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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당황→막막→분노→순응→조심…페이스북에 길들여지다

등록 2020-06-07 16:59수정 2020-06-21 16:51

[김재섭의 따뜻한 디지털]
‘네이버 기계’가 모아 놓은 뉴스 화면. 통신 마일리지와 항공 마일리지 관련 기사를 구분 못해 섞어 놓았다. 네이버 화면 갈무리
‘네이버 기계’가 모아 놓은 뉴스 화면. 통신 마일리지와 항공 마일리지 관련 기사를 구분 못해 섞어 놓았다. 네이버 화면 갈무리

대학 신문사 편집장을 하던 1984년 어느 날 새벽, 안면 있는 경찰(당시는 대학에 경찰서 정보과 형사가 출입했다)이 집에 들이닥치더니 잠깐 어디 좀 같이 가잔다. 차에 태워 서울 밖을 달리면서 아침을 먹여주고, 커피를 사주고, 점심도 챙겨준다. “약속이 있다”고 하자 “그 약속 안가도 된다. 아무것도 묻지 말고, 그냥 드라이브나 하자”고 한다. 해질녘에야 집에 데려다줬다. 그날 예정된 자대기련(자유언론대학신문기자연합회) 행사 참석을 차단하려고 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참 당황스러웠던 당시 경험을 최근 늦깎이로 페이스북을 이용하면서 다시 했다. 페이스북 가입 며칠 뒤, 갑자기 페이스북 계정이 잠겼다. ‘페이스북 규칙을 위반해 계정 접속을 중단한다’고 했다. 뭔 메뉴인가를 클릭했더니 본인 확인용 사진을 보내라고 해 보내자 ‘코로나19 사태로 직원이 없어 검토가 늦어지고 있다. 불편을 끼쳐 미안하다’는 메시지 창이 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왜 이러는 것인지 물어볼 곳도, 하소연할 곳도 없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코리아 쪽에 문의했더니 “가끔 이런 문의를 받는데, 페이스북 서비스는 기계(알고리즘)가 운영해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냥 며칠 기다려보란다. 페이스북 이용 ‘선배’들도 이유와 해결 방법을 묻는 말에 고개를 가로젓기만 했다. 어떤 이는 “혹시 부적절한 사진을 올린 거 아니냐?”고 놀리기까지 했다. 이틀쯤 뒤 갑자기 페이스북 접속은 가능해졌는데, 그동안 왜 막았는지, 그리고 지금은 왜 이용할 수 있게 하는지 등에 대한 설명은 없다.

대학 신문사 편집장 시절 경찰의 새벽 방문을 받은 뒤에는 비슷한 행사가 있는 날에는 친구 하숙집이나 동아리 사무실서 잤다. 요즘은 페이스북을 이용할 때마다 또 잠기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조심스럽다.

이른바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가 늘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기계를 상대해야 할 때가 많아지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에서 뉴스를 배치하고, 온라인쇼핑몰에서 주문을 받으며, 내비게이션이 빠른 길을 찾아 안내하고, 패스트푸드점서 주문을 받는 것 등도 기계가 한다. 은행에선 창구 대신 기계를 통해 예·적금을 들면 금리를 더 주기도 한다.

기계의 특징은 명령받은 대로만 한다는 것이다. 융통성이 없다. 상대를 배려하지 못하고, 상대 눈높이로 설명할 능력도 없다. 기계 운영자들이 이를 악용하기도 한다. 기계에 시켜 놓고, 기계가 해서 모른다고 시치미를 뗀다. 사용자는 기계 앞에서 처음에는 열 받지만 곧 지치며 길들여진다. ‘빅 브라더’가 등장해 시민들을 길들인다면, 딱 이 방식이 아닐까.

김재섭 선임기자 겸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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