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쟁이.
물결로 포식자 불러들여 암컷이 빨리 교미 허락하게
서울대 생명과학부 행동생태 및 진화 연구실의 한창석(27) 연구원은 12일 소금쟁이 수컷이 협박을 통해 암컷에게 구애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했다고 밝혔다.
한 연구원과 지도교수인 표트르 야브원스키(51) 교수는 지난해 한국의 수컷 소금쟁이가 다리로 물결을 일으키며 암컷에게 구애 신호를 보낸다는 사실을 처음 밝혔다. 한국의 암컷 소금쟁이는 다른 나라 소금쟁이와 달리 생식기가 내부에 숨겨진 형태로 진화해 수컷이 강압적으로 짝짓기를 못한다. 한국의 암컷 소금쟁이에만 독특한 ‘정조대’가 발달한 셈이다. 수컷은 암컷 등 뒤에 올라탄 상태에서 다리로 물결을 일으킴으로써 암컷이 교미를 허용하도록 한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번에 수컷의 ‘사랑의 세레나데’가 사실은 물고기 등 포식자를 불러들이는 신호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암컷 소금쟁이에게 포식자가 존재함을 알린 뒤 짝짓기를 시켰을 때 훨씬 더 빨리 교미를 허락한다는 사실과, 수컷이 물결을 만들어내지 못하도록 했을 때 암컷이 평소와 다름없이 교미를 천천히 한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한창석 연구원은 “협박 구애 행동은 곤충에서 보고된 바 없는 새로운 번식 전략”이라며 “수컷은 짧은 번식기에 많은 종족을 퍼뜨리려 하고, 한 번의 짝짓기로 한 달 내내 알을 낳을 수 있는 암컷은 교미를 피하려 해 협박 구애라는 극단적인 형질이 진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의 연구 성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최근호에 발표됐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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