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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아카이브

[김훈 칼럼] 표류하는 ‘허일병 죽음’ 진실

등록 2018-05-18 14:13

[한겨레 창간 30년-디지털 아카이브]
2002년 10월 31일 한겨레신문 18면 ‘김훈의 거리의 칼럼’

김훈 기자

김훈 기자
김훈 기자
허원근 일병의 죽음의 진실은 조사를 거듭할수록 어려워진다. 증인들은 말을 바꾸면서 돌아서고 있다.

지난 9월 3일 아침,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7사단 지오피(GOP) 현장검증에 동행했던 당시 중대원 전아무개씨와 이아무개씨는 화천읍내에서 헤어졌다. 이들은 사건을 처음부터 목격했다는 핵심적 증인들이었다.

“이 사회에서 누가 나를 보호해 줄 것인가”라며 이씨는 지오피(GOP)로 올라가기를 거부했다. 전씨는 “네가 가버리면 나 혼자서 이 사태를 어떻게 감당하겠느냐. 제발 함께 가자”며 이씨에게 매달렸다. 옛 전우들은 그렇게 헤어졌다. 이씨의 선택은 현명해 보이기도 한다. “누가 나를 보호해 주겠느냐”던 이씨의 불안은 틀린 걱정은 아니었다.

18년 전의 사실을 진술하는 인간의 언어는 허약할 수밖에 없다. 양심 또한 고립된 상태에서는 허약하다. 이 허약한 언어를 서로가 보호해 주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의 말도 살아남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써 말을 부수는 일은 쉽다. 그러나 그렇게 쌓여가는 말의 쓰레기는 사회적 비극이다. 이 비극 속에는 사실을 진술하는 언어와 욕망을 진술하는 언어가 뒤죽박죽으로 뒤엉켜있다. 지금, 허 일병 죽음의 진실은 이 말들의 쓰레기 위에서 표류하고 있다.

개인의 지향성이나 신념에 따라 편을 가르지 않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싶다. 국가는 완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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