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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어렵고 복잡하게 해놓곤…못 쓰면 ‘소외계층’ 타박

등록 2020-07-20 08:00수정 2020-07-20 10:22

[김재섭의 따뜻한 디지털]
디지털 소외계층으로 꼽히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역량강화 교육 현장. 한국정보화진흥원 제공
디지털 소외계층으로 꼽히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역량강화 교육 현장. 한국정보화진흥원 제공

‘에스케이텔레콤(SKT) 정지 풀려고 티월드 들어가려니 로그인해야 하고, 로그인했더니 해외라고 다시 인증하라는데 정지된 휴대폰으로 어찌 인증하라고? 등록했던 이메일은 아마 옛날이라 핫메일로 했던 듯한데 패스워드가 기억 안나고. 그 패스워드 알아내려고 이것저것 하니, 계정 복구해야 한다며 다시 이것저것 필요. 에스케이텔레콤 온라인상담 창구 들어가려니 다시 로그인하라네. 이런 무한 루프가. 나름 25년 가까이 에스케이텔레콤만 썼는데 너무 짜증 나잖아!!!!!!!!!!! 코로나19 때문에 입국 전에 정지 풀어야 하는데 아놔, 아놔, 아놔.’

국외연수 기간이 끝나 귀국을 앞둔 한 회사원(40대)이 페이스북에 올린 하소연 글이다. 출국 때 정지시킨 휴대전화를 풀려고 하는데, 요구하는 게 많고 절차가 복잡해 ‘돌아버리겠다’는 내용이다. 직접 겪는 것처럼 가슴이 갑갑하고 답답해진다. 10년도 더 전에 등록한 이메일과 비밀번호(패스워드)를 입력하라고 해서 황당하다는 대목이 특별히 와 닿는다.

‘브라우저(인터넷 접속 프로그램)를 새것으로 업그레이드하라고 해서 응했더니 뭔가를 자꾸 물어본다. 뭘 묻는지 몰라 ‘예’를 눌러 일단 진행한 뒤 빠져나왔다가 다시 접속하기 위해 익숙한 브라우저 아이콘을 눌렀더니 새 브라우저를 쓰란다. 새 브라우저를 실행시켜 페이스북에 접속하자 가입 때 등록한 이메일 주소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란다. 티빙 사이트에서는 사용자 이름(ID)과 비밀번호를 요구한다. 비밀번호 잊어버렸는데 어쩌지?’

직장인 장아무개(57)씨의 경험이다. 짜증 나서 구글 크롬을 실행한 뒤 티빙 사이트에 접속했는데, 역시 사용자 이름과 비밀번호를 요구한다. “몇년 전 만들어 입력한 걸 어떻게 기억해서 입력하라는 거야. 그동안은 안물어보고 그냥 클릭하면 되더니 왜 갑자기 물어봐서 사람 당황스럽게 만드는 거야.” 이전에 비밀번호를 숫자와 특수문자를 섞어 8자리 이상으로 만들라고 해 “이렇게 복잡하게 하면 어떻게 기억하라고?”라고 투덜댄 적이 있는데, 딱 그 짝이 난 것이다. 장씨는 티빙과 페이스북 이용을 미루고 있다.

최근 언론사 간부 내지 기업 임원 직함을 가진 중년 연령대 예닐곱명이 모인 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 기차표 예매할 줄 알아?”라고 물어봤다. 한 참석자가 “아니 그렇게 어려운 걸 어떻게 해?”라고 농을 했다. 다른 참석자 역시 “택시 승객이 왼쪽으로 쏠릴 때가 언제인지 알아? 운전자가 핸들을 갑자기 오른쪽으로 틀었을 때래”라며 “‘디지털 소외계층’이 왜 생기는지 알아? 이용법과 절차가 너무 복잡해서 그렇대”라고 ‘아재 개그’를 했다.

모두 모른다는 것이다. 모두 디지털 소외계층이고, 디지털 역량강화 교육 대상이다.

김재섭 선임기자 겸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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