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을 읽고 있는 대학생들. 〈한겨레신문〉은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의 실현에 충실한 편집방향을 견지함으로써 독자들로부터 젊은 신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곽윤섭 기자
[한겨레 창간 30년-디지털 아카이브]
1990년 5월 15일 한겨레신문 6면
정치의 '고심' 전달을
<한겨레>는 간혹 편집의도가 무엇일까 하고 궁금할 정도로 파격적인 사진과 기사를 함께 싣는데, 그에 대해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우선 시원한 편집과 쉬운 우리말 문체가 생동감을 돋우어 부담없이 읽게 한다.
특히 사회 구석구석에 널려 있는 문제점들을 포클레인으로 파헤치는 것 같은 기획기사는 <한겨레> 종사자들의 뛰어난 문제의식 때문일 것으로 여겨져 때로는 등에서 식은 땀이 흐를 것만 같은 느낌도 들 때가 없지 않다.
다만 정치는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라 좋은 것 중에서 더 좋은 것을 선택하려는 몸부림이라는 점이 지면 속에 깊숙이 배어 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 때가 많다.
창간 두돌을 맞는 <한겨레신문>은 그동안 우리 언론의 관행이었던 양시·양비론을 과감히 벗어나는 편집으로 독자들로부터 열띤 호응과 격려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짧은 역사와 부족한 경험탓으로 시행착오나 미흡한 점도 많았다는 점에서 독자들의 그에 따른 불만 또한 없을 수 없다. 앞으로 더 나은 지면을 꾸미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각 지면에 대한 각계 독자들의 '솔직한 불평'을 들어본다.
<편집자>
김중위 <국회의원·민자당>
독자 스스로 생각하게
정치면 기사는 해설이나 사설이 아닌데도 해석과 비판을 가미하는 습성이 있어 성숙한 독자들이 갖고 있는 인식능력을 과소평가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정치면은 기자들의 시각을 강조 또는 강요하기보다는 사실보도의 양적 확대를 통해 독자들 스스로의 인식과 비판을 유도하는 소재의 광장으로 꾸며져야 한다. 그래야만 그렇지 않아도 딱딱한 정치기사에 독자들의 친밀감을 길러주어 자연스런 방향 안내가 가능할 것이다.
또다른 고쳐야 할 점은 예를 들어 국회 각 상임위가 국정전반을 논의하는데 특정 몇개 상임위에 기사를 국한함으로써 센세이셔널리즘의 흉내를 내는 것 등인데 이같은 보도태도는 여타신문의 낡은 관행을 답습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협 <국회의원·평민당>
지나친 강조 여과를
경제면 기사들은 오늘의 경제와 관련한 제반문제들이 한결같이 계급모순에서 비롯된 듯 분석하고 있는데 이같은 시각은 포괄적이지 못해 경제적 상식 또는 지식이 풍부하지 못한 독자들의 이해에 어려움을 주는 것 같다.
소외되고 못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고 그들의 권익옹호를 도모하고자 부의 비례적 균등분배를 강조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것이 여과없이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자칫하면 가진자와 못가진자 사이의 갈등과 위화감을 더 증폭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급격한 변혁보다는 점진적 개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하다는 시각이 필요하며 비교적 양쪽을 대등하게 볼 수 있는 가치 중립적, 객관적 입장에서 제반문제를 다루었으면 한다. 이정우<고려증권(주) 대표이사>
국제경제 취재 빈약
경제면 기사는 국내경제의 흐름이나 구조적인 취약성, 그리고 기업들이 당면한 현실과 과제에 대한 분석이 그 폭이나 심도면에서 다소 부족하다.
국제경제 분야에 대해서도 심층취재가 빈약한 편인데 거대한 외국자본의 유입이나 첨단기술의 독점 그리고 국제수지의 불균형 현상 등으로 국제경쟁은 날로 치열해져 가는데 이같은 국제경쟁 상황에 대한 정확하고 신속한 보도와 논평이 아쉽다.
<한겨레>가 물론 경제지는 아니지만 경제일반에 대한 폭넓은 시각과 특유의 날카로운 비판력, 문제해결을 위한 올바른 제언을 지면에 담았으면 한다.이수환<제일합섬(주) 대표이사 사장>
농촌 심층소개 아쉬워
사회면에서 나타나는 농민에 대한 관심은 다른 기존 언론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농민들은 지금 수입개방으로 심을 만한 마땅한 작목이 없어 농촌노동자로 전락해 가고 있다. 그런데도 이같은 농촌의 실상에 대한 심층소개나 분석, 올바른 농정방향 등이 지면에 나타나지 않고 그저 있는 현상을 피상적이고 나열식으로 보도하는 것에 그치고 있는 것 같다.
<한겨레>가 농민들이 땀흘린 만큼 대가를 받지 못하고, 관광개발 등으로 땅 값이 크게 올라 논밭 한뙈기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운 답답한 현실에 처해 있는 것을 외면한다면 우리들은 과연 누구를 믿고 의지할 것인가. 오성근<농민·전북 부안군 줄포면 줄포리>
노동자처지 더 깊이
사회면에 실리는 우리 노동자들의 투쟁이나 삶과 관련된 기사들은 거의가 노동자 투쟁의 정당성이나 투쟁의 원인에 대한 규명없이 6하원칙에 입각한 현상만을 담고 있다.
10, 11면에 실리는 짧은 기사에서라도 노동자들의 투쟁 원인이 소개되고 자본가의 잘못이 확연히 밝혀져야 한다. 허구적인 임대주택 건립계획을 다룬 기사는 확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자본가들이 각 일간지나 방송을 통해 끊임없는 여론공세를 취해오는 데 반해 노동자들의 홍보활동은 걸음마상태인 만큼 <한겨레 신문>이 노동자들의 삶과 생활 그리고 투쟁상을 광범하게 알려주는 역할을 담당해 주었으면 한다.나영주<청계피복 노조원>
북한관련 기사 적어
민족국제면은 다른 일간신문에 비해 외신취재원이 부족해서인지 상대적으로 신속하고 풍부한 외국소식을 접하기 어렵다.
또 하나 아쉬운 것은 표방하는 지향점이 민주언론, 통일언론이면서도 북한관련 기사가 적은 점이다. 적어도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통일의 한 주체로 인정하는 편집을 지향한다면 북한에 대한 각종 정보를 객관적입장에서 보다 많이 제공해야 한다.
또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외국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배경을 자세히 설명하는 해설기사를 보다 자주 실어주기 바란다.이한기<서강대 사학과 4년>
내용 좋지만 재미부족
생활환경면은 내용은 좋으나 재미가 없다는 생각을 가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과학정보나 의약교실, 생활경제, 환경문제 등이 신선한 호기심을 끌지 못하고 한 지면에 너무 많은 분야를 싣다보니 중요한 여성차별 문제에는 다소 소홀한 것 같다.
특히 여성문제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를테면 `새여성 세대가 오고 있다' 경우에서처럼 어느날 우뚝 솟은 주체적인 여성이 아니라 그들이 겪었을 일상의 어려움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하나하나 극복해 나갔는지 그 과정을 묘사해 주었으면 좋겠다.
또 '백화점소식' '새상품소개' 등은 정보와 함께 문제점도 지적해주는 성의가 아쉽다. 정이비<주부·서울시 노원구 상계 8동 주공아파트 1601-202>
'상업체육' 벗어나길
체육면은 유일하게 부담없이 볼 수 있는(?) 면인데도 같은 면에 지역소식란이 끼여 있는 탓으로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증면이 되면 우선적으로 체육면부터 정상화하기를 기대한다.
지면이 제한된 탓도 있겠지만 기사의 내용이 경기 결과에 대한 단순보도 이상을 넘지 못한다. 그나마 시간적으로 뒤늦은 소식이 많다.
생활체육에 남다른 관심을 쏟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인데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각자 자기에게 알맞는 운동을 찾을 수 있도록 자세한 안내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또 현재 각 일간지들이 프로야구를 머릿기사로 자주 올리고 있는데 <한겨레>만은 확고한 편집방향을 가지고 프로야구로 대표되는 '상업주의'를 분별있게 수용하기 바라며 특히 남북교류에 걸맞는 종목은 무엇보다 축구라는 점에서 청소년 축구에 대한 깊은 관심을 기울여주었으면 한다. 신동일<배화여중교사>
꼬인문장 어렵다
문화면 기사들은 다소 어려워 읽기에 답답하고 지루한 감이 있다.
기사를 쉬운 말로 풀어쓰기보다는 오히려 압축한 가운데 난해한 전문용어를 촘촘히 박아놓거나 꼬고 틀어서 다소 부담스럽게 한다.
또 시사성도 없고 꼭 알아야 할 사항도 아닌 듯한 출판계의 사정이 세세히 보도되는 경우라든지 심지어 민중·전통예술과 거리가 먼 상류층의 도락에 불과한 공연 소식 등이 지면을 많이 차지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와 같은 내용들은 민중의 생활정서와 이반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이성열<은행원>
교조적 일방통행
사설 및 여론매체면은 전체적으로 무겁고 어두운 느낌을 준다. 사설은 명쾌한 논리가 담겨 있어 좋지만, 때로는 논리가 비약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더불어 생각하며'는 매일매일 게재되는 데 문제점이 있지 않나 한다. 내용 또한 다분히 교조적이고 원칙적이어서 현실적인 설득력이 부족한데 기고내용이 칼럼제목 그대로 `더불어 생각하고 의견을 나누는' 난이 되어야 하겠다.
국민기자석 역시 같은 성격인데 독자들의 일상생활과 관련있는 글들을 많이 담았으면 한다. 위경호<대웅조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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