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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학뉴스

국립대마저 기초학문 ‘퇴학’

등록 2008-05-08 22:16

평균 구조조정 현황
평균 구조조정 현황
순천대 화학·물리 ‘퇴출’
서울대 사학과 통합 검토
인기학과 위주 ‘구조조정’

일부 대학이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인문·과학 관련 학과를 잇따라 폐지하면서 기초학문이 수난을 겪고 있다. 특히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2일 취업률, 학생 충원율 등을 평가해 대학 재정을 차등 지원하겠다고 밝혀 비인기학과 위주의 대학 구조조정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8일 대학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지방대에서 시작된 폐과 방식의 대학 구조조정은 최근 국립대와 서울지역 사립대까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순천대는 국립대 가운데 처음으로 화학·물리 등 기초과학 분야 학과를 없앴다. 대신 바이오와 교육 분야를 강화하는 등 지역 특성에 맞게 학사구조를 개편해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전공 단위가 61개에서 52개로 줄어드는 등 순천대 72년 역사상 초유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었다. 곽지훈 순천대 교무처장은 “무한경쟁 시대에 순천대와 같은 작은 규모의 대학은 특성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특히 자연과학은 학생의 역량과 시설투자가 핵심인데, 대학원생이 없어 교수 혼자 연구를 해야 하는 등 상황이 심각했다”고 말했다. 서울대도 국사학과와 서양사학과, 동양사학과 등을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지역 사립대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동국대는 지난 2일 학과 평가를 통해 입학생 선발정원을 줄이고 학과 자체를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마다 모든 학과를 평가해 하위 15% 학과의 입학정원을 10~15%씩 줄여 평가 결과가 우수한 학과에 정원을 배분하겠다는 것이다. 평가항목은 졸업생 취업·진학률, 학생 재학률, 입학성적 등이다. 상시적인 구조조정이 가능해진 셈이다.

한양대는 지난해 2학기부터 서울·안산캠퍼스의 독문학과를 통폐합했고, 단국대도 2년 뒤면 독문학과가 사라진다. 성균관대는 지원자가 적은 사회복지학과 폐지를 추진하고 있고, 성신여대는 학사 개편을 위해 외부에 연구용역을 맡긴 상태다. 지방은 더욱 심각해 대구가톨릭대는 3~4년 전부터 실시하고 있는 ‘폐과 예고제’를 통해 철학 등 기초학문 분야 10여개 학과를 이미 없앴다.

이에 따라 대학마저 시장논리에 밀려 다양한 학문 연구라는 본연의 기능을 포기한 채 ‘직업훈련원’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윤미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교육위원장(홍익대)은 “대학에서 취업만 강조되다 보니 학문 연구 등 대학의 다른 기능들은 존립 근거를 잃어가고 있다”며 “결국 인기학과만 살아남게 돼 인문·기초과학의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거용 교수노조 학문정책위원장(상명대)은 “학생수가 줄어드는데도 무작정 대학 설립을 허용하고 정원을 늘려주는 등 아무런 계획 없이 정책을 추진한 정부가 대학 위기의 큰 원인”이라며 “ 대학을 경쟁으로만 몰아넣을 게 아니라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역할과 기능을 고려한 학문정책을 큰 틀에서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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