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미래&과학 기술

“삼킨 박테리아 캡슐이 장내건강 진단해 알려준다”

등록 2018-05-29 15:28

MIT연구진, ‘박테리아+전자장치’ 개발
질환 성분에 반응해 빛내는 박테리아
빛 신호 감지해 몸 밖으로 무선 송신
“돼지실험선 장내 출혈증상 진단성공”
살아 있는 박테리아를 이용해 몸속 건강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박테리아 진단 챕슐. 출처: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살아 있는 박테리아를 이용해 몸속 건강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박테리아 진단 챕슐. 출처: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위와 장 내시경을 대신해서 살아 있는 박테리아가 몸속 장내 건강 상태를 진단해 알려줄 수 있을까?

이런 소형 진단캡슐을 개발해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이 진단 기능을 하는 유전자변형 대장균과 무선송신 전자 장치를 소형 캡슐에다 탑재해 장내 건강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시험적인 ‘박테리아 캡슐’을 개발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최근 실렸다.

연구진이 발표한 이 장치는, 위장관 내의 특정 질환 관련 성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박테리아와 그런 박테리아의 반응을 감지해 그 신호를 몸 밖에 있는 디지털 수신장치에 알려주는 센서와 무선송신 장치, 이렇게 두 가지 요소로 이루어졌다. 살아 있는 박테리아가 든 작은 캡슐을 삼키면 몸 안에서 박테리아가 특정 질병을 감지하는 반응을 일으킬 때, 캡슐 안의 다른 장치가 그런 박테리아의 반응을 판독해 그 신호를 몸 밖으로 무선 송신해준다는 것이다.

이번 개념 연구에서 쓰인 진단 캡술에는 장내 출혈 성분에 반응해 빛을 내는 대장균들(사진 가운데에 보이는 움푹 패인 4곳에 담았다)과 그 대장균들의 빛 신호를 감지해 알려주는 전자 독과 전송 장치를 함께 탐재했다. 출처: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이번 개념 연구에서 쓰인 진단 캡술에는 장내 출혈 성분에 반응해 빛을 내는 대장균들(사진 가운데에 보이는 움푹 패인 4곳에 담았다)과 그 대장균들의 빛 신호를 감지해 알려주는 전자 독과 전송 장치를 함께 탐재했다. 출처: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위와 장 내부의 사진을 촬영하거나 산도(pH) 또는 가스 상태를 측정하는 내시경 대용 캡슐의 연구개발은 이전부터 시도되어 왔는데, 이번 연구는 질환과 관련한 특정 성분을 검출하는 박테리아 바이오센서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그 핵심 기술은 ‘합성생물학’ 덕분에 가능했다. 연구진은 미생물의 대사 반응 회로를 유전자 수준에서 설계할 수 있는 합성생물학의 기법을 이용해 인체에 무해한 대장균 종의 유전자들을 질환 진단에 걸맞게 변형했다. 위장관에서 혈액 헤모글로빈 성분인 ‘헴(heme)이 생성되면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대장균의 유전자 회로를 바꾸어놓았다. 대장균의 반응은 빛을 내는 발광으로 나타나게 했다. 이런 대장균들을 움푹 들어간 작은 공간들에다 넣고서 그 위를 얇은 막으로 덮었다. 얇은 막 때문에 대장균은 그 바깥으로 나갈 수 없지만 외부 물질 성분은 막 안쪽으로 투과할 수 있게 했다.

헴 성분이 막 안쪽으로 들어오면 유전자변형 대장균은 이에 반응해 빛을 낸다. 연구진은 이런 대장균의 빛을 감지하는 센서들을 바로 아래에 배치해두었다. 센서들은 빛 신호를 감지해 이를 전자 신호로 바꾼 다음에 캡슐 안에 함께 탑재된 소형칩의 전자장치에 전송한다. 전자장치는 이제 그 신호를 몸밖에 있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무선 송신한다. 이렇게 하면 몸 속 위장관을 지나는 박테리아가 전해주는 질환 관련 진단 정보를 몸 밖에서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박테리아 진단 캡슐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돼지 내장에서 실험해 그 결과를 논문에 보고했다. 연구진은 박테리아 진단 캡슐이 돼지 위와 장에 생긴 출혈을 정확히 진단해 신호를 전송해주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런 신호를 수신하는 안드로이드용 스마트폰 앱도 개발했다.

살아 있는 박테리아를 이용하는 장내 진단 장치는 번거로운 위장 내시경의 기능을 얼마나 대체할 수 있을까?

아직은 실용화 이전에 이런 장치의 가능성을 따져보는 ‘개념 증명’ 단계의 연구이기에, 이 장치의 실용화를 예측하는 것은 아직 섣부른 듯하다. 그렇더라도 이 연구결과가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릴 정도로 주목 받은 이유는 아마도 그 기술의‘확장성’ 때문일 것이다. 논문에서 보여주었듯이 이런 개념의 기술은 단지 출혈 증상을 진단하는 데 한정해 쓰이는 게 아니라, 합성생물학 기법으로 여러 기능의 박테리아를 만들 수 있기에 여러 질환 진단에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대학 보도자료에서 이 기법을 더 발전시킨다면 다른 질병 또는 여러 질병을 동시에 검출하거나 캡슐을 오래 위장에 머물게 해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 하는 데에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위장의 주요한 염증 질환 때 생성되는 특정 성분에 반응해 빛을 내는 박테리아를 제작하는 것은 현재 합성생물학 기술에서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다.

캡슐을 소형화하는 문제도 넘어야 할 중요한 과제다. 현재 연구진이 시연해 보인 장치는 1.5인치 길이나 되며 2.7볼트의 극소형 배터리도 장착하고 있다. 사람 몸에 쓸 수 있는 간편하고 효율적인 진단 캡슐이 되려면 더욱 소형화해야 하며 몸속에서 안전하게 작동하고 충분히 제어될 수 있어야 한다.

논문 초록 (우리말 번역)

위장관 내 생체분자 모니터링은 신속하고 정확한 질병 탐지와 관리를 가능하게 해줄 수 있지만, 떨어져 있는 복잡한 (위장) 환경에 접근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 우리 연구진은 환경적으로 복원력이 강한 바이오센서 박테리아와 소형 발광 판독 전자장치(몸밖의 장치와 무선통신 가능)를 기반으로 하는, 장내 생체분자 검출용으로 삼킬 수 있는 마이크로 생체 전자장치(IMBED)를 개발해 제시한다. 개념 증명 수준에서, 우리는 혈액 성분인 헴(heme)에 민감한 바이오센서를 설계했으며, 이를 이용해 돼지에서 위장관 출혈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대안적인 바이오센서들을 통합하여 탐지 플랫폼의 모듈성과 확장성을 입증해 보인다. IMBED는 위장관 내 바이오마커를 검출하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위장병의 관리와 진단 방식을 바꿀 수 있다.

[Science(2018),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60/6391/915]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미래&과학 많이 보는 기사

두 은하의 대충돌이 만든 ‘우주 구름다리’ 1.

두 은하의 대충돌이 만든 ‘우주 구름다리’

분단 확연한 한반도의 밤…북한에서 빛나는 두 지역은? 2.

분단 확연한 한반도의 밤…북한에서 빛나는 두 지역은?

가장 가까이서 본 수성…첫 165km 근접 촬영 3.

가장 가까이서 본 수성…첫 165km 근접 촬영

광합성 필요 없는 심해 ‘암흑산소’ 발견…생명 기원까지 흔든다 4.

광합성 필요 없는 심해 ‘암흑산소’ 발견…생명 기원까지 흔든다

숙취 두통 일으키는 핵심 원인 찾았다 5.

숙취 두통 일으키는 핵심 원인 찾았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