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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아카이브

[김훈 칼럼] 남녀구분 없앤 신명의 힘

등록 2018-05-18 13:41

[한겨레 창간 30년-디지털 아카이브]
2002년 6월 21일 한겨레신문 18면 ‘김훈의 거리의 칼럼’

김훈 기자

김훈 기자
김훈 기자
월드컵 기간 중에 길거리 응원에서 체험하는 문화적 충격은 크다. 집단적 신명의 힘이 굳어져 버린 삶과 의식의 구획을 무너뜨리는 놀라움이 연일 전국의 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다.

남녀의 구별은 한국의 문화규범 속에서 가장 강고한 것이었다. 유년의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이 함께 놀아 본 적이 거의 없다. 늘 끼리끼리만 놀았다. 소꿉장난 인형놀이 고무줄놀이 널뛰기 그네타기는 여자아이들끼리, 말타기 기마전 자치기 제기차기 굴렁쇠는 남자아이들끼리만 놀았다. 강강술래나 고싸움, 놋다리밟기 같은 전통놀이에서도 남녀는 대부분 따로 놀았다. 시골마을의 노인회관에 가보면 지금도 할아버지 방과 할머니 방은 분리되어 있다. 늙어서도 따로따로 논다. 그러나 놀랍게도 밥때가 되면 할머니들은 자발적으로 밥상을 차려서 할아버지 방으로 넣어준다.

지금, 길거리 응원의 신바람 속에서는 남녀의 구획이 아예 없다. 아무나 서로 끌어안고 구르고 소리친다. 신바람이 삶을 옥죄던 사슬을 끊어내고 더 크고 힘센 세계로 사람들을 이끌어가고 있다. 남자냐, 여자냐를 쓸데없이 의식하면서 잘못 살아온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집단적 신명은 변혁의 원동력이다. 그리고 그 힘은 스포츠를 넘어서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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