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연구팀은 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했을 때 면역거부 염증을 일으키지 않는 형질을 지닌 돼지 새끼들을 생산했다. 7마리 중 3마리가 이런 형질을 물려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 장기이식연구소 제공
췌도 이식 때 염증 막는 단백질 저절로 만들어져
서울대연구팀 논문, 장기이식 분야 학술지 게재
서울대연구팀 논문, 장기이식 분야 학술지 게재
국내 연구진이 당뇨병 치료용 췌도를 면역거부 반응 없이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는 형질전환 돼지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췌도는 췌장(이자)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 덩어리(랑게르한스섬)를 말한다.
서울대 의대 안규리(56·위) 교수와 수의대 이병천(46·아래) 교수 공동연구팀은 췌도이식용 형질전환 돼지와 그 새끼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돼지들의 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할 때 생기는 염증을 막는 단백질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종 이식 때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형질전환 동물이 생산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당뇨병의 근원적 치료에 한 걸음 더 나간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당뇨병연맹(IDF)은 2030년 세계 당뇨병 환자 수를 지난해(2억8460만명)보다 54% 늘어난 4억384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금까지 당뇨병의 근원적 치료 방법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다른 사람의 췌장이나 췌도를 직접 이식하는 것이지만, 기증 장기는 부족하고 동물의 장기는 면역거부반응 때문에 이식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장기를 이식할 때 발생하는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 항염증 형질을 지닌 복제돼지를 생산해낸 데 이어 자연교배를 통해 형질전환 새끼 세 마리(암컷 2, 수컷 1마리)를 확보했다. 이들 돼지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결과 이종 장기가 몸속에 들어왔을 때 염증을 발생시켜 면역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종양괴사인자’(티엔에프-알파)를 차단하는 특정한 단백질(sTNFRI-Fc 융합단백질)이 발현되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돼지의 췌장에서 췌도를 따로 떼어냈을 때 세포 스스로 죽는 것을 방지하는 항산화 유전자는 제대로 발현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별도의 형질전환 돼지를 생산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연구팀의 논문은 장기이식 분야 학술지인 <트랜스플랜테이션> 27일치 인쇄판 게재가 승인됐으며, 온라인에 공개됐다.
안규리 교수는 “장기이식 때 극복해야 할 여러 형질 가운데 한가지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으로, 다른 형질을 지닌 돼지들과의 교배를 통해 다중 형질전환 돼지 개발에 나서야 한다”며 “연구비 등 여건이 갖춰지면 영장류 실험 단계를 거쳐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사이언스> 논문 조작으로 물의를 빚은 ‘황우석 사건’에 연루됐던 안 교수는 “당시 국민과 환자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꾸준히 연구를 하고 있다”며 “화들이 풀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서울대 의대 안규리 교수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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