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햇살에 보석처럼 빛나는 붉은고추/ 필진네트워크 곱돌이
이기원 교수 “캡사이신 다량섭취때 암유전자 활성화”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성분인 ‘캡사이신’이 암 발생을 촉진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기원(36) 건국대 교수(생명공학)는 그동안 진통·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캡사이신이 발암물질에 의한 암 발생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으로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캡사이신은 고추 등 식물에 들어 있는 유기화합물로, 1940년대에 진통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각국에서 진통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암세포를 죽게 하는 항암효과를 나타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쥐 실험을 통해 캡사이신이 암 유전자인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를 활성화시키고, 이 수용체가 염증·암 발생의 원인 단백질인 ‘콕스-2’(시클로옥시게나아제-2)를 많이 발현시켜 암 발생을 촉진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연구 성과는 미국 암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암 연구> 9월호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캡사이신을 다량 섭취할 경우, 암 억제 물질인 수용체(TRPV1)의 민감도가 떨어지면서 캡사이신이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캡사이신이 암 발생을 촉진하기는 하지만, 그 자체가 발암물질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어 “고추에는 캡사이신 이외에도 항산화물질인 비타민시(C)와 폴리페놀, 카로티노이드 등 유용한 물질이 많이 들어 있어 이번 연구 결과만을 보고 섭취를 피할 일은 아니다”라며 “다만 과도하게 매운 고추를 오래도록 먹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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