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전자가 특허를 얻은 카메라 렌즈 16개짜리 스마트폰. 위에서부터 렌즈, 거울, 플래시다. 렛츠고디지털(letsgodigital.org) 웹사이트서 인용. https://nl.letsgodigital.org/smartphones/lg-smartphone-camera/
듀얼(2개)에서 트리플(3개), 쿼드(4개)를 거쳐 펜티엄(5개)까지….
요즘 스마트폰 개발 경쟁에서 새로운 중심축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카메라 렌즈 수다.
2015년 10월 엘지전자가 처음으로 전면에 듀얼 카메라를 탑재한 ‘V10'을 내놓은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경쟁은 올해 삼성전자가 렌즈 4개를 탑재한 ‘쿼드 카메라’폰 갤럭시A9, 엘지가 뒷면 3개와 앞면 2개를 합쳐 5개의 렌즈를 단 V40을 내놓으면서 더욱 불꽃이 튀고 있다. 얼마 전엔 후면 렌즈가 5개인 노키아의 스마트폰 이미지가 공개되기도 했다.
16개의 카메라 렌즈 배열 방식. 엘지전자 특허 문서 및 레츠고디지털서 인용.
출원에서 등록까지 4년 반 걸려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 수는 얼마나 더 늘어날까? 최근 엘지전자가 카메라 렌즈를 자그마치 16개나 단 스마트폰 특허를 미국에서 확보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삼성이나 애플에 비해 뒤처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카메라 기능 향상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IT 전문매체 <레츠고디지털> <엔가젯> 등에 따르면 엘지는 11월20일 미 특허청(USPTO)으로부터 `모바일 단말기 및 모바일 단말기 제어 방법'이라는 제목의 특허를 취득했다. 2014년 4월에 출원해 등록까지 4년 반이 걸렸다. 듀얼 카메라폰을 내놓기 전에 이미 16개 렌즈 카메라폰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얘기다.
손가락 터치 방식으로 사진의 특정부분을 잘라 다른 사진과 조합할 수 있다.
가로 4개, 세로 4개의 렌즈 매트릭스
엘지가 낸 특허를 보면 16개의 렌즈는 가로 4개, 세로 4개씩 배열돼 있다. 이 렌즈 매트릭스는 각기 다양한 초점 거리를 갖고 있는 렌즈를 통해 사물을 한번에 여러 각도에서 담을 수 있어 입체 영상이 가능하다.
또 여러 각도에서 찍은 사진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를 수도 있고, 특정 부분을 잘라내 다른 렌즈로 찍은 사진과 합칠 수도 있다. 함께 찍은 사진들을 결합하면 그 자체가 움직이는 영상이 된다. 후면에 미러도 배치해 후면 렌즈를 사용해서도 셀프촬영을 할 수 있게 했다. 또 후면에 별도의 스피커가 있어 앞면 스피커와 함께 스테레오 사운드를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이 2015년 출시한 렌즈 16개짜리 콤팩트 카메라 `라이트'. 라이트 제공
뒷면 전체가 카메라 렌즈로 뒤덮일 날 올까
16개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엘지전자가 듀얼 카메라폰을 내놓았던 2015년 10월 미 실리콘밸리의 신생기업 라이트(Lite)가, 렌즈 16개를 단 콤팩트 카메라를 내놓은 바 있다. 초점 거리가 다른 렌즈들로 5200만 화소의 고해상도 사진과 고화질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도록 했다. 디스플레이 5인치인 스마트폰 크기에 35mm 렌즈 5개, 70mm 렌즈 5개, 150mm 렌즈 6개를 빼곡히 장착했다. 이 업체는 지난 여름 렌즈가 9개 달린 스마트폰 시제품을 공개하고 조만간 시판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특허를 냈다고 해서 모두 제품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엔가젯>은 엘지가 실제로 이런 스마트폰을 출시한다는 징후는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특허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경쟁 축이 해상도에서 렌즈로 옮아가고 있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조만간 스마트폰 뒷면 전체가 렌즈로 가득찰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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