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젊은 관객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영화의 예고편만 분석해서 어떤 종류의 관객이 해당 영화를 좋아할지 예측하는 인공지능이 개발됐다고 미국 과학지 <뉴사이언티스트>가 지난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누가 어떤 영화에 관심을 가질지 알아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로맨스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은 같은 장르의 다른 영화도 좋아하리라는 정도는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사람으로 구성된 관객이 늘 그렇게 뻔한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영화 제작사 20세기폭스사의 한 개발팀이 예고편만 가지고 누가 개봉관을 찾을지 예측하는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이 팀은 우선 수백 편 영화 예고편의 첫 100장의 프레임을 분석하는 데에서 출발했다. 이 수가 점차 늘어나 분석한 프레임이 68만 장을 넘어가기 시작하자 인공지능은 사람의 얼굴이나 사물 등의 요소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궁극적으로 해당 인공지능은 어떤 영화의 예고편이 서로 비슷하고 다른지 나름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됐다.
개발팀은 이 인공지능의 예측력을 실험하고자 최근 50편의 영화에 대해 조사한 관람객 데이터에 적용해 봤다. 이 결과 인공지능은 ㄱ영화를 본 사람이 ㄴ영화를 보러 갈 확률을 예고편을 이용해 70%의 정확도로 맞출 수 있었다고 한다. <뉴사이언티스트>는 보통 예고편은 영화 개봉 수개월 전에 제작되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해당 영화의 미래 관객층이 어떠할 지 대략 예측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에모리 대학교 경영학과의 데이비드 슈와이델(David Schweidel) 교수는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실험 결과에 대해 “이 알고리즘은 직관적으로 상관성이 별로 없어 보이는 관객들의 관계도 찾아내 흥미롭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휴 잭맨이 주연한 2017년 작 <위대한 쇼맨>의 관객 가운데 많은 수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숨은 흑인 여성 과학자를 그린 영화 <히든 피겨스>를 봤다는 점이 분석에서 드러났는데 “이런 의외의 통찰은 앞으로 영화 제작에 큰 도움이 되리라”는 것이다.
반면 스탠퍼드셔 대학교 영화과의 피터 루지(Peter Rudge) 교수는 활용도를 낮게 봤다. 요즘은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마케팅 전략이 이미 결정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공지능으로 예고편이나 마케팅 계획을 바꾸는 경우는 많지 않으리란 것이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