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대학뉴스

중앙대 이사장 조선일보 칼럼에 학생들 ‘황당’

등록 2014-06-30 17:47수정 2014-06-30 18:16

중앙대생 2명이 지난 2010년 4월 서울 한강대교 아치 난간에 올라가 학교측의 인문학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연합뉴스
중앙대생 2명이 지난 2010년 4월 서울 한강대교 아치 난간에 올라가 학교측의 인문학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연합뉴스
취업 저조·비인기학과 대거 없앤 중앙대
박용성 이사장 “인문학 바로서야 대학이 산다’?
학생들 “인문학 보조학문으로 전락시켜”
“‘인문학이 바로서야 대학이 산다’는 제목의 글이지만 결국은 이 사회에서 인문학을 보조 학문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중앙대 학과통폐합에 반대해 농성을 벌이다 유기정학을 당한 뒤 복학한 중앙대학교 학생 노영수(32·독어독문과)씨의 말이다. 노씨가 비판한 글은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두산중공업 회장)이 30일치 <조선일보>에 쓴 ‘인문학이 바로서야 대학이 산다’라는 제목의 칼럼이다.

박 이사장은 칼럼을 통해 “최근 경영학 계열이나 공학 계열에서도 인격적 소양과 올바른 성품을 더 가르쳐야 한다는 사회적 필요에 의해서 인문학 열풍이 분다”면서도 “공학도나 경영학도에게 복수전공의 문을 넓혀 인문학을 제대로 가르치면 된다. 그 교육을 담당할 인문학자는 대학원으로 이동하는 것이 타당한 구조”라며 최근 중앙대의 인문계열 학과 통폐합에 대한 비판에 항변했다. “공학이 만들고 경영학이 팔고 인문학이 비판한다는 세 단계를 줄일 필요가 있다”며 인문학과 통폐합 구조조정 필요성에 대해서도 입장을 분명히 했다.

2008년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하며 학교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2010년에는 18개 단과대학 77개 학과가 10개 단과대학 46개 학과로 통폐합되며 입학 정원을 줄였다. 주로 취업률이 저조한 인문ㆍ예체능 계열이 대상이었다. 2010년에는 비교민속학과·아동복지학과·가족복지학과·청소년학과 등 비인기학과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노씨는 이에 항거하며 2010년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다 유기정학을 받았고, 김창인(24)씨는 “불의가 판치는 대학을 거부하겠다”며 지난 5월 자퇴했다. 중앙대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이에 박 이사장이 일간지 칼럼으로 자신의 생각을 밝힌 것이다.

학교를 자퇴한 김씨는 박 이사장의 주장이 지나치게 일방적이라며 비판했다. 박 이사장이 쓴 “2014년 인문계열 학생 52%가 전과를 원했다. 학생들이 대학 진학에 있어 경쟁이 심한 경영, 경제 계열, 공학계열 보다 인문학을 택한 결과”라는 주장에 대해 “그렇다면 인문학과 학생 스스로 통폐합을 원했어야 하는데 (통폐합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더 많았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박 이사장은 청소년학과를 없애며 ‘어차피 열심히 공부해서 졸업해야 100만원 밖에 못 받는 일터에 다닌다’는 말을 해서 공분을 샀다. 청소년학과 학생들은 ‘우리의 일은 100만원보다 더 가치있는 일이다. 그 가치를 인정한다면, 이 사회가 가치 있는 일에 더 많은 임금을 주도록 유도하는 게 또한 인문학의 역할’이라고 반박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박 이사장의 기고문 가운데 “문제는 인문학 자체가 아니라 인문학 관련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의 경쟁력”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노씨와 김씨는 입을 모아 반박했다. ‘그 경쟁력 자체를 비판적으로 바라 볼 능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노씨는 “지금은 단순히 중앙대의 모습이지만 이것이 전반적인 대학개혁의 방향이 된다면 사회 지식인들은 결국 기업에서 데려다 쓰기 좋은 인재가 될 수밖에 없다. 비판적이고 성찰적인 시민으로서 기업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을 우리는 또 잃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 역시 “인문학은 결국 사람에 대한 학문이고 우리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지 일깨워주는 학문이다. 통계나 수치, 취업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고민한다”며 취업 경쟁력을 근거로 한 박 이사장의 주장을 비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사장 임명 앞둔 KBS 하루 총파업…“용산 방송 거부” 1.

사장 임명 앞둔 KBS 하루 총파업…“용산 방송 거부”

강혜경 “명태균, 김건희는 밖 나가면 안 되는 주술사라 해” [영상] 2.

강혜경 “명태균, 김건희는 밖 나가면 안 되는 주술사라 해” [영상]

‘때려잡자 빨갱이’ 발언 지적에…울산시장 “난 그렇게 배웠다” 3.

‘때려잡자 빨갱이’ 발언 지적에…울산시장 “난 그렇게 배웠다”

“우린 로보캅이 아니다”…삭발까지 나선 경찰들 왜 4.

“우린 로보캅이 아니다”…삭발까지 나선 경찰들 왜

안성재 “백종원과 합 안 맞아” 그런데 “존경스럽다”고 한 이유 5.

안성재 “백종원과 합 안 맞아” 그런데 “존경스럽다”고 한 이유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