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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칼럼] 가로수의 힘겨운 봄맞이

등록 2018-05-18 10:57수정 2018-05-18 10:59

[한겨레 창간 30년-디지털 아카이브]
2002년 3월 14일 한겨레신문 18면 ‘김훈의 거리의 칼럼’

김훈 기자

김훈 기자
김훈 기자
서울 종로3가 인도에 보도블록 한 장이 깨졌다. 깨어진 틈새에 가로수 실뿌리가 엉켜 있었다. 보도블록 이음새를 비집고 올라오는 실뿌리도 있었다.

식물학자에게 땅 위로 솟는 뿌리의 사연을 물어보았다. 행인의 발걸음으로 땅이 다져지고 지표가 모두 아스팔트나 보도블록으로 포장된 도심에서, 물과 공기에 주린 가로수의 실뿌리들은 보도블록 틈새를 파고든다고 학자는 설명해주었다.

새잎을 피워내는 봄에 가로수는 더욱 목마르고 답답하다. 보도블록 틈새로 실뿌리를 내미는 것은 나무의 필사적인 봄맞이다.

구청 작업반이 겨우내 말라죽은 가로수 한 그루를 뽑아내었다. 서울은 땅속도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거대하게 자리 잡은 지하매설물 사이사이로 나무는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굵은 뿌리를 땅속 깊이 박을 수 없는 가로수는 실뿌리를 키워서 정화조와 상하수도 파이프와 통신구 사이를 가득 메우고 있다. 애처롭고도 맹렬한 생명이었다.

뿌리가 매설물을 건드리지 못하도록 지하에 시멘트로 구획을 만들고 그 안에 심어놓은 나무도 있다. 이런 가로수는 평생을 그 속에 갇혀 세종로에 산다.

생명을 짓누르는 구조물 틈새마다 생명은 가득 차서 넘친다. 넘쳐서 비집고 나온다. 지금, 도심의 가로수들은 일제히 움을 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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