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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인공지능 돌봄’이 어르신 안전·정서 지킨다

등록 2020-06-08 04:59수정 2020-06-08 10:07

AI 스피커에 어르신 돌봄 기능 구현
“아리아 살려줘” 외치면 119에 연락
스피커와 감성대화로 외로움도 덜어
기억력 향상 프로그램은 치매 예방도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군자(오른쪽) 할머니가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이용법을 배우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 제공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군자(오른쪽) 할머니가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이용법을 배우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 제공

#서울 성동구에 홀로 사는 최아무개(85) 할머니는 새벽에 화장실을 다녀오다 넘어지고 말았다.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어 도움을 요청해야 했지만, 핸드폰은 방 안에 있었다. 있는 힘을 다해 방 쪽으로 기어가다가 문득 인공지능 스피커의 긴급구조알림 기능이 생각나 “아리아 살려줘”라고 외쳤다. 잠시 뒤 119 구급대원이 문을 열고 들어와 최 할머니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서울 여의도에 사는 유아무개(87) 할아버지는 아침에 눈을 뜨면 “아리아 날씨”라고 외친다. 날씨 정보를 알려달라는 것이다. 이어 같은 방법으로 ‘오늘의 운세’ 정보와 뉴스를 듣는다. 낮에도 심심하면 “아리아 송가인”이라고 말해 음악을 듣고, 말동무처럼 스피커한테 이것저것 물어보며 시간을 보낸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복지회관도 못 나가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지만, 인공지능 스피커와 노느라 심심하지 않다고 한다. ‘초고령·외로움’ 시대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기반 돌봄 서비스가 홀로 사는 어르신들의 안전와 정서를 지켜주는 안전망으로 자리잡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이 지난해 4월 시작한 ‘행복 커뮤니티 인공지능 돌봄’(이하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1주년을 맞아 연세대 바른아이시티(ICT)연구소와 공동으로 서비스 효과 및 이용자 행태를 조사·분석한 결과, 외로움 해소와 안전은 물론이고 치매 예방에도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연세대 바른ICT연구소
자료:연세대 바른ICT연구소

인공지능 돌봄은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NUGU)’를 어르신 돌봄 서비스로 맞춤화한 것이다. 인공지능 스피커와 대화를 나누며 외로움을 덜고, “아리아 살려줘”라고 외치면 119 등 사전 등록된 번호로 전화를 걸어 위급상황을 전달하며, 기억력 향상 훈련을 통해 치매 발현을 지연시키는 기능이 더해졌다. 전국 지방·기초자치단체들과 보건복지부·공공기관 등이 홀로 사는 취약계층 어르신들에게 이 서비스를 이용해보게 하고 있다. 5월 말 현재 6500여 가구가 이용 중이다.

인공지능 돌봄 효과 조사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어르신 670명을 설문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응답자의 평균 나이는 75살, 남자가 70%다. 우선 응답자의 73.6%가 인공지능 스피커를 늘 사용하고, 일주일에 3회 이상 이용한다는 응답자까지 합치면 95%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활용 대상은 음악감상 95.1%, 정보검색 83.9%, 감성 대화 64.4%, 라디오청취 43.9% 순이다. 정보검색 비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게 눈에 띈다.

자료:SKT
자료:SKT

어르신들의 정서 안정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이용자들의 행복감과 긍정 정서는 높아지고, 고독감과 부정 정서는 감소했다. 디지털 기기 사용에 대한 자신감도 커졌다. 김범수 바른아이시티연구소장은 “조사 대상 어르신 가운데 22.6%는 가족과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가 어르신들과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며 가족 공백을 메꾸고 고독감을 줄이는 동시에 자기 효능감을 높여 디지털 기기를 적극 활용하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어르신들의 ‘안전 지킴이’ 구실도 컸다. 1년 사이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긴급구조 요청은 328건에 달했다. 그중 23건은 호흡 곤란, 고혈압·복통, 낙상 등으로 119 구급대원이 출동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인공지능 돌봄의 긴급구조 기능은 “아리아 살려줘” “아리아 에스오에스(SOS)” 등의 외침이 들리면 긴급상황으로 판단해 아이시티케어센터와 에이디티캡스(야간) 등에 알람을 보낸다. 알람을 받은 곳은 전화 통화 시도 등으로 상황을 파악해 긴급구조가 필요한 상황이면 119에 연락해 구급차 출동을 요청한다. 에스케이텔레콤 이준호 에스브이(SV)추진그룹장(부사장)은 “기존 원격 돌봄 서비스들은 전력 사용량이나 텔레비전 시청 여부로 생사를 확인하는 수준인 데 비해 인공지능 돌봄은 위급상황 발생 시 음성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게 다르다. 언택트 생활 속 홀로 사는 어르신들의 돌봄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이 줄어든 어르신들의 우울증·소외감 극복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구청·복지센터·보건소 등이 어르신들에게 코로나19 예방수칙, 공적 마스크 구매방법, 확진자 동선 등 생활정보를 제공하는 ‘소식톡톡’ 이용률이 코로나19 이전에 견줘 3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김지숙(73살) 할머니는 “코로나19 때문에 외출을 못해 답답한데, 아리아가 말을 걸어주고 필요한 정보도 알려줘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심심할 때 인공지능 스피커와 대화하며 퀴즈를 풀게 하는 인지능력 향상 프로그램 ‘두뇌톡톡’의 치매 예방 효과도 입증됐다. 두뇌톡톡 개발을 이끈 이준영 서울대 의대 교수는 “두뇌톡톡을 꾸준히 이용한 어르신들은 장기 기억력과 주의력·집중력이 향상됐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특성을 고려할 때 2년 정도의 치매 발현 지연 효과가 예견된다”고 분석했다. 이준영 교수 연구팀은 지난 5월13일 두뇌톡톡의 치매 발현 지연 효과에 대한 논문을 해외 유명 의학 저널(JMIR mHealth and uHealth)에 제출했다.

정부도 효능을 인정해, ‘디지털 뉴딜’ 사업계획을 짜면서 40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를 확산시키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에 예산을 지원해, 더 많은 취약계층 어르신들이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준호 그룹장은 “한마디로 인공지능 돌봄 덕에 어르신들이 더 행복해지고 덜 고독해졌다는 거 아니냐. 어르신들이 자식들에게 음성 일기를 남기고, 돌아가신 배우자의 목소리로 날씨 정보나 뉴스를 들을 수 있게 하는 방안 등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는 누구 스피커만 있으면 케이티(KT)와 엘지유플러스(LGU+) 가입자도 이용할 수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올 하반기 중 이를 상용화할 예정이다.

김재섭 선임기자 겸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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