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이 건조대에서 오징어를 말리는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치매가 걱정되는 사람이라면 오징어나 낙지 등 연체동물과 친해지는 것이 좋을 듯하다.
키스트(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는 연구원 뇌과학연구소의 김영수 박사 연구팀이 항산화 활성과 혈압 안정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인 타우린이 치매의 60~8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14일 발표했다.
타우린은 피로회복제나 자양강장제 등의 드링크류에 많이 첨가되며, 식품 가운데는 오징어·낙지·조개·굴 등의 연체동물에 많이 들어 있다. 오징어를 말렸을 때 표면에 하얀 가루처럼 보이는 것이 타우린 성분이다.
키스트는 타우린과 알츠하이머병의 관계를 밝힌 것은 세계에서 김 박사팀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 논문은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12일자에 실렸다.
김 박사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단백질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와 다양한 신경전달물질 간의 상호 반응을 조사한 결과, 뇌에 고농도로 존재하는 타우린이 베타아밀로이드를 억제하고 뇌의 신경교세포를 활성화해 기억력 감퇴·인지능력 저하 등의 경증 치매 증상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연구팀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생쥐에게 매일 타우린 30㎎을 탄 식수를 6주 동안 먹인 뒤 미로찾기 시험 등을 통해 뇌기능의 변화를 관찰했더니 인지 기능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되면 나타나는 증상인 대뇌의 피질 염증이 줄어들고, 뇌의 해마부위에서 나오는 베타아밀로이드 양도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박사는 “사람의 경우 임상을 해봐야 하겠지만 하루에 타우린 1000㎎ 정도를 장기적으로 섭취하면 치매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우린 1000㎎는 피로회복제 드링크 1병이나 보통 크기 오징어 한 마리에 함유돼 있는 분량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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