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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포용하는 디지털…언제든지 배우러 오세요

등록 2020-07-06 05:00수정 2020-07-06 10:05

‘집합 교육’에서 ‘개별 교육’으로
‘디지털역량센터’ 1천곳 9월 열어
강사·서포터즈 2명씩 상시 배치
디지털 소외계층 불편·차별 해소
장애인 등에겐 방문 디지털 교육도

2022년까지 주민센터·마을회관 등
4만1천여곳에 공공 와이파이 추가
비용 부담 없는 인터넷 시대 구현
한국정보화진흥원이 6월19일 부산디자인진흥원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종합 역량 교육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수강생들이 마스크와 보호장구를 쓴 채 교육을 받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제공
한국정보화진흥원이 6월19일 부산디자인진흥원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종합 역량 교육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수강생들이 마스크와 보호장구를 쓴 채 교육을 받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제공

지난 3일 오후 서울역 매표소 앞. 20여명이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는데, 대부분 중·장년이다. 50대 중반쯤 돼 보이는 손님이 창구 앞에 서더니 경주 가는 표를 달라고 한다. 매표소 직원이 “케이티엑스(KTX)로 가실 거죠? 그 시간대는 표가 매진됐는데요. 다음부터는 코레일톡 앱으로 예매하세요”라고 한다. “그거 할 줄 모르는데….” “자녀분들한테 해달라고 하세요.”

이런 장면은 기차역 매표소뿐만 아니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등의 매표창구 앞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를 활용할 줄 모르는 ‘디지털 소외계층’이 어떤 불편과 피해를 보며 살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불편과 차별은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디지털화에 따라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디지털 기술 활용 능력 수준이 고도화하고 있는 점을 들어 “디지털 소외가 사회·경제적 소외로 이어져 생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급기야 정부가 나섰다. ‘한국형 뉴딜’의 한 축인 ‘디지털 뉴딜’ 정책을 ‘디지털 포용’에 무게를 두고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6월22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정보통신전략위원회 회의를 열어 ‘디지털 포용 추진계획’을 의결했다. “디지털 흐름에서 소외돼 불편과 차별을 당하는 사람들이 없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디지털화 혜택을 찾아서 누리고, 이를 통해 디지털 사회에 참여할 동기를 갖게 하는 게 목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윤규 정보통신정책관은 “그동안의 정부 정책이 취약계층의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던 것에 견줘, 디지털 포용은 취약계층을 포함한 모든 국민의 디지털 활용 역량을 강화해 ‘다 함께 누리는 디지털 세상’을 구현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주관으로 열린 어르신 대상 디지털 종합역량 교육에 참가한 수강생들이 무인정보단말기에서 식사를 주문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제공
한국정보화진흥원 주관으로 열린 어르신 대상 디지털 종합역량 교육에 참가한 수강생들이 무인정보단말기에서 식사를 주문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제공

우선 누구나 찾아가거나 주문해서 디지털 기기·서비스 활용법을 배울 수 있게 한다. 주민센터·도서관·과학관·복지관 등을 ‘디지털역량센터’로 지정해,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쉽게 디지털 기기·서비스 활용법을 배우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한다. 디지털역량센터는 ‘집합 교육’ 방식이 아닌 언제나 찾아와 묻고 배울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누구나 가까운 디지털역량센터를 찾아가 모바일 기기로 기차·버스표를 예매하고, 온라인쇼핑·모바일뱅킹·공용자전거 등을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할 수 있다. 직접 찍은 사진·동영상을 편집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공유하고, 블로그를 운영하는 경험도 해볼 수 있다.

디지털역량센터는 오는 9월부터 전국에 1천여곳이 운영될 예정이다. 각 센터에는 디지털 강사 2명과 서포터즈 2명이 상시 배치된다. 정부는 기존 정보화 강사와 함께, 정보통신기술(ICT) 쪽 근무 경험을 가진 경력단절 인력과 정보통신기술 경진대회 수상자 등을 강사로 양성해 배치할 계획이다. 서포터즈는 기존 봉사단에 더불어, 정보통신기술분야 퇴직자와 대학생 등을 활용하기로 했다. 대학 소프트웨어 학과 학생 등에게 단기(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제공하고, 대학생들의 ‘디활’(디지털 봉사활동)을 활성화하며, 정보통신기술 기업 임직원들이 봉사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과 중증 장애인에게는 ‘찾아가는 일대일 방문 디지털 역량 교육’ 서비스가 제공된다.

디지털역량센터 운용을 주관할 한국정보화진흥원의 문용식 원장은 “온라인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줄 모르면 예·적금 금리에서 차별을 당하고, 온라인쇼핑을 할 줄 모르면 쿠폰과 가격할인 등에서 손해를 본다. 디지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취업 기회도 적어진다. 사실상 앞으로는 디지털 소외계층은 생존이 어려워지게 된다는 얘기”라며 “디지털 포용으로 이에 전략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디지털화가 사회적 불평등과 갈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비용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올해부터 2022년 사이에 주민센터와 마을회관 같은 공공장소 4만1천 곳에 공공 와이파이(무선랜)가 추가로 설치된다. 또한 섬과 오지 등 그동안 인터넷 이용이 어려웠던 농어촌 마을 1300여개 지역에 초고속인터넷 서비스가 보급될 수 있도록 통신망을 구축한다.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기기·서비스 이용법 개선도 추진된다.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는 공공성과 사업자 규모 등을 살펴 어르신·장애인의 접근성을 보장하도록 의무화한다. 과기정통부 신대식 디지털포용팀장은 “63만 유튜버 박막례도 키오스크 앞에서 쩔쩔매고, 편리한 키오스크가 장애인들에게는 무용지물이라는 기사가 날 정도로 어르신·장애인들의 무인단말기 활용 문턱이 높은 게 사실”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동안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줄 알면 조금 더 편했다. 이제는 디지털 기기나 서비스를 활용할 줄 모르면 사회·경제적으로 완전히 소외된다. 차별을 받고, 금전적으로 손해를 받으며, 취업기회도 줄어든다. 생존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한국형 뉴딜’의 한 축으로 ‘디지털 뉴딜’을 추진하면서 이례적으로 ‘디지털 포용’을 앞세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짜면서 ‘디지털 포용 및 안전망 구축’에 배정한 예산만도 1407억원에 이른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6월16일 대전시 유성구에 있는 시각장애인 보조 정보기기 전문업체 셀바스헬스케어에서 열린 정보통신 보조기기 개발·제조업체 대표 간담회에 참석한 뒤 ‘한겨레’와 만나 “디지털 포용이 전제되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강국’ 전략 등으로 추구하는 디지털 사회에서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없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최 장관은 요즘 디지털 포용 추진계획을 주관할 한국정보화진흥원의 문용식 원장 등과 함께 디지털 포용 정책을 뒷받침할 기기와 서비스를 개발·보급하는 기업 대표들과 현장간담회를 잇따라 갖고 있다.

최 장관은 어르신들이 모바일 앱으로 기차표나 버스표를 예매하는 방법을 몰라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에 일찍 나가 표를 구하는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을 예로 들며 “승객들이 몰리는 시간대 표는 온라인예매로 이미 다 나가 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디지털을 활용할 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사이에는 기회 차별까지 발생하는 꼴”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요즘은 디지털 기기·서비스 활용이 서툴면 일상생활 자체가 어렵다. 영화관과 패스트푸드 식당은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로 티켓을 사게 하거나 주문을 받는데, 어르신들에겐 문턱이 높다. 금융회사들은 온라인으로 예·적금을 들면 금리를 더 주는데, 디지털 소외계층에겐 금리 차별로 이어진다. 온라인쇼핑을 할 줄 몰라 불편한 다리로 마트를 찾는 어르신들도 많다.

최 장관은 “누구나 디지털을 활용해 경제활동 범위를 넓히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하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본다. 디지털 소외가 사회·경제적 소외로 이어지며 사회적 갈등을 부르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디지털 포용 정책은 일회성이 아니라 꾸준히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겸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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