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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세포 속 꿰뚫는 ‘극한광’ 실생활에 꿰어 보배로

등록 2011-01-18 20:22수정 2011-01-19 16:48

광주과학기술원 극한광응용기술연구센터 노도영 소장은 극한광을 응용하기 위해 ‘결맞음 엑스레이 회절 이미징’ 기술을 개발중이다.
광주과학기술원 극한광응용기술연구센터 노도영 소장은 극한광을 응용하기 위해 ‘결맞음 엑스레이 회절 이미징’ 기술을 개발중이다.
엑스레이로 영상 만들면
‘나노세계 보는 눈’ 현실로
강하고 빠른 빛 개발 전력
[선도 연구 센터 '외길 20년']
② 극한광응용기술국사핵심연구센터

최근 정부가 중복투자 논란에도 불구하고 구축에 들어가기로 한 4세대 및 차세대 방사광가속기는 ‘극한광’을 만들어내는 장치다. 이 빛으로는 세포나 전자소자·태양전지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현대과학은 얼마나 강한 빛을 보유하느냐가 연구 성패를 가르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극한광을 이용해 연구할 기술이 없다면 1조원이 들어가는 정부의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은 헛투자가 될 수도 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안에 설치된 극한광응용기술국가핵심연구센터(소장 노도영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극한광으로 각종 과학실험을 할 수 있는 도구인 ‘결맞음(코히런트) 엑스레이 회절 이미징’ 연구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미래 융합과학기술 분야를 지원하기 위해 2003년부터 모두 10개 센터를 선정해 7년 동안 연간 20억여원씩 지원하고 있는 학제간융합분야(NCRC) 선도연구센터의 하나다.

■ 미시세계를 보는 도구 개발 가시광선을 이용한 광학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머리카락의 200분의 1 정도인 0.5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 안팎이 한계점이다. 10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에 불과한 원자의 세계를 들여다보려면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훨씬 짧은 빛이 필요하다. 또 펨토초(10의 15제곱분의 1초)의 짧은 펄스(파동)를 가지고 있으면서 굉장히 밝아야 한다.

우리가 물체를 보는 것은 반사된 가시광선이 렌즈(수정체)를 통해 꺾인 뒤 망막에 영상으로 맺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엑스레이는 파장이 극히 짧아 물질들을 그대로 통과해버리기 때문에 반사된 엑스레이를 모아줄 렌즈는 어떤 물질로도 만들 수 없다. 과학자들은 파동이 장애물 뒤쪽으로 돌아들어가는 현상(회절)을 이용해 물질의 모양을 ‘짐작’해 내는 방법을 고안해 사용해왔다. 벽에 비친 그림자(간섭 무늬)로 원래 모습을 재현해내는 방식이다.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은 디엔에이 이중나선 구조를 이런 방법으로 발견해냈다. 그러나 벽에 비친 강아지가 실제 모습인지, 손가락으로 만든 것인지 구분하기 위해서는 좀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광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100여년 동안 빛이 반사되고 나서 진행하는 것에 대한 많은 지식을 쌓아왔고 최근에는 이를 컴퓨터로 계산하는 규칙(알고리듬)도 만들었다.

빛의 파장대와 관측가능 물질들

‘고품질’의 빛이 있고 빛에 대해 잘 정리된 지식이 축적돼 있다면 엑스레이를 가지고도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과 같은 영상(이미지)을 실시간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나노세계를 보는 눈’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노도영 교수는 “세포나 나노소자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좀더 많은 것을 알아내려면 엑스레이로 실시간 영상을 만들어내는 미래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5년 전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국내에는 연구에 적용해볼 빛이 없었다. 연구팀은 미국 시카고 알곤국립연구소 안에 있는 고성능 광원(APS)을 빌려쓰기로 했다. 빛이 있는 그곳에는 연구시설이 없었다. 시료용기부터 엑스레이 감지기까지 모든 실험도구를 가져가려 싸놓으니 35~50㎏짜리 짐이 10개가 넘었다. 공항에서는 “미국에서 짐꾼들이 이렇게 무거운 짐은 다루지 않는다”며 고개를 젓는 항공사 직원들을 ‘국가적으로 중요한 장비’라고 설득해야 했다. 미국 연구소에서 빌리기로 한 일주일은 실험장비를 설치하고 다시 해체하는 데도 빠듯했다. 연구팀은 최근에는 일본의 극한광 시설인 ‘스프링8’로도 임대 연구를 다닌다.

미국·일본 시설 빌려쓰느라
실험실 짐싸고 자주 이동도
정부서 7년간 연20억 지원받아

뢴트겐이 1895년 엑스레이를 발견한 이래 세계 과학계는 ‘무어의 법칙’(마이크로칩의 밀도가 18개월마다 2배로 늘어난다는 법칙)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강한 빛을 개발해왔다. 지금도 좀더 강한 극한광을 얻기 위해 두가지 방향으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가지는 포항 방사광가속기처럼 전자를 이용한 빛인데, 여기에 강한 빛을 만들기 위해 레이저 성질을 더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강한 레이저의 파장을 짧게 만드는 방법이다. 지난해 광주과기원은 1페타와트(1000조와트)의 고출력에 펄스 폭이 30펨토초인 극초단광양자빔(레이저빔) 연구시설을 완공했다. 하지만 아직 파장이 너무 길다. 연구팀의 ‘실험실 대이동’은 광양자빔의 파장을 줄이거나, 포항의 4세대 방사광 가속기가 완공될 때까지는 계속될 것이다.

■ 세포 내부도 훤히 들여다봐 연구센터에는 포항가속기연구소를 포함해 국내 각 대학의 연구진 3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근래 ‘빛의 사이언스파크’로 떠오른 독일 베를린 아들러스호프연구단지의 막스보른연구소와도 협력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는 크게 세 분야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한 그룹은 차세대 방사광 가속기에서 나오는 파장 1~0.1㎚의 빛을 이용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공간 분해능이 1~10㎚만 달성돼도 세포 내부 구조나 약물이 세포벽을 뚫고 들어가는 장면을 볼 수 있게 된다. 또 이차전지 안에서 충전과 방전이 반복되는 현상을 실제 상황으로 관찰할 수 있다. 두 번째 그룹은 파장은 길지만 시간 분해능이 뛰어난 극초단 레이저를 이용해 분석하는 기술로, 태양전지 소자 안에서 일어나는 전자들의 위상변화 등을 관찰하는 것이 목적이다. 마지막 그룹은 극초단 고출력 레이저를 응용한 탁상형 광학현미경으로 물체를 관찰하는 기법을 연구한다. 10㎚의 공간 분해능을 지닌 주사전자현미경(SEM)과 유사하다. 그러나 주사전자현미경이 진공 상태에서 금속표면만을 관찰하는 한계를 갖는 데 비해 이 기술로는 살아 있는 생물까지 볼 수 있다.

광주과기원 신소재공학부의 이탁희 교수는 “지난 2년 동안 유기메모리 분야에서만 4편의 논문이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 표지에 실리는 등 세계적 성과를 내고 있지만 유기메모리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연구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미시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도구가 완성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초연구 차원에서도 뛰어난 성과들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글·사진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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