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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내비 말만 들었는데” 더 밀리는 길 가라는 건 왜?

등록 2020-05-24 16:33수정 2020-06-21 16:59

[김재섭의 따뜻한 디지털]
무성한 ‘인공지능(AI) 마케팅’ 무조건 믿는 건 금물
판단 기반 ‘날 데이터’ 충분치 못한 경우도 많아
마케팅 수단 되면서 과용 우려도

중부1과 중부2 고속도로는 동서울톨게이트를 지난 지점에서 갈라졌다가 호법 교차로 못 미쳐서 다시 합쳐진다. 빠른 길을 찾아주는 모바일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으며 운전을 하다 보면, 어떤 때는 중부1 고속도로로, 또 어떤 때는 중부2 고속도로로 가라고 한다. 얼마 전 내비의 안내를 받아 중부1 고속도로로 들어서다가 문득 “이 내비 안내를 받는 운전자들은 다 이 길로 갈 텐데, 더 막히는 거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당시는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라고 하던데, 알아서 잘 판단해 안내해주겠지”라고 생각하며 안내를 따랐다.

이후 업계 1위 내비 서비스 운영자를 만날 기회가 있어 당시 들었던 의문에 관해 물어봤다. 그런데 허걱! “아직은 언제부터 다시 저쪽 길로 안내할지를 판단하는 능력은 없다. 이쪽 길이 차량 증가로 속도가 느려지는 모습의 데이터가 입수돼야 다시 저쪽 길로 안내한다.” 차가 막히기 시작한 뒤에야 반대편 길로 안내한다는 얘기다. 한마디 더 보탠다. “평소 다니던 감으로, 이쪽 길이 더 빠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안내 무시하고 그쪽으로 가세요. 내비 안내 무시하고 아는 길로 들어섰을 때 도착 예정시간이 푹 줄어드는 경험 해보지 않았나요.”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라고 하더니, 믿음이 확 깨졌다. 한 가지 더, 인공지능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인공지능은 ‘반성’할 줄 모르고, 처벌과 손가락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더 오래 걸리는 경로로 안내하려던 게 들통나면 미안함을 가져야 하는데, 음색 하나 변하지 않고 안내를 이어간다. “야! 너 똑바로 안내 안 할래”라고 소리 질러 보지만 소용없다. 나만 열불이 날 뿐이다.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필요하다. 우선 사업자들의 “인공지능 기반” 마케팅에 속지 말자. 인공지능 서비스는 ‘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데, 생활 속 인공지능 서비스는 대부분 아직 충분한 데이터를 공급받지 못한 상태다.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과용·오용되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인공지능은 예의와 배려심도 없다. 귀찮은 일(예를 들어 길 찾는 일)을 시키거나 심심할 때 잠깐씩 ‘도구’로 쓰고, 무엇보다 무조건 믿지 않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그 이상의 지위를 주거나 기대를 갖는 순간, 사용자는 감정소비를 할 수밖에 없단다.

정부가 정보화 강국에 이어 인공지능(AI) 강국을 표방하며, 전 국민에게 인공지능을 체험해볼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각종 공공서비스에 인공지능을 접목해 생활 속에서 경험할 수 있게 하겠단다.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감정낭비 증가로 의료보험 지출이 늘어날 수도 있어 보인다.

김재섭 선임기자 겸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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