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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칼럼] 가라앉지 않는 농민들의 울분

등록 2018-05-18 13:45수정 2020-12-03 11:35

[한겨레 창간 30년-디지털 아카이브]
2002년 7월 27일 한겨레신문 18면 ‘김훈의 거리의 칼럼’

김훈 기자

김훈 기자
김훈 기자

지난 22일 서울 사직공원에 모였던 전국 마늘재배 농민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서 지역별로 중국 마늘 수입 개방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서울 집회가 열렸던 22일은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젖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소주를 마시며 울분을 토하는 농민들은 나라없는 국민들처럼 보였다. 마늘은 9월에 파종해서 이듬해 6월에 거둔다. 내년 1월부터 엄청난 분량의 중국 마늘이 들어온다니 당장 올가을 마늘밭에 마늘씨를 뿌려야 할지, 양파씨를 뿌려야 할지를 놓고 농민들은 대책 없는 갑론을박을 계속하고 있었다.

마늘과 양파는 재배시기와 유통구조가 같다. 최근 몇 년째 마늘값이 떨어져 너도나도 양파를 심었다가 양파값이 폭락해 양파밭을 갈아엎고, ‘이것도 아니로구나’ 싶어 이집 저집 다들 겨울배추를 심었다가 배추밭을 갈아엎고, 대파밭을 갈아엎은 농민들의 울분은 한없이 이어졌다.

마늘농사를 버리더라도 중국에 핸드폰을 팔면 국가 전체의 부는 커진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그렇게 커진 국부는 밭을 갈아엎어야 하는 농민들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어 보였다. 비에 젖은 농민들은 합창으로 노래했다. “보리농사 망하고 고추농사 망하고/이 세상에 지어먹을 농사 하나 있어/여의도 아스팔트에 해방농사 지어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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