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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회고록’ 출판·배포 금지됐다

등록 2018-09-13 17:51수정 2018-09-13 21:07

13일 광주지법 “5.18피해자 명예훼손 인정”
“회고록의 ‘북한군 개입설’ 등 69가지 허위”
전씨와 아들에게 7천만원 손해배상도 명령
5월단체 “특별법 시행 앞 진상 규명 디딤돌”
<전두환> 회고록을 낸 전두환씨. <한겨레> 자료 사진
<전두환> 회고록을 낸 전두환씨. <한겨레> 자료 사진
군사정권 독재자 전두환(87)씨의 <전두환 회고록 1권 ‘혼돈의 시대’>가 결국 출판·배포를 금지당했다. 법원은 이 책에 의해 명예를 훼손당한 5.18민주화운동의 피해자들에게 7천만원을 배상하라고 전두환씨와 이 책의 출판사 대표인 아들 전재국씨에게 명령했다. 또 법원은 이 책에서 다룬 내용 가운데 69가지가 허위라고 밝혔다.

광주지법 민사14부(재판장 신신호)는 4개 5·18 단체와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 등이 전씨와 <전두환 회고록>을 출판한 전씨의 아들 재국씨를 상대로 제기한 출판·배포 금지 청구를 이날 받아들였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8월과 지난 5월 1·2차 <전두환 회고록>에 대한 출판 및 배포 금지 가처분 결정 이후, 재판부가 가처분 신청 두 건을 병합해 연 본안 재판에서 내린 것이어서 주목된다. 전씨 등은 문제가 된 내용을 삭제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이 회고록을 출판·인쇄·발행·배포할 수 없다.

재판부는 “역사에 대해 각자가 다른 견해를 밝힐 수 있지만 객관적인 자료로 이를 증명해야 한다”며 “전 전 대통령은 계엄군 당사자들의 변명적 주장이나 일부 세력들의 근거 없는 주장에만 기초해 사실과 다른 서술을 하면서 5월 관계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전두환 회고록> 1권.
<전두환 회고록> 1권.
재판부는 회고록 초판 중 문제가 된 표현과 내용 69가지를 삭제하지 않을 경우 출판·인쇄·발행·배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5·18단체 등이 2017년 6월 회고록 출판·배포 금지 1차 가처분 신청 때 제기한 △북한군 개입설 △헬기 사격 관련 왜곡 등 33가지 내용 가운데 32가지가 허위라고 인정했다. 또 이들 단체가 재출간된 회고록에 대해 그해 12월 2차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증거와 함께 적시한 △5·18 희생자 암매장 부인 △광주교도소 습격 사실 왜곡 △최초 무기 피탈 시간 조작 △자위권 발동 조작 등 회고록에 담긴 37가지 내용에 대해서도 모두 허위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5·18단체 등이 출판·배포 금지와 함께 ‘상징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났다. 재판부는 “전씨 등은 원고 중 5·18 단체에 각 1500만원씩, 조 신부에게 1000만원 등 모두 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5·18단체 쪽 법률대리인 김정호 변호사는 “9월14일 5·18진상규명특별법(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을위한특별법안) 시행을 앞두고 법원이 전두환 회고록 1권에서 5·18 왜곡·허위 내용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적시한 것은 앞으로 5·18 진상규명 과정에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씨 쪽 법률대리인은 “(회고록에) 본인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한 것뿐”이라며 명예훼손의 의도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씨는 이번 민사재판과 별도로 10월1일 형사재판을 앞두고 있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해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전씨는 지난 8월27일 이와 관련한 첫 형사재판에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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