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의 창간 주주인 이한겨레(12)군이 14일 아버지 이현백(41)씨와 함께 (한겨레)를 읽으며 활짝 웃고 있다. 손홍주 기자
[한겨레 창간 30년-디지털 아카이브]
1998년 5월 15일 한겨레신문 31면
이한겨레, 장한겨레, 서한겨레…. 이들 어린이는 얼굴도, 사는 곳도 다르지만 공통점이 많다. 이름이 '한겨레'로 똑같고, <한겨레>의 주주이자 열성독자라는 점이다.
<한겨레>와 '동명이인'인 어린이 주주는 일곱명. 모두 <한겨레>가 탄생한 88년을 전후해 태어났다. <한겨레>의 나이테가 지령 3193호로 굵어지면서 '한겨레군, 한겨레양'들도 성큼 자라났다.
이한겨레(12·경기도 성남시 태평동)군의 아침은 언제나 <한겨레>와 함께 시작된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 이현백(41)씨에게 배달된 신문을 갖다 드리는 정도였으나, 어엿한 중학생이 된 뒤로는 가족 중에서 가장 먼저 <한겨레>를 읽는 열성독자다.
"제가 태어난 날이 음력으로 칠월칠석이거든요.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견우와 직녀가 서로 만나듯 남과 북이 어서 통일되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한겨레라고 이름을 지으셨대요." 이제 갓 여드름이 듬성듬성 돋아나기 시작한 이군은 멋쩍게 말한다.
이군은 태어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한겨레>와 인연을 맺었다. 평소 '제대로 된 신문'의 탄생을 소망하던 아버지 이씨는 88년초 <한겨레>의 창간준비 소식을 듣고 주저없이 아들의 이름으로 한겨레신문 주식을 샀다.
자신과 이름이 똑같기에 <한겨레>에 대한 이군의 애착은 남다르다. "학교공부에도 도움이 되고 세상일도 알 수 있어서 신문을 매일 열심히 읽고 있어요. 창간주주가 된 것은 아버지 뜻이었지만 한겨레를 애독하는 것은 오로지 제 선택이에요." 즐겨 읽는 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주로 스포츠와 방송안내"라며 얼굴을 붉히면서도 "요즘에는 국제면에도 점차 재미를 붙이고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아버지 이씨는 "87년 6월항쟁 때 한돌도 채 안된 한겨레와 함께 시위현장을 지나다 최루가스에 아기가 질식해 기절한 적도 있었다"고 회고하며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이땅의 바른언론으로 굳건히 자리잡은 <한겨레>처럼 우리 한겨레도 씩씩하게 자라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88년에 태어난 서한겨레(10·서울 서대문구 연희3동)군은 <한겨레>와는 동갑내기다. 아직 초등학교 5학년이지만 "신문을 읽기 전까진 학교에 가지 않을 정도"의 열성독자다. 어머니 김현희(40)씨는 "어려서부터 너무 비판적인 사고가 굳어지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그동안 지켜보니 긍정적인 면이 더 많은 것 같다"며 대견스러워했다.
광주에 사는 장한겨레(10·북구 운암동)양이 가장 좋아하는 면은 스포츠 소식이다. 여학생답지 않게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신문을 보면서 가난해 제대로 병을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았어요.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치료해 주는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에요." 장양의 야무진 포부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새싹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한겨레>에는 무한한 기쁨이다. 이들의 성장과 함께 커가는 신문이 되기 위해 <한겨레>는 다시 신발끈을 조이고 있다.
안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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