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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태양을 벗삼은 무인자동차 ‘유라시아 대장정’

등록 2010-10-13 10:21

지난 7월26일 이탈리아 파르마를 떠나 중국 상하이까지 1만3천㎞의 대장정에 나선 파르마대 알베르토 브로지 교수 연구팀의 무인지능자동차가 9월3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 시내를 지나면서 교통위반을 하자 교통경찰관이 차를 세우고 딱지를 떼고 있다.   알베르토 브로지 교수 제공
지난 7월26일 이탈리아 파르마를 떠나 중국 상하이까지 1만3천㎞의 대장정에 나선 파르마대 알베르토 브로지 교수 연구팀의 무인지능자동차가 9월3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 시내를 지나면서 교통위반을 하자 교통경찰관이 차를 세우고 딱지를 떼고 있다. 알베르토 브로지 교수 제공
파르마-상하이 1만3천㎞…태양전지·전기 이용
석달간 시베리아 벌판·고비사막 지나 29일 도착
“운송·로봇분야 중요 이정표”…상용화까진 ‘먼길’
지난 7월26일(현지시각) 이탈리아 파르마에서 ‘피아조 밴’ 두 대가 중국 상하이까지 1만3천㎞의 대장정에 나섰다. 많은 자동차들이 기술을 실험하는 한편 성능을 과시하기 위해 장정을 떠나지만 이번 피아조 밴의 주행은 색다르다. 첫째 운전자가 없는 무인자동차라는 점이고, 둘째 태양전지로 연료를 충전하는 친환경 전기자동차라는 점이다.

세계 무인주행 자동차 연구자들은 2004년과 2005년 모하비 사막에서 열린 무인자동차대회(다르파 그랜드 챌린지)와 2007년 미국 캘리포니아 공군기지에서 시가지 경주대회에 출전해 기량을 겨뤘다. 그러나 완주한 자동차의 주행거리도 기껏 240㎞에 불과하다.

이번 무인주행을 기획한 파르마대학의 알베르토 브로지 교수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1만3천㎞라는 전례 없이 긴 여정은 모든 종류의 교통 상황과 기상 상황, 도로 구조를 포함하고 있어 지능형 자동차의 기술을 평가하고 극한 상황에서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도전이 성공하면 운송과 로봇 분야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7월10일 파르마를 출발해 지난 10일 상하이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출발이 늦어지면서 도착시각도 29일로 순연됐다. 3개월 동안 이들 자동차는 번잡한 모스크바 도심과 뜨거운 시베리아 여름 벌판, 살인적 추위의 고비사막 등을 지난다. 11일 현재는 카자흐스탄 알마티 지역을 통과해 전체 일정의 82% 정도를 소화했다.

무인자동차 경로
무인자동차 경로

두 대가 한 조로 움직이는 이유는 위성항법장치(GPS)로는 자동차가 자신의 위치 정도밖에 파악할 수 없어서다. 지도가 없는 지역에서는 앞쪽 자동차를 운전자가 운행하면서 GPS 신호를 보내면 뒤따르는 무인자동차가 위치 정보를 전송받아 진행한다. 자동차들에는 카메라와 레이저스캐너 등이 장착돼 있어 이를 이용해 다른 차량이나 사람과 같은 장애물을 회피하고 길을 찾는다.

이 밴의 지붕에는 태양전지가 설치돼 있어 거리센서나 카메라센서, 구동장치 등에 전력을 공급한다. 시속 60㎞까지 달릴 수 있는 이 전기자동차에는 전력장치가 장착돼 있어 2~3시간 운행 뒤에는 8시간 정도 재충전을 해야 한다. 전력공급원이 전혀 없는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휘발유를 쓴다.

브로지 교수는 우크라이나에서 무인 밴이 거리를 지나가자 두 사람이 무임승차를 요구하기도 하고,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는 교통경찰관이 보행만 허용된 지역을 지나친 밴을 세워 벌금을 매기려 하는 등 여러 에피소드가 벌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왜 무인자동차가 필요할까? 운전자가 없는 자동차는 위험하지 않을까? 브로지 교수는 “교통사고의 90% 이상이 운전자 실수 때문에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면 자동 무인운전 기술들은 운전자의 편의와 안전을 증진하고 교통사고를 방지할 것”이라며 “로봇 자동차에서 비디오게임을 하게 될 날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기술이 상용화하는 데는 15~20년은 걸릴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일부 기술은 이전이라도 택배 서비스나 자가 주행 농업, 채굴 차량 등에 사용될 수도 있다. 이번 대장정을 한 이탈리아 택배회사와 중장비 업체인 캐터필러가 후원을 하는 이유다.

정호기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최근 일본 자동차업계의 선전으로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국내 관심은 높아진 반면 지능형 교통시스템(ITS)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며 “무인자동차는 물류비용 절감과 각종 프로세서 및 센서 기술의 향상 등 많은 장점을 지닌 기술이어서 좀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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