일으킨다. 휴보에는 41개의 관절과 모터가, 엔비에이치-1호에는 35개의 관절과 모터가 달렸다. 자동차의 기어장치처럼 모터의 속도를 늦추는 대신 힘을 증가시키는 감속기는 힘을 공급하는 필수 부품이다. 하지만 무거운 물건을 들고 걷는 건 얘기가 달라진다. 물건의 무게는 로봇의 무게중심을 바꾸기 때문에 이런 상황 변화에 대처하려면 상체와 하체의 훨씬 복잡한 균형 잡기 동작이 필요하다. 국내 로봇은 아직 무거운 물건은 들지 못한다.

내일은 뛰자

아시모는 최대 시속 3㎞ 속도로 뛴다. 사람에겐 걷기나 뛰기나 별다르지 않다. 하지만 로봇에겐 크게 다르다. 최영진 박사는 “걷기와 뛰기는 차원이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말한다. “뛴다는 건 두 발 모두 허공에 뜬 순간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허공에서 로봇은 자세를 제어하는 데 필요한 자기 몸의 상태 정보를 거의 얻지 못합니다. 더욱이 50~60㎏짜리가 허공에 떴다가 떨어지는 것은 대단한 충격인데, 사람처럼 착지 순간에 온몸으로 충격을 흡수하려면 매우 복잡한 동작의 계산이 필요합니다.” 몸을 띄울 정도의 힘을 내는 초강력 모터도 필요하다.

뛰기보다 더 어려운 건 넘어졌다가 일어서기다. 오용환 키스트 박사는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넘어져 있는지를 파악하려면 아마도 로봇의 온몸에 많은 피부 센서들을 달아야 할 것”이라며 “더욱이 로봇은 팔·다리·허리 등 어떤 것을 먼저 움직여 어떤 동작 순서로 일어날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걷는 로봇으로는 일본 혼다가 1996년 아시모의 전신 ‘피(P)-2’를 세계 처음 개발했으며, 2000년 발표한 아시모는 계단 오르내리기나 뛰기 동작까지 구현한다. 또 특정 자세로 넘어졌다가 일어서는 동작을 구현하는 일본 로봇(HPR-2)도 나왔다.

오 교수는 “올해 안에 휴보가 계단 오르내리기, 쪼그렸다 일어서기, 무거운 짐 들고 걷기는 물론 뛰기도 할 수 있도록 진화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범재 박사는 “외부 서버와 통신하는 네트워크 로봇인 엔비에이치가 첫걸음을 뗐으니 올해에는 사람의 간단한 심부름까지 수행하는 지능형 기능을 실현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의 첫걸음은 국내 로봇공학자들한테도 또다른 출발의 첫걸음인 것이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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