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봉인하면 다시 열기 어려운 핵저장통
“뮤온 산란 각도 검출해, 내부 안전상태 확인”
‘플루토눔 연료봉 안전 관측 기술’로 제안
“뮤온 산란 각도 검출해, 내부 안전상태 확인”
‘플루토눔 연료봉 안전 관측 기술’로 제안
핵폐기물인 연료봉은 건식 저장통에 한번 봉인되면 다시 열어 그 상태를 확인하기 어렵다. 건식 저장통은 적어도 1년가량 사용후 연료 저장실에서 냉각 과정을 거친 사용후 핵연료를 불활성 기체와 함께 저장하는 통을 말하는데(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 자료), 일반적으로 지름 3m에 두께 25cm가량의 강철 원통 안에는 사용후 핵 연료봉 20~30개 다발이 들어간다고 한다. 한번 봉인한 뒤에는 그 안에 몇 개의 연료봉 다발이 들어 있는지, 연료봉이 유실된 건 없는지를 확인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그런데 우주방사선을 이용해 이런 핵연료봉 저장통 안을 살필 수 있는 원자력 안전 모니터링 기법이 제안됐다. 우주에서 날아온 입자가 대기권에 진입하며 다른 원자들과 부딪히면서 생성되는 2차 우주방사선인 뮤온 입자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LANL) 연구진은 최근 뮤온 입자가 핵폐기물 연료봉 보관통을 뚫고 지나갈 때에 생기는 뮤온 입자의 산란 각도 변화를 관측함으로써 그 안에 있는 연료봉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기법을 개발했다며 물리학술지 <피지컬 리뷰 어플라이드>에 발표했다. 뮤온 입자는 두꺼운 물체도 쉽게 통과한다. 이런 성질 때문에 지난해 11월에는 프랑스·일본·이집트 등 국제공동연구팀이 뮤온 검출기를 이용해 이집트 쿠푸왕 피라미드 내부 구조를 스캔한 결과 기존에 알려진 3개의 방 외에 제4의 방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과학저널 <네이처>에 보고한 바 있다(▶ 관련기사: ‘우주선 뮤온’ 이용 4500년만에 피라미드 ‘비밀의 방’ 찾았다)
뮤온은 물질을 쉽게 통과하지만 플루토늄 같은 무거운 원소가 있을 때에는 그 궤적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연구진은 핵폐기 연료봉 보관통의 앞과 뒤 쪽에 뮤온 검출기를 두고서 보관통으로 들어간 뮤온 입자가 어떤 산란 각도로 빠져나오는지를 측정함으로써 보관통 안의 핵연료봉 저장 상태를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저장 통을 지나가는 우주선 뮤온의 산란 각도를 측정해 통을 열지 않은 채 사용후 핵연료 집합체가 누출되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물리학회(APS)가 운영하는 논문해설 사이트인 <피직스(Physics)>의 글과 논문을 보면, 연구진은 다른 연구소에 있는 쓰고난 핵연료봉의 건식 저장통을 대상으로 뮤온 검출 실험을 벌여 비교적 정확하게 통 안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 정확도에선 떨어진다. 연구진은 “자연에서 유입되는 우주선 뮤온의 영향으로 통계적 정확도에 한계가 있지만 몇 주 내지 몇 달 간 검출을 한다면 저장통 안 내용물에 관해 알 수 있는 충분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현재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안전 감시관은 밀폐된 통에 저장된 원자로 연료의 양을 확인하는 독립적인 방법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서 이번 연구결과가 “봉인된 건식 저장통에서 핵연료봉이 유실되었는지를 독자적으로 확인할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사용후 핵연료의 건식 저장시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제공.
우주방사선 뮤온의 검출장치(위, 아래)를 이용해, 사용후 핵연료 저장통(가운데)의 내부 상태를 들여다보는 기법의 개념도.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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