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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학뉴스

10원짜리 짱돌 42개를 대학에 던졌다 “옜다, 돈”

등록 2010-10-27 14:44수정 2010-10-27 17:31

동국대 윤리문화학과 학생들이 10원씩 420원을 모아서 학교 발전기금으로 내고 학교 곳곳에 붙인 대자보. 조승연씨는 “학교쪽이 학교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기초학문을 탄압하고 학과 구조조정을 독단으로 진행해 온 데 대한 반발”이라고 설명했다. 영상갈무리/조소영피디
동국대 윤리문화학과 학생들이 10원씩 420원을 모아서 학교 발전기금으로 내고 학교 곳곳에 붙인 대자보. 조승연씨는 “학교쪽이 학교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기초학문을 탄압하고 학과 구조조정을 독단으로 진행해 온 데 대한 반발”이라고 설명했다. 영상갈무리/조소영피디
‘대학 발전’이란 미명 아래 동국대 기초학문 학과 하나둘 사라져가
“돈 안되는 학과 없애려는 발상…학교쪽 대화조차 않으려해” 분통
 “대학이 학생을 기업에 납품하는 곳인가요?”

 동국대 윤리문화학과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조승연(24)씨는 요즘 ‘시위 중’이다. 4학년이라 취업 준비에 목을 매도 시원찮을 판인데 도서관과는 발길을 끊었다. 도무지 참을래야 참을 수 없는 일들이 학교에서 ‘대학 발전’이란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느 4학년생처럼 책상머리에 앉아 책장을 넘기기엔 학교의 행실이 너무 무뚝뚝하고 매몰차다.

 그는 얼마 전 10원짜리 ‘짱돌’ 42개를 학교에 던졌다. 학과 친구들과 함께 420원을 모아 학교 발전기금으로 낸 것이다. 학교 쪽이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기초학문의 중요성을 무시하고 학과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데 대한 반발이다. 조씨는 “학교가 말하는 발전은 결국 ‘돈’이라고 생각해 학과 학생 42명이 10원씩 모아 420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학과 사무실에 모금통을 두고 한푼 두푼 모았다.

조승연 ( 동국대 윤리문화학과 학생회장·24)
조승연 ( 동국대 윤리문화학과 학생회장·24)
 모금액을 놓고 처음엔 고민이 많았다. 학교 발전기금을 1천원 이상 내면 학교 신문인 <동대신문>에 기부자 명단이 실린다고 해서 1천원은 넘기지 않기로 했다. 조씨는 “1천원이 넘으면 학교를 조롱하는 의미가 없어 10원짜리로 1천원이 안 되게 모금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모은 기금을 “옛다, 돈”하며 학교 쪽에 줬다. 학교 발전기금을 냈지만 학교 쪽 반응은 싸늘했다. “2탄, 3탄은 없냐”고 물은 게 전부였다.

 동국대는 2007년 오영교 총장이 부임한 이후 학과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2008년부터 입학정원관리시스템을 도입해 이른바 ‘돈’ 안되는 학과 정원을 지속적으로 감축했다. 조씨가 몸담고 있는 윤리문화학과도 예외는 아니었다. 입학정원관리시스템은 입학성적, 경쟁률, 재학률, 취업 및 진학률 등 5개 지표를 평가해 50여 학과 중에서 하위 1~8위 학과의 입학정원을 줄이는 제도이다. 이런 시스템을 벌써 3년째 운영하고 있다.


 사실 윤리문화학과의 구조조정은 입학정원관리시스템을 시행하기 전에 이미 시작됐다. 같은 문과대에 속한 철학과, 독문과와 한데 묶였다. 조씨는 “독문과는 학생이 13명일 때 학과가 폐지됐다”며 “내년에 우리 학과 신입생이 15명뿐이어서 그런 전철을 밟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학생회 쪽은 학교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대화를 요청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돌아오는 답은 “학과에서 자구책을 내놔라”는 말 뿐이었다. 조씨는 “학교가 지원은 안해주면서 학과에만 ‘발전해봐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며 어이없어 했다. 단과대 차원에서도 학교 쪽에 공문을 보냈지만 “‘단과대에서 자구책을 내놔라’ ‘시대흐름도 있고 학교 입장도 생각해 달라’는 식의 답변만 들었다”고 한다. 학교에서 교수와 학생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셈이다.

 학생들은 학교 쪽의 학과 정원 축소를 막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3주 전에는 ‘구조조정 반대 주점’도 열었다. 조씨는 “학교 쪽에서 허가받지 않은 주점은 열 수 없다”며 “‘당장 치워라’고 말해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2학기 들어선 학습권보장위원회를 총학생회 산하에 두고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학교 쪽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문화제를 열고,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하는 방안도 짜고 있다.

 학교는 여전히 냉담하다. 학생들은 학교 쪽이 자신들과 대화를 하지 않으려 한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학교 쪽은 학생들에게 일산 캠퍼스 이전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조씨는 “준비를 철저히 해서 정말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하자는 데도 학교는 학생들 얘기를 듣지 않는다”고 아쉬워 했다.

 동국대는 지금까지 7개 학과의 학과명을 바꿨는데 모두 기초학문 학과였다. 조씨는 “이를 보면 학교가 말하는 발전방향을 알 수 있다”며 “학교의 목표는 ‘돈 안 되는’ 학과는 없애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가 우리 쪽 정원을 빼서 경영대 등 취업이 잘 되는 곳에 배당한다”며 “학생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조씨는 “얼마 전 ‘이제 대학은 기업과 같이 상생하는 것’이라는 학교 공익광고를 봤다”며 “돈만 보는 대학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서글퍼 했다.

 학생들은 학교의 행태를 이명박 대통령의 그것과 많이 비교한다. 둘이 너무 비슷하다는 것이다. 조씨는 “이명박 정부도 국민들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며 “학교에서조차 힘없는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다”고 속상해 했다.

 동국대학교의 상징 동물은 코끼리다. 마야 부인이 부처님을 잉태했을 때, 태몽에 나타난 흰 코끼는 지혜와 복덕을 갖춘 동물이다. 조씨는 항상 갑옷 아닌 ‘갑옷’을 입고 있다. B5 용지로 만든 시위문구판을 가슴에 달고 산다. “코끼리야 소원을 들어줘~! 우리도 걱정없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싶어…. 일방적인 학과 구조조조정에 반대합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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