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처음 도입한 기상관측 전용 항공기. 기상청 제공
“하늘을 친구처럼, 국민을 하늘처럼.”
기상청의 표어와 달리 기상청은 하늘과는 그리 친하지 못해왔다. 하루 두 차례 풍선을 띄워 하늘의 상태를 가늠하는 라디오존데와 3만6천㎞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천리안위성, 멀찌감치 떨어져서 전파를 쏘아 구름 속을 들여다보는 레이더가 있지만 하늘을 직접 가볼 수는 없었다. 기상청이 앞으로는 상공 10㎞까지 언제든지 날아올라가 하늘의 상태를 살필 수 있게 됐다. 기상청은 20일 오전 10시 서울 김포공항에서 국내 최초로 도입한 ‘기상항공기 취항식’을 열었다.
이날 공개된 기상항공기는 미국 항공제작사 비치크래프트의 킹에어 350HW 기종이다. 높이 4.4m, 길이 14.2m, 폭 17.7m의 기상관측 전용 비행기로 5명이 탑승할 수 있다. 기상관측을 위해 최장 6시간 동안 비행이 가능하고, 최고 10㎞(3만2천피트) 고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 항공기에는 14종 25개의 첨단 기상관측장비가 장착·탑재돼 있다. 기상항공기 1호는 김포공항을 근거지로 연간 400시간 운항을 목표로 한반도 공역에서 기상관측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기상청은 “지상관측 자료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대기 상층 관측자료를 확보하고 미세먼지 등 에어로졸에 대한 정기적인 관측과 예측모델의 개선을 위해 기상장비를 탑재한 항공기 도입 계획을 2011년부터 추진해왔다”며 “기상항공기 도입으로 태풍·집중호우·폭설 등 계절별 위험기상 선행관측, 환경기상 감시, 기후변화 원인물질 감시, 구름물리 관측, 인공증설·증우 등 기상조절 실험 연구 등에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기상항공기 1호에 탑재·장착된 각종 장비와 관측 요소들. 기상청 제공
기상항공기는 우선 연간 운항계획에 따라 항공관측에 집중 투입된다. 김포공항에서 기항해 우리나라 비행 정보구역을 돌면서 기상자료를 수집하고 재산·인명피해 우려가 없는 바다 위에서는 드롭존데를 투하하기도 한다. 태풍이나 집중호우, 폭설 등 계절별 위험기상이 빈발하는 예상지역을 선행 관측하기도 하고, 실제 위험기상 발생이 예상될 때 출동해 기상상태를 분석하기도 한다.
국내로 유입되는 미세먼지·황상·연무 등 에어로졸의 물리적 특성을 연구하고 한반도 주변 상공의 대기오염물질의 기후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고도 150m~10㎞의 전천후 비행에도 투입될 예정이다. 특히 우리나라 원전 주변과 광역시도의 배경방사선준위를 측정하기 위해 한울원전 주변 1~3㎞ 상공을 비행하기도 한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